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안 뿌리가 매국노" 한 간호사의 고백, 하영 논란에 재조명
하영 증조부 논란에 누리꾼 갑론을박
후손 책임 두고 온라인 '시끌'
광복절을 앞두고 배우 하영의 증조부 안상호를 둘러싼 '친일 행적'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자신 역시 친일 행적이 있는 인물의 후손이라고 밝힌 한 직장인의 사연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그는 영화 '암살'을 가족들과 관람한 뒤 자신의 증조부에게도 영화 속 친일파 강인국과 비슷하게 '금광채굴권'과 관련된 이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지난 11일 직장인들이 주로 활동하는 소셜미디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하영 증조부 친일에 대한 친일파 후손의 생각'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현재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글쓴이 A씨는 2015년 개봉한 최동훈 감독의 영화 '암살'을 언급했다. 영화에서 배우 이경영이 연기한 강인국은 일제에 협력하며 부와 권력을 쌓은 친일파 사업가로 등장한다. A씨는 강인국이 금광채굴권을 확보하는 내용과 관련해 자신의 증조부 역시 금광채굴권을 가진 인물이었다고 주장했다.
가족들과 '암살'을 본 뒤 영화 속 친일파를 비난하던 중 아버지로부터 증조부의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아버지가 "네 증조부도 금광채굴권이 있었다"는 취지로 말했다면서 "우리 집안 뿌리가 매국노라는 걸 그때 알았다"고 밝혔다. A씨는 자신의 아버지 역시 처음에는 조부의 친일 행적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가족에게서는 "나라에 큰 공을 세워 금광채굴권을 얻은 사람"이라는 이야기만 전해 들었다는 것이다.
다만 영화 속 강인국이 A씨의 증조부를 직접 모델로 한 인물이라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는다. 이 가운데 A씨는 자신의 아버지가 이후 "그 시대에 어떻게 금광채굴권을 얻을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을 갖고 자료를 찾아보면서 조상의 과거를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불거진 하영의 증조부 논란을 두고도 가족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만으로 집안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소개하기 전에 한 번쯤 사실관계를 확인했어야 했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
A씨는 자신도 조상의 과거에 대한 부담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버지가 사업 실패 후 일용직 일을 하며 생활하고 있고 다른 친척들도 경제적·가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이를 자신은 일종의 '조상의 업보'처럼 받아들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힘든 상황을 만나더라도 "조상 업보 청산"이라고 생각하며 환자를 돌보는 데 더욱 최선을 다하려 한다고 했다.
"성찰 의미 있다" vs "연좌제는 안 돼" 누리꾼 시선 엇갈려
A씨의 고백을 접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는 조상의 잘못된 행적을 무조건 감싸기보다 스스로 역사를 찾아보고 성찰하려는 태도에 의미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해당 게시물에는 "자기성찰을 하며 사는 것이 대단하다"는 취지의 댓글과 자신 역시 집안의 과거를 뒤늦게 알게 됐다는 경험담 등이 이어졌다.
반면 친일 행위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필요하지만, 그 책임을 아무런 관련이 없는 후손의 삶까지 연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한 누리꾼은 "매국은 용서받기 힘들지만, 업보가 자손에게까지 간다는 것은 너무하지 않느냐"는 취지로 지적했다. 블라인드에는 별도로 하영을 향한 비판이 '연좌제'나 '마녀사냥'으로 번져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올라오는 등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조상의 역사적 행적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와 별개로, 후손에게 조상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수 있느냐를 두고 의견과 시선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4대째 의사 집안' 소개서 시작한 친일파 논란
앞서 하영은 방송과 인터뷰 등에서 자신의 가족을 '4대째 의사 집안'이라고 소개했다. 하영은 증조부가 일본에서 서양의학을 공부한 뒤 한양에서 의원을 열었으며 고종 황제를 진료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그의 증조부가 의사 안상호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상호의 일제강점기 행적이 온라인에서 재조명됐다. 확인된 기록에 따르면 안상호는 1916년 결성된 대정친목회 평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대정친목회는 당시 조선총독부의 통치 정책에 협력한 친일 성격의 단체로 평가된다.
1918년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에는 안상호와 가족을 일본과 조선의 동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소개한 기사도 실렸다. 다만 안상호는 정부가 공식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이나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인물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대정친목회 참여 등의 기록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구체적인 행위를 추가로 따져보지 않은 채 안상호를 법적·공식적인 의미의 '친일반민족행위자'로 단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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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의 소속사는 논란 초기 안상호가 증조부인 것은 맞지만 친일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는 취지로 대응했다. 그러나 이후 관련 자료를 추가로 확인한 뒤 안상호가 1916년 대정친목회 평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기록이 실제로 존재한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소속사 측은 충분한 검증 없이 성급하게 답변해 혼란을 일으킨 데 대해 사과했다. 논란 속 하영은 자필 편지로 공개적으로 사과했지만, 광복절을 앞두고 성난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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