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식료품·공과금 결제에 카드 의존 확산
응답자 30% "못 갚을 걸 알면서도 사용"
저소득층 최소 결제 미납률, 고소득층 3배

미국에서 식료품과 공과금 같은 필수 생활비를 빚으로 메우는 가구가 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월마트 모습으로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월마트 모습으로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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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미국 USA투데이는 마케팅 기업 '옴니센드'의 소비자 설문을 인용해 "식비를 대려고 돈을 빌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사는 지난 6월 소비자 107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응답자 30%는 최근 3개월간 식료품과 기름값, 공과금, 의료비를 결제하면서 대금을 다 갚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신용카드를 긁었다고 답했다. 지인이나 친척에게 돈을 빌린 비율은 20%, 후불 결제 서비스(BNPL)를 쓴 비율은 18%였다. 다른 용도로 모아둔 저축을 헐어 쓴 응답자도 17%로 집계됐다.


카드에 기대는 흐름은 소득 상위 구간에서도 나타났다. 연 소득 7만 5000~9만 9900달러(약 1억 600만~1억 4100만원) 응답자의 약 40%, 15만달러(약 2억 1200만원) 이상 최고 소득 구간의 약 35%가 필수재 구입에 신용카드를 썼다고 답했다.

그러나 상환에서 무너지는 쪽은 저소득층이었다. 미국 어번연구소가 지난달 공개한 '2025년 기본 욕구 조사'를 보면 18~64세 성인 4명 중 1명 이상이 식료품을 신용카드로 산 뒤 대금을 다 갚지 못했다. 이 가운데 최소 결제 금액마저 내지 못한 비율은 8.7%로 지난 2023년 조사(7.1%)보다 높아졌다. 저소득·중간소득층을 합산하면 최소 결제를 내지 못한 비율이 약 12%로 고소득층의 3배였고, 후불 결제 대금을 밀린 비율도 4배 수준이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신용카드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신용카드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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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으로 옮겨간 생활비는 공식 통계에도 잡힌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11일 내놓은 '2분기 가계부채·신용 보고서'를 보면 6월 말 기준 신용카드 대출 잔액은 1조 2600억달러(약 1783조원)로 직전 분기보다 210억달러 늘었다. 90일 이상 연체된 카드 대출 비중은 12.9%로, 2022년 3분기 비해 2배가량 늘었다.


에모리대 고이주에타 경영대학원의 살로니 피라스타 바스타니 부교수는 최소 결제조차 못 하는 비율이 오른 대목을 두고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신호"라고 짚었다. 그는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이 정도로 힘들다면 그보다 소득이 낮은 계층은 훨씬 더 힘들 것"이라며 "품목 하나가 오른 게 아니라 장바구니 전체로 인상이 번져 사람들이 체감하기 시작하는 문턱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기업을 향한 불신도 짙어졌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 85%는 '기업들이 인플레이션을 구실로 필요 이상 값을 올린다'고 봤고, 89%는 '가격을 그대로 둔 채 포장 용량만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을 평소 알아챈다'고 답했다. '예전에 좋아하던 브랜드에 대한 감정이 달라졌다'는 응답이 67%였고, 이 가운데 56%는 아예 구매를 끊었다. 물가 상승의 책임이 기업보다 정부에 있다고 본 비율은 45%였다.


테네시주에 사는 사서 알렉산드라 톰슨(31)은 매체 인터뷰에서 "남편과 맞벌이로 연간 7만달러(약 9900만원)를 벌지만,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소득 기준에는 조금 못 미친다"며 "카드 한도가 모두 차면서 지금은 아홉 살 아들과 세 식구가 매주 현금으로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장을 본다"고 밝혔다. 그는 "구독 서비스를 전부 해지하고 외식도 한 달에 한두 번으로 줄였는데 적자를 겨우 면한다"며 "이렇게 사는 데 아무런 즐거움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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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을 진행한 '옴니센드' 관계자는 "비상시에나 기대던 재정 안전망이 이제는 매달 반복되는 일상이 됐다"며 "가계가 필수품을 사려고 빚을 내면서 돈값을 못 한다고 느낀다면 자기 재정과 가격을 올린 기업 양쪽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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