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국무회의 주재
"연체채권 무조건 팔아 추심 고통 줘선 안돼"
금융기관 적극적 채무정리 주문
기초연금도 '하후상박' 개편 지시
고립가구·돌봄가족 선제 발굴 강화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자살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경제적 어려움과 과도한 부채를 지목하고 "갚을 수 없는 부채는 시스템에 의해 청산해 새출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기관 등이 회수하기 어려운 연체채권을 무조건 매각해 장기간 추심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채무를 조정·정리하도록 제도를 개선하라는 주문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범정부 자살예방 대책을 보고받은 뒤 "자살 원인은 아주 다양하겠지만 마지막 단계에서는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이환된 경우가 많을 것"이라면서도 "그 원인은 결국 사는 것이 고통스럽고 외롭고 힘든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특히 경제적 위기와 부채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가족 동반 자살 같은 경우를 보면 빚에 쪼들리고 생계에 문제가 생겼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해결할 수 없는 빚에 대한 경각심은 끊임없이 가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선진국들이 하는 것처럼 시스템에 의해 갚을 수 없는 부채는 청산하고 새출발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을 현장에서 끊임없이 실현해야 한다"며 "여전히 갚을 수 없는 빚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채무자의 상환 능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빚을 져서 못 갚는 것이 기본적으로 채무자의 잘못이지만, 이를 고려하지 않고 과도하게 돈을 빌려준 채권자의 책임도 있다는 게 최근의 일반적인 입장"이라며 "전문적인 대출업자는 일정 부분 채무가 이행불능 상태가 될 것을 감안해 비용에 사전 반영하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용회복위원회와 금융기관의 적극적인 채무정리를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신용회복이나 파산·면책 신청을 대행하는 데도 상당한 비용이 들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결국 신용회복위원회든 금융기관 또는 대출기관 스스로 정리하고 청산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무조건 팔아서 추심하는 고통을 가하지 않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정 장관은 이 자리에서 심리부검 결과 자살 사망자의 약 54%가 사망 당시 부채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78%는 가구 월소득이 200만원 미만인 저소득층이었다고 보고했다. 올해 들어 자살 사망자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도 내놨다. 정 장관은 올해 5월까지 잠정 통계를 기준으로 자살 사망자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733명, 12.3% 감소했으며 5월까지 사망자는 약 5200명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자살 사망자는 약 1만3900명이었다.
이 대통령은 이런 감소세에도 "여전히 많은 상태"라면서 한국의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세 배에 가깝다는 점을 확인한 뒤 "우리가 관심을 많이 못 기울였기 때문에 생긴 일인데 좀 더 챙겨달라"고 주문했다.
기초연금 제도 역시 자살예방과 빈곤 대책이라는 관점에서 손질할 것을 지시했다. 현재 기초연금이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지급되면서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계층에도 상당한 금액이 지급되는 반면, 빈곤도가 높은 노인에 대한 지원을 더 두텁게 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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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똑같은 50여만원이 가진 가치가 너무 다르다"며 "앞으로 올라갈 부분이나 현재 지급하는 부분을 하후상박형으로 조정하자"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기초연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기준이 이상해서 빠지는 사람도 있고, 굳이 해야 하나 싶은 경우에도 지급하는 경우가 있다"며 "번잡하더라도 세부 기준을 잘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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