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협력단체 활동·일본식 생활 기록
"친일 의혹 사실무근" 하루 만에 사과

하영.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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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하영(본명 안하영)이 여러 차례 자랑스럽다고 말한 증조부 안상호에게 일제강점기 친일단체 활동 기록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안상호는 1916년 친일단체 대정실업친목회 평의원에 이름을 올렸고, 조선총독부 기관지는 그의 가정을 일본에 동화된 사례로 소개했다. 소속사는 10일 증조부의 친일 의혹을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지만, 하루 만인 11일 해당 기록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하영은 그동안 방송과 인터뷰에서 가족의 의료계 이력을 여러 차례 소개했다. 지난해 1월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 공개를 앞둔 인터뷰에서는 증조부가 한양에서 처음 양의원을 연 의사이며 고종을 진료했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 감사한 일이다. 당연히 자랑스럽다"며 "제가 누가 되지 않게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7일 방송된 KBS 2TV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도 증조부 이야기를 꺼냈다. 하영은 "증조할아버지는 일본에서 양의학을 배워 한국에서 개원하신 첫 의사셨다고 들었다"며 할아버지와 아버지, 언니도 의사라고 말했다. 방송은 증조부를 소개하며 '고종 황제도 치료'했다는 자막을 내보냈다.


방송 뒤 하영의 증조부가 안상호(1872~1927)라는 사실과 그의 일제강점기 행적이 함께 알려졌다. 안상호의 친일단체 활동은 오래전 학술 연구에 기록됐다. 이정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연구위원이 2007년 한국민족운동사학회 학술지에 발표한 '최초의 근대 개업의 안상호의 생애와 활동'에 따르면 안상호는 1916년 11월29일 조직된 대정실업친목회 평의원을 맡았다. 논문은 일본인 여성과 결혼한 안상호가 당시 '일선동화(日鮮同化)'의 사례로 꼽혔다고 기록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도 대정실업친목회를 '1916년 서울에서 조직된 친일 단체'로 설명한다. 일제가 집회와 결사를 억압하던 무단통치기에 만들어졌으며 조선인을 식민통치에 순응시키는 방안을 연구 과제로 삼았다.


단체에는 일제강점기 주요 친일 인사들이 참여했다. 민영기가 회장을 맡았고 이완용·민영휘·이윤용 등이 고문으로 이름을 올렸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이 단체가 일제의 '일선 융화' 정책을 선전하는 데 이용됐다고 설명한다.


안상호의 행적은 당시 신문에도 남았다. 1918년 12월10일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는 '전연히 내지화한 의사 안상호 씨의 가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기사는 안상호의 가정을 일본과 조선의 동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다뤘다. 안상호가 일본인 여성과 결혼하고 일본식 옷과 음식을 따르는 등 생활 전반을 일본식으로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집에서 조선어를 쓰지 않아 자녀들이 조선어를 모르고 조선인과 교류도 거의 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실었다.


매일신보는 일제가 1910년 대한제국을 강제 병합한 뒤 대한매일신보를 인수해 이름을 바꿔 발행한 조선총독부 기관지다. 총독부는 이 신문을 식민통치 정책을 알리고 선전하는 데 활용했다. 매일신보는 안상호의 가정을 일본에 동화된 사례로 소개했다.


안상호는 근대 한국 의학사에도 이름을 남겼다. 1898년 관비 유학생으로 일본에 건너가 도쿄 자혜병원 의학교에서 공부했고 귀국한 뒤 서울 종로에 진료소를 열었다. 이정은 연구위원은 논문에서 안상호를 한국 최초의 근대 개업의로 평가했다.


그는 일본인 의사 중심의 경성의사회에 맞서 한국인 의사들이 만든 의사연구회 부회장을 맡았다. 1909년 콜레라가 유행했을 때는 김필순 등과 방역 활동을 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2009년 펴낸 '친일인명사전'에는 안상호의 이름이 없다.

하영. 넷플릭스 유튜브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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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 진료도 했다. 대한제국 관보에는 1909년 8월25일 안상호를 시종원 전의로 임명한 기록이 남아 있다. 이후 황실 촉탁의와 개업의로 활동하며 왕실을 진료했다. 하영이 방송과 인터뷰에서 언급한 고종 진료도 이 시기 이력과 관련이 있다.


안상호의 이름은 고종 독살설에도 등장한다. 1919년 1월 고종이 갑자기 숨지자 일제가 독살했다는 소문이 퍼졌고 안상호가 관여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영친왕의 부인 이방자 여사는 회고록에 조선총독부가 시의 안상호에게 독살을 지시했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적었다. 이왕직에서 근무한 일본인 곤도 시로스케의 기록에도 민병석·윤덕영 등이 총독부 관계자와 모의해 안상호에게 독을 쓰도록 했다는 유언비어가 있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논란이 커지자 하영 측은 처음에는 친일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소속사 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는 10일 "증조부가 안상호 선생인 것은 맞다"면서도 "온라인상에서 제기된 친일 의혹 관련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하루 뒤 소속사는 입장을 바꿨다. 11일 "추가 확인 결과 증조부 안상호 선생이 1916년 대정친목회의 평의원 명단에 이름이 올라 있는 기록이 실제로 존재함을 확인했다"며 "충분한 검증 없이 '사실무근'이라 성급히 답변해 혼란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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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사는 "역사적 사실과 한 인물의 이력을 대중에 전하는 일에 얼마나 신중한 검증이 필요한지 이번 일을 통해 깊이 깨달았다"며 "하영 역시 이번 일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깊이 새기고 앞으로 더욱 신중하고 겸허한 자세로 임하겠다"고 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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