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살리기' vs '환자권리 보호'…의료분쟁조정법 논란 지속
국회 토론회서 법조계 "형사특례 실효성 입증 안돼"
"사망사고까지 기소 제한은 피해자 권리 침해"
고위험 필수의료 범위·대불제도 폐지 등 쟁점
내년 시행을 앞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불가피한 제도 개선"이라는 평가와 "의료사고 피해자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입법"이라는 비판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의료인의 형사 부담을 줄여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는 취지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공소제한 특례와 의료사고 대불제도 폐지 등이 의료사고 피해자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이소희 국민의힘 의원과 법조계, 환자단체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 환자 목소리는 충분했습니까?'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의료분쟁조정법의 쟁점과 보완 과제를 논의했다.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은 의료인의 형사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에 대한 형사특례와 공소제한 제도를 도입하고 의료사고심의위원회를 신설하는 동시에 의료사고 피해자가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의 무자력으로 배상을 받지 못할 경우 중재원이 먼저 보상하는 '대불제도'를 폐지한 것이 핵심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법 개정 과정에서 의료계 의견은 충분히 반영된 반면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과 평등권, 실질적인 피해구제 장치는 오히려 후퇴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첫 발제에 나선 이정민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변호사는 개정법의 전제인 '의료인의 형사책임이 필수의료 붕괴의 핵심 원인'이라는 주장부터 실증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최근 의료분쟁 자체는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다. 법원 손해배상 사건은 2012~2013년 연간 1000여건에서 2021~2023년에는 850건 수준으로 줄었고,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최근 5년 조정개시율은 65.8%, 조정성공률은 66.2%를 기록했다. '의사 형사기소 남발' 역시 의료계는 연평균 700건 이상의 기소 사례를 거론해 왔지만, 보건복지부 연구용역에선 2019~2023년 의사 형사재판이 연평균 34.4건, 약식기소를 포함해도 연간 50건 안팎으로 분석됐다.
이 변호사는 "의료인의 형사사법 리스크가 필수의료 기피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할 실증적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며 "필수의료 위기는 저수가 구조와 장시간 근무, 의료인력 부족, 지역의료 기반 약화 등 복합적인 구조적 문제의 결과로 형사특례만으로는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공소제한 특례를 둘러싼 위헌성 문제도 핵심 쟁점이다. 이 변호사는 환자가 사망하거나 중상해를 입은 의료사고까지 공소제한을 적용하는 것은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최소한 사망·중상해 사건은 공소제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형사특례를 확대하면서도 피해자 보호장치였던 대불제도를 함께 폐지한 것은 의료인 보호와 환자 권리 사이의 균형을 무너뜨린 조치라고 비판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박천우 법무법인 LKB평산 변호사는 개정법의 공소제한 특례를 '돌발 입법'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대통령이 지난해 말부터 의료계 요구를 반영한 형사특례 입법을 공개적으로 주문한 점을 언급하며 "의료인이 손해배상금을 전액 지급하면 사망사고까지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기소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은 위헌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가 과거 중상해 교통사고의 형사처벌 면제 조항을 위헌으로 판단한 것을 고려하면, 사망 의료사고까지 기소를 원천 차단한 개정법은 피해자 권리를 더욱 크게 제한한다는 것이다.
환자단체도 법 시행을 앞두고 하위법령 마련 과정에서 환자 권리를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대통령령으로 정할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의 범위를 최소한으로 설정해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의료인의 손해배상 부담을 줄이는 정책 역시 환자 보상체계와 균형을 이루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회에서도 참석자들은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의료인의 형사 부담 완화만으로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송기민 한양대 보건학과 교수(경제정의실천연합회 보건의료위원장)는 "개정법이 의료인의 형사책임 감면에 무게를 두면서 피해자의 형사절차 참여권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고,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의료사고 구제 제도의 본질은 의료인 보호가 아니라 환자 안전과 진실 규명"이라며 사망·중상해 사건의 공소제한 적용 제외와 환자·소비자 대표의 의료사고심의위원회 참여 확대를 제안했다. 신현호 법률사무소 해울 변호사는 "의료인을 과도하게 처벌해서도 안 되지만 지나친 형사특례 역시 위험하다"며 "환자 보호와 의료인 보호가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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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두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고위험 필수의료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불가피하게 이뤄지는 의료행위인 만큼 의료진이 과도한 형사 부담 없이 진료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다만 시행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나는 부분은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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