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아일랜드 잇는 해저 케이블
해리 포터 팬 항의에 경로 재설계
도비 팬들이 쌓은 돌무덤 지켜내

영국의 8000억원대 해저 전력망이 웨일스의 한 해변 앞에서 방향을 튼 사실이 알려졌다. 돌무더기로 만들어진 '해리 포터' 속 집 요정 도비의 무덤을 피하기 위해서다.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 속 집요정 캐릭터 도비. 워너브라더스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 속 집요정 캐릭터 도비. 워너브라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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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연합뉴스는 영국 BBC 방송 등을 인용해 "해리 포터 팬들이 영화 속 가상 캐릭터 도비의 '무덤' 지키기에 나서 영국의 대규모 전력망 공사의 노선을 바꿔놓았다"고 보도했다. 노선 변경 사실은 사업을 이끈 실무 책임자가 최근 한 팟캐스트에서 뒷이야기를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집 요정 도비는 조앤 K 롤링의 원작 소설과 영화 시리즈를 통틀어 팬층이 두터운 조연이다. 해리를 구하려다 숨을 거두는 이 캐릭터의 마지막 장면 촬영지가 영국 웨일스 펨브로크셔의 프레시워터 웨스트 해변이었다. 지난 2010년 11월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1부'가 개봉한 후부터 이곳에는 관광객이 몰렸다.


팬들이 쌓아 올린 돌무더기에는 '여기 해방된 요정 도비가 잠들다', '도비, 편히 쉬기를'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세계 각지에서 가져온 돌과 양말이 더해지며 규모는 해마다 불어났다. 촬영 당시 세워졌던 해리 일행의 은신처 '쉘 코티지' 세트장은 사라졌으나, 팬들이 만든 무덤은 남았다. 부지는 영국 문화유산 관리 기관 '내셔널 트러스트'가 갖고 있다.

도비의 마지막 장면 촬영지인 웨일스 펨브로크셔의 프레시워터 웨스트 해변에 팬들의 흔적이 남아있다. BBC

도비의 마지막 장면 촬영지인 웨일스 펨브로크셔의 프레시워터 웨스트 해변에 팬들의 흔적이 남아있다.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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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된 전력망은 영국과 아일랜드를 잇는 4억 3000만파운드(약 8240억원) 규모의 해저 케이블 '그린링크'로, 아일랜드 송전 사업자 에어그리드의 그레이트 아일랜드 변전소와 영국 내셔널 그리드의 펨브로크 변전소를 연결한다. 용량은 500㎿이며 아일랜드해 해저 구간 160㎞에 아일랜드 육상 24㎞, 웨일스 육상 6㎞의 지중 구간이 붙는다. 웨일스 쪽 상륙 지점이 바로 프레시워터 웨스트 해변이었다.


팬들이 공사 사실을 알게 된 건 BBC 방송이었다. '그린링크' 프로젝트 매니저 사이먼 루들램은 관계 기관과 지주, 해변 소유주, 주민들과 상륙 방식에 합의한 뒤 'BBC 웨일스'의 요청으로 현장 촬영을 진행했다. 그는 케이블이 해저와 백사장 밑을 지나 모래언덕으로 올라간 뒤 꼭대기에서 빠져나와 도로로 이어진다고 아주 상세하게 설명했다.


이 방송이 나가자 항의가 쏟아졌다. 루들램은 "정말로 전화 수백 통이 걸려 왔다"고 말했다. 정작 그는 도비가 누구인지 몰랐다. 루들램은 "한 동료가 '우리가 도비 무덤을 직통으로 지날 것 같다'고 하기에 '도비가 누군데?'라고 되물었다"며 "허구의 캐릭터인데 무슨 상관이냐고 하자 동료가 '아니다, 정말 정말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시행사는 별도 설계 인력을 붙여 무덤을 우회하는 경로를 다시 뽑았다. 루들램은 "(변경된 노선이) 진짜 청동기 시대 유적에는 꽤 가까워졌지만, 도비의 무덤은 피했다"며 "많은 사람이 만족하고 있고 도비도 행복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젝트마다 나름의 난관이 있지만, 어떤 것은 신화 같은 것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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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역 경제로 보면 도비 무덤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미국 CNN에 따르면 펨브로크셔 카운티 의회는 지역 관광 수입을 연 6억 400만파운드(약 1조 1570억원)로 추산한다. 연간 방문객은 600만명을 넘고, 지역 전체 일자리의 23%가 관광에 기대고 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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