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예금 잔액 한 달 새 9196억원 늘어
엔화 매입 금액·거래 건수도 급증
환율 변동 변수는 일본 외환당국 개입
원·엔 환율이 100엔당 800원대를 보이는 엔저 현상이 나타나면서 엔화를 사들이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향후 엔화 가치가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1조1764억1392만엔으로 집계됐다. 엔화 예금 잔액은 6월 말 1조518억138만엔에서 지난달 말 1조1546억6133만엔으로 약 1029억엔 늘었다. 한화로 환산하면 한 달 만에 약 9196억원 증가한 셈이다. 외화예금은 금리보다는 환차익을 기대하고 가입하는 상품 중 하나다. 원화를 외화로 환전해 예치해 뒀다가 환율이 오르면 출금할 때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원화로 엔화를 사들인 금액과 거래 건수도 크게 늘었다. 은행이 고객에게 판매한 엔화 금액은 지난 6월 말 누적 기준 221억8205만엔에서 지난달 363억8971만엔으로 뛰었다. 한 달 새 한화로 약 1272억원어치의 엔화를 더 사들인 것이다. 같은 기간 거래 건수도 17만9744건에서 30만7986건으로 증가했다. 지난 6일 기준 이달 들어 고객이 사들인 엔화 금액과 거래 건수는 각각 36억1061만엔과 4만1076건을 기록했다.
이 같은 흐름은 원·엔 환율이 100엔당 900원 아래로 떨어지면서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원·엔 환율은 지난 6월5일 매매기준율로 100엔당 973.14원을 기록했고, 6월 한 달 동안 940~950원대에서 움직였다. 이후 지난달 24일 893.54원으로 내려간 뒤 30일까지 800원대를 이어갔다. 지난달 30일에는 장중 876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원·엔 환율은 이달 들어서도 100엔당 910원을 넘지 못한 채 지난 6일부터 다시 800원대에 진입한 상태다. 이날도 오전 10시7분 기준 895.21원을 기록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상 원·엔 환율이 100엔당 900원 아래로 떨어지면 원화로 엔화를 사려는 심리가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다만 환율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시장을 계속 살펴보면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원·엔 환율의 주요 변동 변수는 일본 외환당국의 개입이다. 엔화가 약세를 보이자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은 외환시장에서 대규모로 엔화를 사들이고 달러를 파는 개입에 나섰다. 이어 미국과 일본 외환당국이 손잡고 엔화 부양을 위한 공동 개입에 나서기도 했다. 미국이 엔화 매수·유로화 매도로 가세한 것이다. 두 나라가 외환시장에 공동 개입한 것은 약 30년 만이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양하다. 차영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공조라는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감세안 재원 구체화 등 정부의 재정 건전화, BOJ의 추가 인상,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이벤트가 뒤따르지 않을 경우 개입 효과는 장기화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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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원·엔 환율의 사후 예측 기준 연말 중앙값은 100엔당 913원으로 현재의 895원을 웃돌고, BOJ가 연내 인상하지 않는 경로에서도 917원으로 상승 방향이 유지된다"며 "원·엔 환율 상승은 방향의 문제가 아니라 속도의 문제"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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