[이 주의 책]인플레이션은 누구를 부자로 만드는가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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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은 누구를 부자로 만드는가

물가가 오른다는 말은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무뎌졌다. 신환종은 인플레이션을 장바구니의 고통으로만 보지 않고, 부가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하는지를 보여주는 거대한 재분배 장치로 읽는다. 책은 화폐 과잉, 노동시장 과열, 공급 충격, 기업 이윤, 인구 대역전과 탈세계화, 그린플레이션, 기대 인플레이션까지 현대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아홉 갈래로 나누고, 1960년대 미국의 '대포와 버터'부터 닉슨 쇼크와 오일쇼크, 볼커의 긴축, 2000년대 이후의 자산시장까지 이어 붙인다. 2008년 금융위기 예측과 크레딧 애널리스트 경력을 가진 저자의 이력은 이 책을 단순한 전망서보다 시장의 긴 기록에 가깝게 만든다.


핵심은 2026~2030년이다. 저자는 AI 인프라 투자, 미·중 패권 경쟁과 공급망 재편, 비트코인 등 디지털 자산의 부상을 한꺼번에 겹쳐 보며 이를 '복합 인플레이션 시대'라고 부른다. 숫자 몇 퍼센트를 맞히는 책이라기보다, 물가와 금리, 원자재와 주식, 채권과 화폐 신뢰가 서로 밀고 당기는 지형을 읽게 하는 책이다. 다만 모든 변화가 투자 기회로 번역될 때 인플레이션의 고통을 겪는 생활자의 얼굴은 다소 멀어진다. 그럼에도 이 책은 "물가가 오른다"는 낡은 문장을 "누가 이 국면에서 돈을 버는가"라는 훨씬 불편한 질문으로 바꿔 놓는다. (신환종 지음ㅣ포레스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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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al Shift 로컬 시프트

지역은 더 이상 중앙의 지원을 기다리는 주변부가 아니다. 'Local Shift 로컬 시프트'는 "지역이 스스로 말하게 하라"는 문장을 앞세워 로컬을 홍보 대상이 아니라 관계를 만드는 주체로 다룬다. 전예지, 박지영, 서수현, 정기윤, 전민철, 조철제, 윤한득, 김윤미 등 한국PR협회 인증 PR 전문가 8명이 로컬 브랜딩, 스토리텔링, 로컬푸드, 관광, 교통, IT, 기후변화, 지역공동체를 나눠 썼다. 티몬 라이브커머스 PD, 관광업계, 교통·IT·ESG·주민자치 현장 등 저자들의 배경이 다르다는 점도 책의 성격을 설명한다. 로컬을 예쁜 슬로건이 아니라 유통, 이동, 기술, 먹거리, 공동체가 얽힌 커뮤니케이션 생태계로 보겠다는 것이다.


로컬 담론은 자주 감성적인 골목 이야기로 흐르거나, 반대로 행정 보고서의 균형발전 언어로 굳어버린다. 이 책은 그 사이에서 비교적 실무적인 질문을 던진다. 지역은 어떤 이야기로 기억될 것인가, 관광객은 어떻게 관계 인구가 되는가, 로컬푸드는 어떻게 브랜드가 되고, 교통과 IT는 어떻게 지역의 고립을 줄이는가. 여러 저자가 쓴 만큼 문체와 밀도는 고르지 않을 수 있지만, 오히려 그 분산성이 로컬의 현실과 닮았다. 한 지역을 살리는 답은 하나의 천재적 캠페인이 아니라, 서로 다른 현장의 언어를 연결하는 데서 나온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예지·박지영·서수현·정기윤·전민철·조철제·윤한득·김윤미 지음ㅣ새로운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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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AI의 언어로 말하라


검색창에 브랜드명을 치고 결과를 훑던 시간은 짧아지고 있다. 박세용은 소비자가 이제 "가성비 좋은 제품 추천해줘"가 아니라 자신의 상황과 조건을 AI에게 설명하고, 그 답변 안에 등장한 몇 개의 선택지에서 구매를 시작한다고 본다. 그래서 이 책의 질문은 단순하다. 당신의 브랜드는 AI의 답변 안에 있는가. 저자는 4억 개의 한국어 검색어와 한·미·일 누적 11페타바이트 검색 데이터를 바탕으로, 브랜드가 발견되기 위해 경쟁하던 시대에서 '답'이 되기 위해 운영되어야 하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핵심 개념은 CEP와 GEO다. 더운 날의 갈증, 야근 뒤의 허기, 출장 전 짐 싸기, 계단을 내려갈 때 느끼는 무릎의 뻐근함 같은 구체적 장면이 소비자의 기억 속에서 카테고리와 브랜드가 열리는 입구, 곧 CEP가 된다.

