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전시]하정우 개인전 'Either act or forget'·최은영 개인전 '나는 무엇을 하다 죽을까' 外
신한 영 아티스트 페스타 '나는 그저 백조의 노래를 부르고 있을 뿐이다'
상실은 사라진 뒤에야 세계의 윤곽을 드러낸다. 신한갤러리의 '나는 그저 백조의 노래를 부르고 있을 뿐이다'는 김예닮, 남현지, 박소현이, 박수연, 석지아, 이경민 등 여섯 작가가 상실과 부재, 불확실성을 각자의 매체로 통과하는 전시다. 제목은 죽기 직전 백조가 노래한다는 오래된 믿음, 그리고 엘렌 식수가 카프카의 문장에서 읽어낸 예술과 죽음의 감각에서 출발했다. 전시는 '마지막 노래'보다 그 뒤에 이어지는 "부르고 있을 뿐이다"라는 현재진행형에 주목한다. 아직 알 수 없고, 완전히 재현할 수 없는 것을 향해 작업이 계속된다는 뜻이다.
김예닮은 정물의 의미와 맥락을 덜어내며 사물의 '있음'을 붙잡고, 석지아는 겔 미디엄을 떼어내고 다시 붙이는 행위로 회화를 하나의 몸처럼 다룬다. 박수연은 몸의 움직임으로 언어가 닿지 못하는 감정과 기억을 불러오고, 남현지는 가족과 공간, 닮은 몸의 이미지를 통해 안식처의 보호와 불안을 동시에 드러낸다. 박소현이는 개인사와 역사적 사건이 뒤섞인 기억을 회화와 영상으로 엮고, 이경민은 구름의 형상을 빌려 실재와 이면 사이의 간극을 그린다. 전시는 9월 9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한갤러리.
하정우 개인전 'Either act or forget'
얼굴은 가릴수록 더 많은 것을 드러낸다. 하정우의 개인전 'Either act or forget'은 'HUMAN'을 주제로 인간 존재와 내면의 페르소나를 탐색한다. 전시 제목은 영화 '대부'의 대사에서 가져온 말로, 불평하거나 주저하기보다 행동하거나 잊으라는 태도를 담고 있다. 배우로서 수많은 인물을 통과해온 경험은 이번 전시에서 가면, 탈, 얼굴, 패턴으로 옮겨진다. 작가는 일상 속 인물과 사물을 직관적인 선과 강한 색채로 풀어내며, 현대문명 속에서 눌린 인간의 순수성과 원시적 생명력을 회복하려 한다.
카펫 디자인에서 온 반복적 선과 기하학적 문양, 도자기와 탈에서 비롯된 이미지들은 장식적 표면에 머물지 않는다. 가면은 자신을 감추는 도구이면서 동시에 내면의 욕망을 드러내는 통로가 된다. 이번 전시는 현대리바트와 협업해 가구와 작품을 함께 배치하며, 전시장을 일상의 방처럼 구성했다. 작품과 현실 공간의 경계가 느슨해지면서 관람객은 그림을 보는 동시에 그 안에 놓인 사람의 자리, 자신의 일상을 능동적으로 채우는 에너지를 함께 떠올리게 된다. 전시는 10월 4일까지, 서울 강남구 더샵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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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개인전 '나는 무엇을 하다 죽을까'
죽음은 끝이 아니라, 다시 대지로 돌아가는 일일 수 있다. 최은영의 개인전 '나는 무엇을 하다 죽을까'는 가까운 이들의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 작가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에서 출발했다. 제주로 이주한 뒤 작가는 피고 지는 식물, 씨앗이 다시 땅으로 돌아가는 장면을 보며 삶과 죽음을 대립이 아닌 순환으로 바라보게 됐다. 한지 위에 먹과 분채를 쌓아 올린 화면에는 거친 현무암의 대지와 그 위를 묵묵히 지나가는 존재의 흔적이 남는다.
신작 '바람의 빛깔', '긴 산행', '고독의 모서리', '족파(足波)' 등은 사람이 사라진 대지와 그 위에 남은 걸음의 시간을 보여준다. 현무암 같은 돌덩이의 굴곡은 달팽이가 지나간 자리처럼 작지만 분명한 생명의 흔적이 되고, 수많은 걸음은 하나의 풍경으로 쌓인다. 참여형 설치 '걸음이 멈추는 곳'에서는 관람객이 삶에 대한 질문과 답을 남기며 전시에 자신의 흔적을 더한다. "나는 무엇을 하다 죽을까"라는 물음은 결국 "오늘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되돌아온다. 전시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제주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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