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에 '7700만원' 줘도 사람 부족…집 찾아가고 길거리 연행해 모병하는 러
러시아군 올해 계약병 목표 41만여명
지자체·경찰이 '취약계층' 명단 확보
"온갖 사람들에 입대 계약 압박 중"
러시아가 병력 부족을 메우려 길거리 연행과 취약계층 압박 등 강압적 모병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왔다.
10일(현지시간) 연합뉴스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를 인용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할 병력을 확보하기 위해 거리에서 남성을 붙잡거나 학생들을 속여 입대 계약을 체결하게 하는 등 강압적인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대통령실과 국방부는 올해 목표치 40만 9000명을 지자체별 할당량으로 쪼개 내려보냈다.
동원령 대신 계약병에 매달리는 이유는 4년 전 경험 탓이다. 지난 2022년 예비군 30만명을 소집했을 때 공황이 번졌고 수십만명이 국경을 넘었다. 러시아 당국은 이후 돈과 압박으로 방향을 틀어 신규 입대자에게 최대 450만루블(약 7730만원)을 일시금으로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이 돈으로도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에 따르면 7월 초 기준 계약 체결자는 19만 5000명으로 목표에 미달했고, 하루 모집 인원도 1000명 정도로 지난해보다 줄었다. 서방 정보당국이 추산하는 러시아군의 월 손실은 3만명 이상이다.
러시아군 탈영을 돕는 비정부기구(NGO) '겟 로스트'의 그리고리 스베르들린 대표는 "러시아군이 사람을 구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운 동원령 선포를 미루고 있어 국방부가 온갖 사람들에게 계약서에 서명하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길거리서 붙잡아 서명"…취약계층 집 찾아가기도
할당량이 내려온 현장에서는 물리적 강제가 동원됐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러시아 남부 펜자에서는 경찰이 직장을 습격하거나 길거리에서 남성들을 연행해 모병소에서 강제로 계약서에 서명하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울리야놉스크에서는 한쪽 눈을 잃은 남성이 입대 계약을 맺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FT에 따르면 지자체와 경찰은 채무자, 최근 전역한 징집병,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남성 등 '취약계층'의 신원 정보를 확보해 집과 직장을 찾아가고 있다. 독일 국제안보문제연구소(SWP)의 러시아 전문가 야니스 클루게는 "지자체는 누가 빚이 있는지, 누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지, 누가 최근 운전면허가 취소됐는지를 파악해 이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표적은 대학으로도 넓어졌다. 미국 CNN은 지난 4월 대학들이 학생 설득에 강압과 협박을 쓰고 있다는 전문가·변호사들의 증언을 전했다. 우크라이나에 따르면 러시아 당국은 대학과 전문대에서 5만명을 모집하려 했으나 학생 400명 중 1명만 계약에 응한 것으로 파악했다.
강압적 모병에 탈영…9월 선거 뒤 2차 동원령 공포
강압적 모병이 기승을 부리면서 탈영자도 늘고 있다. 인권단체 '피스 플리'는 최소 2만 8000명이 복무 이탈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실제 탈영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러시아 내부에서는 오는 9월 하원(국가두마) 선거 이후 2차 동원령 공포가 확산하며 해외로 나갈 항공권을 알아보는 이들이 늘고 있다. 다만 러시아 국방부에 가까운 한 관계자는 FT에 추가 동원령이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며 "동원된 병력에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하고 상당한 규모의 탈영까지 이어질 경우 푸틴 정권이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러시아 정부는 이런 관측을 일축한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붕괴가 '시간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은 추가 동원령 가능성을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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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마이클 코프먼 선임연구원은 FT에 "입대율을 높이거나 동원령을 내리지 못한다면 러시아군은 다시 고갈되기 시작해 결국 전선이 무너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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