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삼전·하닉 목표가 줄줄이 하향
"하반기 성장률 둔화…변동성 확대"
한때 '40만전자'와 '420만닉스'를 거론하며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장기화를 점쳤던 증권가들이 목표주가를 잇달아 낮추며 눈높이를 조정하는 분위기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지만, 공급 증가와 수요 둔화,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거센 추격, 여기에 2027년 전후 공급 증가 가능성이 동시에 부각되면서 반도체 피크아웃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11일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39만원에서 35만원으로, SK하이닉스는 22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투자의견은 두 종목 모두 '매수'를 유지했다.
키움증권, 중장기 이익 전망 대폭 낮춰
이번 조정의 핵심은 중장기 실적 전망의 변화다. 박 연구원은 "실적 전망치 및 시장 금리 조정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AI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호황이 2028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뒀지만 이번 전망에서는 올해를 실적 성장의 정점으로 보고 내년부터 이익 증가세가 둔화하거나 감소할 가능성을 반영했다.
SK하이닉스의 2027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기존 262조원에서 221조원으로 15.6% 낮아졌다. 2028년 전망치도 266조원에서 207조원으로 22.2% 하향 조정됐다.
삼성전자 역시 장기 실적 눈높이가 크게 낮아졌다. 2027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414조원에서 352조원으로 15.0%, 2028년 전망치는 439조원에서 321조원으로 26.9% 각각 내려갔다.
목표주가 조정 속도도 눈에 띈다. 키움증권은 지난달 8일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43만원에서 39만원으로 낮춘 데 이어 한 달여 만에 다시 35만원으로 조정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달 30일 260만원에서 220만원으로 내린 뒤 보름도 지나지 않아 210만원으로 추가 하향했다.
공급 증가에 수요 둔화까지…중국 추격도 변수
증권가가 가장 주목하는 변수는 메모리 가격과 공급 사이클이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높아진 메모리 가격을 부담으로 인식하면서 부품 구매를 보수적으로 가져갈 가능성이 커졌고, 노트북과 PC용 메모리 수요 역시 연초 예상보다 약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장기 공급 계약에 따른 대규모 증설이 본격화되면 2027년부터 범용 메모리 시장의 공급 증가가 업황을 압박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가 강한 수요를 유지하더라도 범용 메모리의 공급 증가와 수요 둔화가 동시에 나타날 경우 전체 메모리 업황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 업체들의 시장 침투 역시 변수로 꼽힌다. 박 연구원은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장비 국산화를 기반으로 PC·서버 시장에 진입하고 있으며,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도 중국산 장비를 활용해 모바일과 클라이언트 SSD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HBM4와 기업용 SSD(eSSD) 시장 점유율을 높일 가능성이 있는 반면, 중국 메모리 업체의 점유율 확대가 동시에 진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6월19일 장중 37만4000원까지 올랐지만 11일 23만9500원에 마감했다. 고점 대비 약 36% 떨어진 수준이다. SK하이닉스 역시 6월25일 장중 298만7000원까지 상승한 뒤 11일 142만5000원으로 내려오며 고점 대비 절반가량 하락했다.
다른 증권사들도 지난달 말부터 삼성전자의 목표가를 낮추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55만원에서 37만원, 신한투자증권은 59만원에서 45만원, 삼성증권은 50만원에서 40만원으로 목표가를 하향 조정했다.
"35만원"부터 "60만원"까지…극과극 전망
다만 최근의 목표주가 하향을 증권가 전체의 반도체 업황 비관론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향후 실적을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갈리면서 목표주가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KB증권은 지난 10일 삼성전자 목표주가 60만원과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17% 증가한 112조원에 달하며 4개 분기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했다. D램과 낸드의 3분기 영업이익률도 각각 83%, 71%로 추정했다.
KB증권은 메모리 공급 부족이 최소 3년간 이어질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빅테크 고객사의 현재 메모리 수요 충족률이 약 60%에 그치고 있으며 신규 메모리 팹 완공까지 3년 이상이 걸린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내년 삼성전자 HBM 평균 판매가격이 올해보다 2배 이상 높아지고 HBM4 시장 점유율이 44%에 달해 업계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향후 주주환원 규모 역시 변수로 제시됐다. KB증권은 삼성전자의 신규 주주환원 규모가 연간 최소 100조원에서 최대 200조원에 달할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현 주가 기준 배당수익률이 7%를 웃돌 수 있다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를 둘러싼 시각차는 더욱 크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29일 목표주가를 420만원에서 280만원으로 33.3% 낮췄고, 신한투자증권은 420만원에서 270만원으로 35.7% 하향했다. NH투자증권은 410만원에서 340만원, 대신증권은 390만원에서 320만원, 삼성증권은 35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각각 낮췄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380만원에서 470만원으로 23.7% 올렸다. 이에 따라 증권사별 목표주가가 최저 270만원에서 최고 470만원까지 200만원이나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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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전망의 차이는 AI 메모리 수요가 지속되는 기간과 메모리 가격의 방향, 그리고 공급 증가가 실제 업황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서 갈린다. 단기적으로는 HBM 수요가 두 회사의 실적과 주가를 지지할 수 있지만 공급 확대가 예상보다 빨라질 경우 현재 주가에 반영된 장기 성장 기대를 정당화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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