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창업자의 미국 창업 증가 추세
풍부한 투자 자본과 넓은 시장 저변 기회
美 성과 기반 국내 경제 활성화 사례도

최근 한인 창업가들 사이에서 창업 초기부터 미국에 법인을 두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계 스타트업이 '미국 창업'을 선택하는 것은 글로벌 시장을 더 이상 진출의 대상이 아닌 시작의 무대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이들의 도전은 미국에서 이뤄지지만 국내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에서 거둔 성과를 기반으로 국내에서 일자리를 창출함은 물론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경제 선순환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어서다. 국외 창업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확대되고 있다.


12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올 4월 기준 미국의 한인 창업 스타트업은 193개로 집계됐다. 미국에 본사를 둔 한국인 또는 한국계 미국인 등 해외 한인이 창업한 스타트업의 수다. 설립 연도 기준으로는 2021년 8개에서 2024년 30개로 증가세가 가파르다. 미국 진출 방식은 현지 창업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국내 법인에서 미국 법인으로 본사를 이전하는 '플립(Flip)' 방식도 병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3개 기업 중 161개사(83.4%)가 미국 현지에서 창업했고, 나머지 32개사(16.6%)는 플립 방식을 선택했다.

[Why&Next]美로 가는 韓창업자, 내수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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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부한 투자 자본·100배 큰 시장 규모

미국에서 창업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보다 풍부한 투자 자본과 넓은 시장 저변 때문이다. 현재 미국 소재 벤처캐피털(VC)은 3000개 이상으로 한국의 10배를 웃돈다. 투자자 풀이 큰 만큼 기업 가치 평가 기준도 한국보다 다양하다. 경쟁력만 검증되면 극초기 스타트업이라도 대규모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시장 규모가 커 '스케일업'에도 유리하다.

올해 미국 델라웨어에서 창업한 인공지능(AI) 영상 스타트업 숨랩스도 시장과 기회를 찾아 미국을 선택한 경우다. 허채원 숨랩스 공동 창업자는 "제일 큰 무대에서 도전하고 싶어서 처음부터 미국에서 시작하기로 했다"며 "AI 비디오 생성 플랫폼 시장 규모로 보면 국내와 미국은 격차가 많게는 50~100배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숨랩스는 창업 1년 차지만 이미 미국계 VC인 파운더스의 초기 투자를 유치했다. 국내 VC 관계자는 "미국은 자국에 본사를 둔 기업에 투자를 선호해 현지 자본 조달을 위해서는 미국에 법인을 세우는 게 필수로 여겨진다"며 "투자 유치 후에 투자사 네트워크를 활용한 거래처 발굴이나 후속 투자 연계도 유리해 조기 시장 안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미국 진출이 성장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창업 스타트업의 성과에는 개별 기업의 기술력, 시장 환경, 투자 유치 역량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현재 미국의 한국계 스타트업은 약 66% 이상이 프리 시드 및 시드 단계에 집중돼 있다. 다수의 기업이 아직 성장 초기 단계라는 얘기다. 빠르게 성장한 스타트업 중에선 센드버드, 몰로코, 눔, 스토리프로토콜 등 6곳이 유니콘으로 등극했다. 1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유치해 '넥스트 유니콘' 후보로 꼽히는 곳으로는 아모지, 나이트라, 트웰브랩스 등이 있다. 이들 기업은 설립 후 약 5~6년 이내에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성장 궤도에 진입했다. 국내 스타트업의 유니콘 도달 평균 기간이 약 9년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성장 속도가 빠르다는 분석이다.

美 성과로 내수시장 활성화 기여 사례도

눈에 띄는 것은 미국에서 두각을 나타낸 스타트업 중 내수시장 활성화에 기여하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창업한 뒤 피지컬 AI 사업을 펼치고 있는 디펜스테크 기업 본에이아이가 대표적이다. 본에이아이는 지난해 경북 상주시 소재 드론 제조사 디메이커스를 인수한 이후 인근 지역 마이스터고 졸업생 등을 발탁했다. 최근에는 실리콘밸리에서 AI를 개발하던 핵심 인력까지 상주 연구개발(R&D) 센터로 데려왔다.


여기에 더해 폐교된 상주시 공검중학교 유휴 부지를 드론 실증 테스트와 교육이 이뤄지는 공간으로 탈바꿈해 활용 중이다.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에서 연구·제조·테스트를 아우르는 인프라를 직접 구축한 것이다. 본에이아이 관계자는 "디메이커스를 인수한 이후 현지 근무 인력이 인수 전 대비 45%가량 늘었다"며 "상주시를 시작으로 전국 주요 거점으로 R&D 및 생산기지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에이아이가 공검중학교 내에 구축한 드론 통합 관제실

본에이아이가 공검중학교 내에 구축한 드론 통합 관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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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 치료 모니터링(RTM) 솔루션이 주력인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픽스업헬스도 국내 인력 채용에 적극적이다. 픽스업헬스는 미국에서 RTM 서비스에 대한 보험 수가 획득이 가능해진 것을 계기로 2024년 한국에서 실리콘밸리로 본사를 옮겼다. 이후 제품 개발, 연구, 디자인 등 핵심 기능은 국내에서 수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도 핵심 개발 인력에 이어 프로덕트 매니저, 사업 개발 등 다양한 직군에서 국내 인재를 뽑았다. 임상원 픽스업헬스 대표는 "미국은 고객과 투자자가 몰려 있는 시장이고, 한국은 우수한 개발 인재를 확보하기 좋은 환경"이라며 "제품 경쟁력의 기반이 되는 핵심 조직은 국내에 두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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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 창업기업을 지원하는 정책도 본격화됐다. 중소벤처기업부의 '모두의 창업 글로벌 프로젝트'는 재외국민과 유학생의 해외 창업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해외 한인 창업 생태계에 투자하는 'K-파운더 펀드'도 올해 1000억원 이상 규모로 출범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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