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차관 "아시아 최우선…'중견국 동맹'은 망상" 경고
안보 공약 재확인…방위비 분담 확대 압박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차관이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안보 공약을 재확인하면서도 동맹국들의 방위비 분담 확대를 압박했다. 특히 미국을 배제하거나 대체하려는 이른바 '중견국 동맹' 구상에는 "망상"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공개 경고했다.
10일(현지시간) 미 국방부에 따르면 콜비 차관은 이날 필리핀 마닐라의 스트랫베이스연구소에서 한 연설에서 "미국은 분명히 아시아에서 손을 떼고 있지 않다"며 "우리는 떠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 지역에 더 깊이 자리 잡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아시아를 최우선적으로 중요하게 보고 있다"며 "어떤 패권국도 지배하지 않는 아시아라는 미국의 오랜 관점은 건국 초기부터 지역 전략의 핵심이었다"고 강조했다.
콜비 차관은 미국 국가안보전략(NSS)을 거론하며 인도태평양에서 미국의 목표는 "유리한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일본과 대만, 필리핀 등으로 이어지는 제1도련선을 따라 상대방의 공격을 사전에 좌절시키는 '거부에 의한 억지(deterrence by denial)'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중국의 서태평양 진출을 억제하겠다는 기존 전략을 재확인한 것이다.
다만 콜비 차관은 이러한 방위체계를 미국의 군사력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맹과 파트너들에게 자국 방위에 더 투자하고 주권적 안보에 대한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는 것은 미국이 이들을 버리겠다는 신호가 아니다"며 "우리는 보호령이 아니라 파트너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 각국은 더 이상 미국을 당연하게 여길 수 없다"며 방위비 지출 확대를 포함한 동맹국의 기여 증대를 촉구했다.
미국이 과거보다 더 강한 조건을 요구하지만, 이것이 동맹을 포기하거나 아시아에서 철수하겠다는 뜻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로이터도 콜비 차관의 이날 발언을 미국의 신뢰성에 대한 역내 우려를 진화하면서 동시에 동맹국에 더 많은 부담을 요구한 것으로 평가했다.
콜비 차관은 특히 미국을 배제하는 중견국 중심의 안보 협력 구상에는 날을 세웠다. 그는 "미국을 배제하기 위해 고안된 중견국 동맹과 같은 유행하지만 피상적인 구상에 대한 망상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동맹국과 파트너국 간 협력 자체는 장려한다면서 이런 협력이 미국의 역량을 보완하고 통합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지 미국을 대체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콜비 차관은 최근 중견국 간 다자 안보협력도 실제 군사력 증강으로 이어지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명된 문서나 새로 구성된 실무협의체가 강압을 억제하는 것은 아니다"며 실제 배치된 군사력과 이를 사용할 정치적 의지가 억지력을 만든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동맹국의 역할도 확대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콜비 차관은 미국이 제1도련선을 따라 전투 가능한 군사력을 유지하겠지만 이러한 방위체계가 "미국의 어깨에만 놓일 수는 없다"며 각국이 군사력을 현대화하고 자국 영토 방어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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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비 차관의 이번 필리핀 방문은 취임 이후 첫 동남아시아 공식 순방이다. 그는 필리핀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와 태국, 캄보디아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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