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 R&D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검토
재계 찬성 vs 노동계 강력 반발
여당 “일하는 방식 전환” vs 야당 “전국 확대"

'주 52시간 규제 완화'가 하반기 제정될 메가특구 특별법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부가 초광역 메가프로젝트의 속도전을 위해 고소득 연구개발(R&D) 인력의 근로시간 규제 완화를 검토하면서 재계는 "첨단산업의 골든타임을 지켜야 한다"며 환영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과로를 제도화하는 노동개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찬반이 엇갈리는 가운데 실제 기업의 수요가 크지 않다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논쟁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29일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연합뉴스

29일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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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메가특구에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검토

1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하반기 '메가특구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가칭)' 제정에 앞서 고소득 R&D 인력의 근로시간 규제를 완화하는 이른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도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메가프로젝트가 추진되는 권역을 메가특구로 지정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노동 분야에서는 ▲주 52시간 상한 적용 제외 ▲연장·야간·휴일수당 대신 일반수당 지급 ▲선택근로제 확대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 연장 ▲파견근로 허용 확대 등이 거론된다. 과거 반도체특별법 논의 과정에서 무산됐던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메가특구에 한정해 다시 추진하는 셈이다.


재계 "첨단산업 골든타임…근로시간 유연화 필요"

재계는 첨단산업의 기술 경쟁력을 좌우할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노동 유연성이 필요하다며 환영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국가첨단전략기술 기업 468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42.9%가 메가특구 성공을 위해 '핵심 규제 면제 및 유예'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노동 규제 특례 중에서는 50.6%가 'R&D 인력 근로시간 유연화'를 가장 필요한 과제로 꼽았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메가특구가 새로운 성장 해법이 되려면 수도권 선호 현상을 상쇄할 과감한 규제 혁파가 선행돼야 한다"며 "대한민국 혁신 생태계를 이끄는 규제 프리존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종훈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상임이사도 "반도체 등 핵심 산업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R&D 부문의 유연한 근로시간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노동계 "과로 제도화"…양대 노총 반발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양대 노총은 메가특구법에 노동 규제 완화가 포함될 경우 노동권이 후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는 "사회적 반대로 철회된 노동규제 완화를 우회 추진하는 편법"이라며 "장시간 노동은 생산성과 창의성을 떨어뜨리고 특구의 예외가 첨단산업 전반으로 확산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도 입장이 갈린다. 여당 내부에서는 규제 완화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동시에 신중론도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3대 메가프로젝트 지원 특별위원회' 소속 장철민 의원은 11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현장 간담회에서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용인 클러스터 완공 시점을 앞당기기 어렵다"며 "국가의 변화와 일하는 방식의 전환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강준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당내에 일부 이견이 있어 충분한 숙의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30일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화물터미널에서 관계자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를 항공기에 탑재하고 있다.  공동취재 연합뉴스

지난 30일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화물터미널에서 관계자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를 항공기에 탑재하고 있다. 공동취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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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인 국민의힘은 오히려 적용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국가 경쟁력에 필요한 제도라면 특구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첨단산업 전반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동진 의원은 반도체 연구인력 전체에 주 52시간 예외를 적용하는 반도체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정작 기업 수요는 크지 않다" 반론도

주 52시간 특례가 실제 기업 수요에 부합하는지를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우 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6개월간 반도체 R&D 분야에서 신청된 특별연장근로는 총 62건이었다. 이 가운데 인가 기간을 6개월로 신청한 사례는 4건(6.4%)에 그쳤다. 이 의원은 "주요 반도체 기업이 인가받은 특별연장근로 시간조차 모두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재계가 현장 수요와 다른 노동시간 규제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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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도 산업 경쟁력과 노동권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지형 경사노위 위원장은 "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노동계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공감할 것"이라면서도 "노동 관련 특례 조항은 노동계의 핵심 관심사인 만큼 우려를 해소할 방안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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