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의 사회학]②'사람 잡는' 더위, 경계선에 더 가혹했다
기초수급 복지할인 늘어날 때 차상위는 감소
냉난방 상시 사용과 에너지 지출도 더 낮아
"단순소득 아닌 폭염 취약성 고려·지원해야"
40도를 뛰어넘는 역대급 폭염이 닥치면서 숨겨진 에너지 빈곤층이 드러나고 있다. 같은 저소득층이라도 지원에서 비켜난 차상위계층이 기초생활수급자보다 냉난방 이용을 억제하는 등 폭염에 취약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단순 소득 수준으로만 지원 여부를 판단하는 복지 시스템을 구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한국전력공사가 공개한 전력데이터에서 여름철 폭염이 심각했던 2018년과 2024년 6~8월 복지할인 실적을 재집계한 결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156만7925건(전체 32.0%)에서 309만1024건(54.5%)으로 크게 증가했다. 차상위계층은 44만9702건(9.2%)에서 42만1429건(7.4%)으로 감소했다.
무더위가 한창이던 3일 서울 영등포구 63빌딩 전망대에서 열화상카메라로 촬영한 서울 도심과 한강의 모습. 온도가 높을수록 붉은색, 낮을수록 푸른색으로 표시된다. 연합뉴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가구의 소득·재산 등이 일정 기준 이하인 경우에 해당한다. 생계·의료·주거·교육 등에 대한 급여를 받는다. 차상위계층은 소득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의 절반 이하인 사람이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 해당하지 않는 계층으로, 비수급 빈곤층을 포함하고 있다.
2018년과 2024년 여름을 비교할 때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복지할인은 그 건수가 2배 가까이 증가하며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지만, 차상위계층은 절대 건수와 비중 모두 줄었다.
이 기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116만가구에서 188만가구로 61.7% 늘었는데, 복지할인은 97.1% 늘어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2018년 이후 기초생활보장 문턱이 낮아지면서 차상위계층 일부가 편입됐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두 집단의 지원 격차를 단정하긴 어렵지만, 저소득층 안에서도 제도적 지원의 경계에 놓인 계층이 복지 혜택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같은 사각지대는 관련 연구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서울연구원이 2019년 서울 저소득가구 602가구를 방문 조사한 결과, 전체 가구의 에어컨 보유량은 가구당 평균 0.89대였지만 저소득가구는 0.18대에 그쳤다. 더위나 추위를 느낄 때 냉난방기기를 '상시 사용한다'고 답한 비율은 기초생활수급가구가 25.0%로 가장 높았고 차상위계층 18.5%, 기타 저소득가구 14.6% 순으로 나타났다.
냉난방을 위한 지출액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기초생활수급가구의 월평균 에너지 지출액은 3만6512원이었지만, 차상위계층은 3만4854원으로 더 적었다. 가정용 전기요금을 1kWh당 150~250원이라 가정하고 에어컨 소비전력으로 단순 환산하면 월 7~16시간 에어컨을 더 가동할 수 있는 차이다. 1년 전체 평균인 만큼 에너지 소비가 몰리는 여름·겨울에는 차이가 더 커질 수 있다.
이에 따라 폭염 취약성을 단순히 소득 수준으로만 판단해선 안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식적인 복지 대상에 포함됐는지, 냉방기기를 보유했는지, 전기료를 감당할 여력이 있는지 등에 따라 같은 저소득층 안에서도 폭염에 대응하는 능력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서다. 폭염 문제가 심화할수록 제도 '안'보다 경계선에 놓인 이들을 찾아내는 촘촘한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저소득층 내 에너지 격차는 소득·자산 조사 결과로 가난한 사람에게만 돈을 주는 공공부조 원리에서 필연적인 결과"라며 "지원할 때마다 기준선을 어떻게 설정하는지에 따라 비슷한 형편일지라도 심각한 차이가 발생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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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는 복지 시스템의 구조적 변화를 요구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소득보장은 대충하고 결여된 부분만 땜빵하듯이 나눠주는 것"이라며 "국가의 사회보장비가 지급되는 전달체계를 정비하고 소득보장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폭염·기후 문제는 시스템을 바꾸기 전부터 '어떤 경우라도 죽지 않도록' 사회가 보장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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