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식 어렵거나 공여자 없는 성인 환자, 치료 초기부터 TPO-RA 병용
장준호 삼성서울병원 교수 "반응률 높이고 수혈 의존 줄여"
희귀 혈액질환인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SAA) 환자의 치료 선택권이 넓어질 전망이다. 그동안 면역억제요법(IST)에 반응하지 않은 환자의 2차 치료제로 주로 사용되던 '로미플레이트주(성분명 로미플로스팀)'가 이달부터 처음 진단받은 환자의 1차 치료 단계에서도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받을 수 있게 되면서 환자들의 비용 부담이 줄어들게 됐다.
장준호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재생불량성 빈혈(AA) 질환 개요와 치료 미충족 수요, 로미플레이트주의 임상연구 결과 및 국내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 TPO-RA 전문가 권고안을 설명하고 있다. DKSH코리아
DKSH코리아 헬스케어 사업부는 12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트롬보포이에틴 수용체 작용제(TPO-RA)인 로미플레이트의 1차 치료 급여 확대와 임상적 의미를 소개했다.
이번 급여는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라 이달 1일부터 적용됐으며, 급여 인정 투여 기간은 최대 6개월이다. 국내 TPO-RA 계열 약제 가운데 SAA 1차 치료에 급여가 적용된 첫 사례다.
이에 따라 조혈모세포 이식이 어렵거나 적합한 공여자가 없는 성인 SAA 환자는 앞으로 치료 초기부터 항흉선세포글로불린(ATG)과 사이클로스포린(CsA)에 로미플레이트를 병용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에는 다른 치료에 실패한 경우만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재생불량성 빈혈은 골수의 조혈모세포가 감소하면서 적혈구·백혈구·혈소판 등 혈액세포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 희귀질환이다. 중증으로 진행하면 반복적인 수혈이 필요하고 감염이나 출혈 위험도 커진다.
동종조혈모세포 이식이 근치적 치료법으로 꼽히지만 적합한 공여자를 구해야 하고 환자의 연령과 전신 상태 등을 고려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이식이 어려운 환자에게는 ATG와 CsA를 병용하는 IST가 표준 치료로 활용돼 왔다. 그러나 기존 IST의 혈액학적 반응률은 약 60~70% 수준이고, 치료 후에도 10~40%에서 재발이 발생하는 등 한계가 있었다.
이번 급여 확대의 근거가 된 임상시험에선 치료 경험이 없는 한국·일본·대만 환자에게 로미플레이트와 IST를 병용한 결과, 27주차 혈액학적 반응률이 76.5%로 나타났다. 치료 시작 당시 수혈이 필요했던 환자 16명 중 13명(81.3%)은 수혈 비의존 상태에 도달하거나 수혈 요구량이 감소했다. 장기 추적에서는 최대 5년까지 혈액학적 반응률이 86.7%로 유지됐으며 새로운 염색체 이상이나 급성골수성백혈병(AML), 골수이형성증후군(MDS)으로의 전환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장준호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TPO-RA를 IST에 더하면 전체 반응률이 약 80% 수준까지 올라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앞으로 특정 연령층에서는 반드시 1차 치료로 조혈모세포 이식을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식은 완치 가능성이 높지만 이식편대숙주병(GVHD) 등 합병증에 대한 환자의 부담과 공포가 적지 않은 만큼 비이식 치료의 선택지가 넓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장 교수는 또 "초기 치료를 통해 수혈에서 벗어나는 환자가 늘어나고 이식이나 2차 치료로 가는 환자가 줄어든다면 사회경제적으로도 많은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로미플레이트는 2024년 7월 치료 경험이 없는 SAA 환자의 IST 병용요법에 대한 적응증을 허가받았지만 그동안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약값 전액을 부담해야 했다. 이번 급여 확대와 함께 희귀난치성 질환 산정특례 대상을 적용받게 되면 환자의 실제 부담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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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교수는 "국내 SAA 1차 요법에서 임상 근거를 통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한 만큼 급여 확대를 통해 새로운 표준치료가 정립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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