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활성 구독 계정 1억 5500만건 달해
쓰지도 않는 결제액 3조 660억원 추산
버넘 "가입은 몇 초, 해지는 미로" 지적
영국 정부가 해지하기 어려운 구독 서비스와 '무늬만 할인' 행사를 겨냥해 대대적인 규제에 나선다.
10일(현지시간) 연합뉴스에 따르면 앤디 버넘 영국 총리가 일간 가디언 기고에서 이른바 '바가지 상술'을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버넘 총리는 "이런 문제들이 하찮아 보여도 실제로는 생활물가 부담을 키우고 서민의 기대를 갉아먹는다"고 짚었다.
영국 정부에 따르면 영국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는 구독 계정은 1억 5500만건에 달한다. 이 중 이용자가 쓰지도 않으면서 매달 결제되는 금액만 연 16억파운드(약 3조 660억원)로 보고 있다. 가령 공짜나 할인가로 체험만 해보려던 이용자 350만명 이상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 정가 결제로 넘어갔다. 갱신 사실을 통보받지 못한 채 계약이 연장된 이용자도 130만명으로 집계됐다.
버넘 총리는 "소비자가 구독을 가입만큼 쉽게 중단할 수 있도록 하고, 기업이 통지 없이 구독 갱신을 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 많은 기업이 몇 초 만에 가입시키고는 떠나기는 불가능하게 만든다"며 "진이 빠지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새 규정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기업은 가입 시 정보를 명확히 알리고 구독 상태를 정기적으로 고지해야 한다. 체험 기간이 끝나거나 장기 계약이 자동갱신된 뒤에는 소비자에게 14일의 숙려 기간을 준다. 정부는 소비자가 원치 않는 구독을 일찍 정리할 때마다 월평균 14파운드(약 2만 6800원)를 아낄 수 있고, 전체 절감 효과는 연 4억파운드(약 766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가짜 할인'도 규제 대상이다. 판매자가 가격을 미리 올려놓았다가 깎아 소비자에게 더 큰 할인을 받는다는 착각을 주는 관행을 막겠다는 것이다. '기존 가격' 표시, 인하 폭, 권장소비자가격 등이 규제 대상이다. 버넘 총리는 "반값이라고 광고된 상품은 실제로 반값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가을 기만적 가격 관행을 디지털시장·경쟁·소비자법상 금지 행위 목록에 추가할지를 놓고 의견 수렴에 들어간다. 목록에 오르면 규제 당국은 사안마다 소비자 피해를 입증하지 않고도 조치에 나설 수 있다.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더선·더타임스·가디언 등이 속한 뉴스미디어협회(NMA)는 "정부가 충분한 이행 기간을 거듭 약속하고도 서둘러 밀어붙였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테오 뱀버 NMA 최고경영자(CEO)는 "결국 손해를 보는 쪽은 소비자"라며 "수백만 명이 이용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자의적인 새 기한에 맞추느라 더 나은 제품을 만드는 데 쓸 자원을 돌려쓰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버넘 총리는 "모든 불편을 하룻밤에 해결할 수는 없다"면서도 "정부가 돈을 아껴주거나 불필요한 장애물을 없애거나 뭔가를 더 낫게 만들 수 있는 곳이라면 그렇게 해야 하고, 그렇게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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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취임한 버넘 총리는 생활비 절감에 정책 초점을 맞춰 왔다. 그는 16년간 하원의원을 지내며 토니 블레어·고든 브라운 정부에서 각료를 맡았고, 그레이터맨체스터 시장을 거쳐 지난달 보궐선거로 의회에 복귀했다. 이번 조치는 그가 예고한 '일상의 해결책' 시리즈의 첫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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