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파트너 손잡고 中 재공략 나선 K패션
헤지스·코오롱스포츠 등 현지 매출 고공행진
C뷰티 추격에 화장품은 美·유럽 공략
아모레·LG생건, 서구권 매출이 中 앞질러
한때 중국 소비시장 성장의 최대 수혜 업종으로 꼽혔던 국내 패션과 화장품 업계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2000년대 중반 무리한 오프라인 직진출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로 중국에서 쓴맛을 봤던 패션업계는 현지 기업과 손잡고 다시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반면 중국 특수를 누렸던 화장품 업계는 현지 브랜드의 거센 추격에 밀려 북미·유럽으로 성장축을 옮기고 있다.
준지·헤지스부터 무신사까지… K패션, 대륙서 제2도약
11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삼성물산 close 증권정보 028260 KOSPI 현재가 333,500 전일대비 2,500 등락률 -0.74% 거래량 29,280 전일가 336,000 2026.08.11 09:25 기준 관련기사 "SK하이닉스 148만원 vs 470만원"…같은 주식 두고 목표가 2배 넘게 벌어진 이유 "야구팬 잡아라"…에잇세컨즈, 삼성 라이온즈와 블록코어 컬렉션 출시 삼성물산 홈플랫폼 '홈닉', 생활편의서비스 4종 신규 도입 패션부문의 글로벌 디자이너 브랜드 준지(JUUN.J)는 미스토홀딩스(옛 휠라홀딩스)와 손잡고 중국 베이징의 대표적 명품 상권인 싼리툰 타이쿠리에 신규 단독 매장을 오픈했다. 지난달 중국 최대 온라인 플랫폼 티몰 입점과 쓰촨성 청두점 개점에 이어 글로벌 앰배서더 배우 안효섭을 앞세워 중국 럭셔리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 것이다.
미스토홀딩스는 중국 현지 법인(미스토 상해·홍콩)을 통해 한국 패션 브랜드의 중화권 판권 및 유통 사업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기존 안타그룹과의 합작법인(JV)을 통해 휠라(FILA) 브랜드 매출의 약 3%를 로열티로 수령하며 안정적 수익 기반을 갖춘 미스토홀딩스는 최근 마뗑킴, 마리떼프랑소와저버 등에 이어 삼성물산의 준지까지 중화권 유통을 총괄 대행하며 K패션의 현지 영토 확장을 이끄는 핵심 파트너로 떠올랐다.
준지뿐만 아니라 주요 K패션 브랜드들의 중국 영토 확장이 이어지고 있다. LF LF close 증권정보 093050 KOSPI 현재가 23,150 전일대비 350 등락률 +1.54% 거래량 2,723 전일가 22,800 2026.08.11 09:25 기준 관련기사 [르포]'글로벌 1조' 헤지스의 승부수…AI 입고 유럽시장 두드린다 "검색량 227% 폭증"…올여름 핸드백은 '이 것' LF 던스트, 글로벌 쇼룸 '247' 선택받았다…"100여개 리테일 파트너 확보" 의 헤지스는 현지 파트너사 빠오시냐오를 통해 600여 개 매장을 내며 지난해 중국 매출 약 4900억원을 기록했다. 코오롱스포츠는 안타그룹과의 협업을 발판 삼아 지난해 중국 매출 9900억원을 달성했으며 연내 매장 10~20개를 추가 출점한다. F&F 역시 중국법인 매출이 1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여기에 패션 플랫폼 무신사도 안타스포츠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상하이·항저우 등에 매장을 내고 2030년까지 중국 내 100개 매장 오픈을 목표로 내걸었다.
K패션의 중국 진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0년대 초·중반 이랜드의 티니위니와 TBH글로벌의 베이직하우스 등 1세대 패션기업들은 중국 전역에 수천개 매장을 열며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2016년 사드 사태 이후 소비 환경이 급변한 데다 이커머스 전환에 뒤처지고, 대규모 직영점 운영에 따른 고정비와 재고 부담까지 겹치면서 결국 사업을 대폭 축소하거나 철수했다.