책은 SEO 이후의 유행어를 하나 더 얹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미고객의 숨은 불편을 검색 데이터에서 읽고, 그 장면을 브랜드 자산으로 바꾸며, AI가 추천할 만한 근거와 신뢰 신호를 온드 미디어와 외부 신호로 보강하는 과정을 차례로 설명한다. "슬로건은 기억을 만들고, 증거는 호출을 만든다"는 식의 문제의식은 꽤 실무적이다. 다만 GEO, AEO, 브랜드 옵스, 에이전틱 커머스 같은 용어가 많아 마케팅 현장 밖 독자에게는 다소 빽빽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도 이 책이 잡아낸 변화는 분명하다. AI 시대의 브랜드는 멋진 문구로 꾸며지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질문 순서대로 정리되고, 사람의 기억과 AI의 의미 공간에서 동시에 읽히도록 관리되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박세용 지음ㅣ정진호 그림ㅣ책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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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의 함정

쇼츠를 몇 개만 보려 했는데 한 시간이 사라지고, 차트를 확인했을 뿐인데 마음은 하루 종일 오르내린다. 따웨이는 도파민을 '행복 물질'이라는 익숙한 말에서 떼어내, 인간을 다음 자극으로 밀어붙이는 보상 신호로 설명한다. 책은 쇼트폼과 SNS, 쇼핑, 게임, 투자 심리뿐 아니라 관계와 사랑, 감정 조절까지 도파민의 작동 범위 안으로 끌어온다. 공갈 젖꼭지 효과, 금단 현상, 손익 본능, 조작된 기억, 첫인상의 12초 같은 목차의 언어도 이 책이 뇌과학 교과서보다 생활 심리서에 가깝다는 점을 보여준다.


자극을 끊으라는 조언은 쉽지만, 자극 없는 삶은 불가능하다. 책이 그나마 쓸 만한 지점은 욕망을 도덕의 문제로 몰지 않고 회로의 문제로 본다는 데 있다. 왜 끝난 관계를 놓지 못하는지, 왜 불확실한 사랑에 더 매달리는지, 왜 손실을 견디지 못해 더 큰 손실을 부르는지 같은 질문들은 '의지가 약해서'라는 말보다 조금 더 정확한 설명을 얻는다. 다만 도파민이라는 렌즈가 너무 넓어지면 인간의 복잡한 감정이 하나의 신경전달물질로 과하게 정리될 위험도 있다. 그래도 오늘의 공허가 쾌락 부족이 아니라 과잉 자극 뒤에 오는 무감각일 수 있다는 진단은 꽤 설득력 있게 남는다. (따웨이 지음ㅣ이지연 옮김ㅣ지니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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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와 반언어

카를 크라우스에게 언어는 장식이 아니라 법정이었다. 그는 1899년 잡지 '횃불'을 창간해 언론, 법, 예술, 전쟁의 위선을 공격했고, 사망하던 해까지 922호를 이어간 1인 논쟁가였다. 한국에 처음 번역된 이 산문집은 아포리즘, 짧은 에세이, 장편 에세이를 나눠 싣고, '언론, 어리석음, 정치'부터 '포스터의 세계', '이 위대한 시대에', '하이네와 그 결과들'까지 크라우스의 날카로운 문장을 펼친다. 독설과 언어유희가 결합한 그의 글은 문장의 정확성이 곧 사회 비판의 윤리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크라우스의 글이 지금도 낡지 않는 까닭은 그가 거짓말보다 더 위험한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생각 없이 반복되는 상투어, 권력의 말을 빌려 쓰는 언론, 아름다운 문장으로 현실을 덮는 예술이다. 벤야민과 아도르노, 브레히트가 주목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의 문장은 친절하지 않고, 때로 독선과 조롱의 경계에 선다. 그러나 바로 그 불편함 때문에 독자는 말이 얼마나 쉽게 타락하고, 타락한 말이 얼마나 빨리 세계를 망치는지 보게 된다. 언어를 고치는 일이 사회를 고치는 일의 시작일 수 있다는 오래된 믿음이 이 산문집의 가장 센 무기다. (카를 크라우스 지음ㅣ안병률 옮김ㅣ북인더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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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의 여름

1920년 프로방스의 외딴 농가로 한 남자가 들어온다. 전쟁의 상흔을 안고 살아가는 영국인 기자 조지프, 인터뷰를 거부한 채 숨어 지내는 전설적 화가 타르튀프, 그리고 그 집의 조카 에티. 루시 스티즈는 이 세 사람의 여름을 로맨스와 미스터리, 예술소설의 경계에 세운다. 조지프가 에티가 그림을 불태우는 장면을 목격하지만, 다음 날 그 그림이 멀쩡히 걸려 있는 설정은 소설의 공기를 잘 보여준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연출인지, 예술은 누구의 이름으로 남고 누구의 몸을 지우는지 묻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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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에서 워터스톤스 '올해의 데뷔작'과 '올해의 책'에 동시에 선정됐다는 화제성보다 중요한 것은 감각의 밀도다. 버터를 녹인 듯한 햇살, 올리브나무 숲, 밤의 정적 속 붓질 같은 문장들은 프로방스를 관광지의 풍경이 아니라 욕망과 비밀이 발효되는 장소로 만든다. 사랑은 달콤한 도피가 아니라 타인의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는 위험에 가깝고, 예술은 구원이면서 착취의 다른 이름일 수도 있다. 아름다운 여름의 표면 아래, 오래 숨겨진 여성의 목소리가 서서히 온도를 올리는 소설이다. (루시 스티즈 지음ㅣ노진선 옮김ㅣ다산책방)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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