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연·스포츠 대형 돔 2곳 추진
대중음악 매출 4527억…1만석 이상 55%
천안·아산·청주·광명 등 유치 채비
공연 수요·교통·사업성 따져 선정

방탄소년단이 지난 6~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월드투어 아리랑 인 런던'을 개최하고 약 13만 관객과 만났다. 빅히트뮤직 제공

방탄소년단이 지난 6~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월드투어 아리랑 인 런던'을 개최하고 약 13만 관객과 만났다. 빅히트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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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석 돔구장 유치를 둘러싼 지방자치단체 간 '쩐의 전쟁'이 막을 올렸다. 연간 수천억 원대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대형 복합돔 건립을 정부가 추진하면서 부산과 충남 천안·아산, 충북 청주, 경기 광명 등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천문학적인 건설비가 투입되는 만큼 실제 공연 수요와 교통망, 사업성, 운영 역량이 후보지 선정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18일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 등에 따르면 정부는 K팝 초대형 공연과 스포츠 경기를 함께 치를 복합형 돔구장 2곳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3월 '스포츠·공연 복합형 돔구장 건립 기본구상 및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을 발주했으며, 공모 기준 마련에도 착수했다.

용역비는 6억5000만원으로 내년 6월15일까지 조사를 진행한다. 건립 목표 시점은 2034년이다. 정부는 5만명 이상을 수용하는 대형 돔과 중형 돔을 각각 1곳씩 조성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이선영 문체부 체육국장은 지난 4일 하반기 업무계획 사전 브리핑에서 "스포츠와 공연을 함께 열 수 있는 복합형 대형 돔구장 2곳 정도를 설립하는 방안을 기준으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복합돔 건립에 나선 배경에는 대형 실내 공연장 부족이 자리 잡고 있다. 용역 제안요청서는 수만 명의 관객과 초대형 공연 장비를 동시에 수용할 실내 시설이 국내에 없어 글로벌 투어의 '코리아 패싱'이 심화했다고 진단했다. 테일러 스위프트와 에드 시런이 2024년 아시아 투어에서 한국을 제외한 사례도 제시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과 잠실올림픽주경기장은 야외 시설이다. 실내 공연이 가능한 고척스카이돔과 KSPO돔도 수용 규모가 각각 1만6000석과 1만5000석에 그쳐 초대형 공연을 유치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올해 방탄소년단(BTS)과 박효신, 세븐틴 등의 대형 콘서트도 고양종합운동장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인천문학경기장·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 등 야외 시설에서 열렸다. NCT 드림과 슈퍼주니어, 엔하이픈은 KSPO돔을, 임영웅은 고척스카이돔을 이용했다. 야외 경기장은 비와 폭염·한파에 취약한 데다 축구 일정과 잔디 보호까지 고려해야 해 공연 개최에 제약이 크다.


대중음악 공연시장은 꾸준히 몸집을 키우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올 상반기 대중음악 공연은 2212건, 3814회 개최됐다. 약 339만장의 티켓이 팔렸으며 판매액은 4526억5399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6% 증가했다. 대중음악이 전체 공연시장 티켓 판매액에서 차지한 비중은 55.9%에 달했다.


특히 1만석 이상 공연장의 대중음악 티켓 판매액은 약 249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대중음악 공연 판매액의 55.2%가 대형 공연장에서 나왔다. 복합돔이 단순한 공연시설을 넘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문화산업 인프라로 주목받는 이유다.

"일본 가면서 한국은 안 온다"…연간 수천억 수익 나는 '복합돔 유치전' 향방은 원본보기 아이콘

경제적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자체들의 유치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부산은 최근 유치 의사를 공식화했다. 전재수 부산시장은 10일 부산을 찾은 최휘영 문체부 장관에게 '복합형 돔 아레나' 건립 지원을 요청했다.


전 시장이 선거 당시 제시한 북항 돔구장은 4만석 규모다. 야구 시즌에는 롯데 자이언츠 홈구장으로 활용하고 비시즌에는 공연과 전시 등을 여는 구상이다. 부산시장직 인수위원회는 토지비 6000억~7000억원과 복합개발비 등을 합쳐 총사업비가 3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했다.


충남은 KTX 천안아산역 인근에 5만석 이상 규모의 복합돔을 짓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예상 사업비는 약 1조원으로, 스포츠 경기와 K팝 공연을 함께 개최하는 시설로 조성할 계획이다. 충북은 기존 오송 돔구장 구상을 접고 2일 청주에 5만명 규모의 복합 아레나를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스포츠와 K팝 공연뿐 아니라 e스포츠, 박람회, 국제회의까지 소화하는 시설을 구상하고 있다. 구체적인 입지와 세부 계획은 오는 9월 공개할 예정이다. 광명시는 광명시흥 3기 신도시에 최대 5만명을 수용하는 돔형 'K아레나'를 유치하기 위한 기본계획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관건은 공연에 최적화된 시설을 갖출 수 있느냐다. 5만개의 좌석 위에 지붕만 씌운다고 대형 공연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 대형 조명과 음향 장비를 매달 수 있는 천장 하중과 리깅 설비가 필요하다. 공연 형태에 맞춰 객석을 바꿀 수 있어야 하며 대형 무대와 백스테이지, 장비 운송 트럭의 진출입 동선도 확보해야 한다. 정부 용역에도 대중음악 공연 기반시설과 가변·수납식 관람석을 비롯해 교통 동선, 건축·부대시설, 기술성과 설계 적정성을 검토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김영수 문체부 1차관은 최근 브리핑에서 '특A급' 가수의 공연을 유치하려면 5만명 이상, 3만명 이상, 1만명 단위의 공연장이 각각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문체부는 복합돔의 설계·시공 단계부터 관객과 장비 동선, 음향 등 공연에 필요한 요소를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대형 엔터테인먼트사 아뮤즈 관계자는 "한국에 대형 돔이 들어서면 일본과 한국의 돔, 중화권과 동남아시아의 대형 스타디움을 잇는 새로운 아시아 투어 루트가 형성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후보지를 선정할 때 지역 안배만 앞세워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형 공연이 열리면 하루 수만 명이 동시에 이동한다. 공연장 건립과 함께 광역철도와 도로망, 공연 종료 후 관객을 분산할 교통수단, 숙박시설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해외 관객 유치를 고려하면 공항 접근성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재원 조달과 준공 후 운영 방안도 풀어야 할 과제다. 5만석 규모 돔을 공연만으로 연중 채우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스포츠와 공연을 병행해 가동률을 높이면서도 대형 공연의 준비 기간과 대관 일정을 안정적으로 보장할 운영 원칙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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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5만석 돔은 단순한 지역 랜드마크가 아니라 국가 단위 문화산업 프로젝트"라며 "공연 수요와 광역 교통망, 재원 조달 능력, 준공 후 운영 역량을 면밀히 따져 K팝 산업의 경쟁력을 가장 크게 끌어올릴 지역을 선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포츠와 공연을 함께 개최하더라도 설계 단계부터 공연 기능을 충실하게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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