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보다 강한 협상 지렛대 부상
트럼프 선택지 좁아져
이란이 핵 프로그램보다 호르무즈 해협 통제에 전략적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미군 정보당국이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이 무력으로 해협 장악에 나서더라도 상당한 인명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데다 승리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란은 이 같은 군사적 부담을 지렛대로 삼아 미국의 제재 해제와 동결 자금 반환 등을 해협 개방의 조건으로 내걸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NBC방송에 따르면 사안을 잘 아는 복수의 미 당국자는 미군 정보당국이 이란의 전략적 우선순위가 핵 프로그램에서 호르무즈 해협으로 이동했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미군 관계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무력을 동원해 호르무즈 해협 장악을 시도할 수는 있지만,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전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막대한 비용과 인명 피해가 뒤따를 수 있다는 평가도 전달됐다.
미국이 해협 장악 작전에 돌입하면 미군 다수가 부상하거나 전사할 수 있으며 미 군함에 대한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도 예상된다는 것이다. NBC는 이 같은 전망을 유럽과 걸프 지역 국가들도 공유하고 있으며 미국 측에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역시 호르무즈 해협을 대미 협상의 핵심 카드로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총사령관 출신으로 최근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에 임명된 모흐센 레자이는 이날 자국 주재 중국 대사와 만나 미국이 전쟁을 끝내고 동결된 이란 자금을 풀지 않는 한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레자이 사무총장은 "미국은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 오만만의 불안정을 초래하는 근원"이라며 "호르무즈 해협은 미국이 태도를 바꾸고 이란의 조건을 수용할 때까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제재 해제와 동결 자금 반환을 요구하는 한편 레바논과 가자지구를 포함한 역내 전쟁 종식, 중재국을 통해 미국에 전달한 다른 조건들의 이행도 촉구했다.
특히 이란과 오만이 협상 중인 해협 통항 관리 방안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는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란·오만 간 합의가 성사되더라도 미국이 이란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해협 봉쇄를 계속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유럽 당국자 2명도 NBC에 이란이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면서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핵 프로그램보다 해협을 더 강력한 지렛대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으로서는 군사적 선택지가 제한될수록 협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해협을 무력으로 장악하려면 상당한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반면 이란의 요구를 받아들이거나 군사적 압박을 낮출 경우 이란 비핵화라는 당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이란의 해협 통제력을 사실상 인정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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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미국과 이란은 당초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미국의 대이란 해상봉쇄 해제를 추진하면서 이후 60일간 이란 비핵화 등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양측의 무력 공방 속에 후속 협상은 진전을 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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