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논쟁] "각료들이 다투라"는 李…김정관·김영훈 말말말 뜯어보니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각료들이 논쟁하고 다퉈야 국민들이 다투지 않는다"면서 각 부처가 정부 정책을 두고 활발히 토론할 것을 주문했다. 2026.8.11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각료들에게 정책을 놓고 적극적으로 논쟁하라고 주문하면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의 '주 52시간제' 논쟁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두 장관은 주 52시간제뿐 아니라 반도체·인공지능(AI) 산업의 성과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놓고도 시각차를 보여왔다.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 완화와 재투자에 무게를 두는 김정관 장관과 노동권·사회적 대화와 성과 공유를 강조하는 김영훈 장관의 대립 구도가 선명해지고 있다.
李 대통령 "갑론을박→논쟁→조정→결론, 가장 민주적"
이 대통령은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각료들이 논쟁하고 다퉈야 국민들이 다투지 않는다"며 부처 간 이견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토론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주 52시간 예외 적용을 둘러싼 산업통상부와 고용노동부의 이견을 직접 거론하며 "갑론을박하고 논쟁해 조정하고 결국 일정한 결론에 이르는 과정이 가장 민주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현안에 대해 부처가 다른 의견을 가진 것 자체가 문제인 것처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기업인과 노동자가 싸우지 않게 기업 입장을 대표하는 산업부와 중소벤처기업부, 노동자를 대변하는 노동부가 정책을 두고 치열하게 논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김정관·김영훈 장관의 이견을 정부 정책을 조율하는 정상적인 과정으로 인정한 셈이다.
'주 52시간 예외'의 출발점은 노동부…노동계 반발 후 기류 변화
두 장관의 시각차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사안은 주 52시간제다. 특히 논쟁의 출발점이 당초 노동부였다는 점이 눈에 띈다.
메가특구 규제 특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노동부가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연구개발(R&D)·생산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제 예외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자 동의를 전제로 소득 상위 3% 수준의 관리자·R&D 인력에 대해 근로시간 상한을 없애고,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 대신 일반 수당을 지급하는 이른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등이 검토됐다.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기간을 1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고, 특구 내 파견근로 허용 범위를 넓히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김영훈 장관은 장시간 노동이 기업 경쟁력에 직결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그는 "반도체 특별법도 주 52시간 예외가 빠지면 앙꼬 없는 찐빵이라고 했지만 지금도 기업들은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다"며 예외 도입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노동계와의 사회적 대화를 통해 대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반면 김정관 장관은 규제 완화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김 장관은 "일하겠다는 젊은 사람들의 의지를 제도가 강제로 막아서는 안 된다"며 반도체·AI 등 첨단산업의 R&D 인력에 보다 유연한 근로시간 제도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중국 등과의 기술 경쟁에서 속도가 중요한 만큼 획일적인 근로시간 규제가 산업 경쟁력을 제약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반도체 성과 '재투자'냐 '공유'냐
반도체 초호황을 계기로 초과이익 배분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두 장관이 하루 사이로 관련 토론회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김영훈 장관은 14일 고용노동부가 연 'AI 기술혁신에 발맞춘 새로운 사회 혁신의 길 토론회'에 "천문학적인 AI 성과는 우리 사회가 함께 만들어 낸 이익의 총량"이라며 "투자냐 분배냐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우리에게는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사회계약이 필요하다"면서 "정부는 이 토론회에서 나온 모든 질문들을 소중히 담고 전문가 논의 등을 거쳐 이른바 '녹서'로 정성껏 엮어 여러분 앞에 내놓겠다"고 했다.
김정관 장관은 다음날인 15일 열린 'AI 시대의 기업 투자와 노동의 미래' 토론회에 참석해 AI 시대에는 기업의 이익을 미래를 위한 투자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성경 속 요셉 이야기를 예로 들며 "요셉은 풍년 7년 동안 곡식을 비축해 흉년 7년을 대비했지만, 풍년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나라들은 흉년이 왔을 때 요셉과 이집트에 무릎을 꿇고 곡식을 빌려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 시대의 횡재가 다음 시대 경쟁력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그 부는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며 "지금의 이익을 일시적인 성과로 소비할 것인지, AI를 준비하는 새로운 투자로 연결할 것인지가 대한민국 산업과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오늘의 이익은 내일의 반도체 공장, AI 데이터센터,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과 인재 양성에 투입돼야 한다"고 했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앞에서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 조합원들이 성과급 격차 등에 반발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7.16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N%성과급 문제있다 한목소리
N% 성과급 문제에서는 두 장관 모두 현재의 방식에 손질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통점이 있다. 김정관 장관은 "회사의 주인인 주주와 투자자의 이익에 반하는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거액의 성과급을 지급할 경우 이사회나 주주총회의 동의를 거치도록 하는 방안을 관계 부처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의 이익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기본적으로 주주와 기업의 의사결정 영역이며, 정부가 산업 경쟁력 차원에서 기업의 재투자를 유도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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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장관은 'N% 성과급' 논란과 관련해 제도적으로 정리할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이달 중 구체적인 범위를 마련할 계획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영업이익 N% 성과급' 논란과 관련해 "이런 게 쟁의 대상이 되느냐"며 김영훈 장관에게 관련 시행규칙을 정리할 것을 지시했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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