최근 중국을 다시 두드리는 패션업체들은 진출 방식부터 달라졌다. 국내 본사가 자금을 들여 매장을 늘리는 대신 현지 유통망과 소비자 데이터를 보유한 대형 기업과 손잡거나 합작법인을 세워 초기 투자와 유통 리스크를 낮추고 있다. 판매 방식도 바뀌었다. 오프라인 매장은 제품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공간을 넘어 브랜드 정체성을 전달하는 체험형 플래그십으로 활용한다. 실제 판매와 고객 확보는 샤오훙수와 더우인 등 현지 소셜미디어·라이브커머스를 활용한다. 온라인에서 먼저 팬덤과 수요를 확인한 뒤 오프라인으로 확장하는 형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 진출은 국내 기업들이 먼저 시장을 두드린다기보다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한국 브랜드를 접한 현지 소비자들의 수요가 선행하면서 사업 기회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며 "과거처럼 막대한 비용을 들여 매장부터 열지 않아도 현지 반응을 확인한 뒤 오프라인으로 확장할 수 있게 되면서 중국 시장에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부담도 크게 낮아졌다"고 말했다.
'브랜드 감성' 파는 패션 vs '제조 스펙' 복제당한 뷰티
패션업계가 중국을 다시 기회의 땅으로 바라보는 배경에는 달라진 소비 트렌드와 함께 산업 자체의 특성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 2030세대의 한류 소비가 화장품을 넘어 의류와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장하면서 K패션 자체가 하나의 소비 카테고리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중국 섬유류 수출액은 13억7000만달러로 오랜 최대 시장이던 미국(12억7000만달러)을 넘어섰다. 중국 여성복 수입 시장에서도 한국산은 약 8200만달러 규모로 수입국 가운데 10위에 올랐다. 애슬레저 시장에서도 지난해 중국의 한국산 레깅스 수입액이 전년 대비 83% 증가했다. 일부 유명 브랜드의 선전을 넘어 한국 패션에 대한 저변을 넓히고 있다는 의미다.
패션은 기술력만으로 제품 경쟁력이 결정되는 산업이 아니다. 브랜드가 쌓아온 이미지와 디자인, 핏(Fit), 헤리티지가 소비자의 선택을 좌우한다. 비슷한 디자인의 제품을 만드는 것은 가능하지만, 오랜 기간 축적한 브랜드 이미지와 팬덤까지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K팝과 드라마 등 한국 콘텐츠의 영향으로 한국인의 스타일 자체가 하나의 문화상품으로 소비되는 것도 강점이다. 중국 로컬 패션 브랜드의 경쟁력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지만 K패션이 일정 수준의 '한국 프리미엄'을 유지할 수 있는 배경이다.
화장품의 탈중국… 미국·유럽으로 실적 중심축 이동
반면 화장품은 상황이 다르다. 성분과 포뮬러 등 제품 기능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만큼 기술 격차가 좁혀지면 브랜드 간 차별화도 약해질 수 있다. 광저우·상하이 등 현지 OEM·ODM 생태계가 성장하면서 C뷰티 브랜드들이 K뷰티의 기술력과 마케팅 공식을 빠르게 따라잡았다. 여기에 자국 브랜드를 선호하는 '궈차오(國潮·애국소비)' 열풍까지 겹치면서 한국 화장품의 입지는 줄었다.
이에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북미와 유럽 등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글로벌 리밸런싱'에 나섰다. 아모레퍼시픽의 2분기 미주·EMEA(유럽·중동·아프리카) 합산 매출은 2824억원으로 중화권 매출(1245억원)의 2.3배에 달했다. LG생활건강도 같은 기간 북미 매출이 2058억원으로 중국 매출(1760억원)을 처음 넘어섰다.
국가 전체 화장품 수출에서도 중국의 빈자리를 미국을 비롯한 다른 시장이 채우고 있다. 올해 상반기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70억달러로 역대 최대를 경신했다.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때 46.5%에 달했지만 14.4%까지 낮아졌다. 반면 미국 수출은 41.5% 증가하며 중국 시장의 부진을 상쇄했다.
중국에 집중됐던 판매망을 다변화한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중화권의 비효율 매장과 채널을 정리하는 한편 미국 아마존과 틱톡숍, 세포라 등 현지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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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중국 소비시장의 규모만 보고 국내 소비재 기업들이 일제히 진출하던 시대는 지났다"며 "중국 소비자들의 취향이 빠르게 세분화되고 로컬 브랜드의 경쟁력도 높아지고 있는 만큼, 중국 시장 내 단기적 트렌드 소비에 안주하지 않고 다변화된 브랜드 체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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