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주주 권한 행사도 회사 '업무'인가
1심은 소액주주 측 패소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김남호 DB그룹 명예회장 부자의 과다 보수를 둘러싸고 제기된 주주대표소송의 항소심이 내달 열린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인천원외재판부 민사2부(부장판사 정윤하)는 최근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와 DB하이텍 소액주주들이 김 회장 부자와 DB하이텍 경영진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항소심 첫 변론기일을 내달 17일 오전 10시로 잡았다.
"등기이사보다 3~6배 보수" 소액주주 문제제기
앞서 DB하이텍의 지배주주인 김 회장 부자는 2021~2024년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하면서 총 238억여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이 기간 김 창업회장은 약 118억2600만원, 김 명예회장은 약 120억700만원을 지급받았다. 소액주주 측은 지난해 3월 "보수로 받아간 금액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소액주주 측은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법적 책임은 지지 않는 미등기 임원이 사내이사의 총보수 대비 3~6배 이상 높은 보수를 챙겼다"며 "이는 회사가 주주들에게 지급한 총배당금의 16%에 달하는 규모"라고 지적했다.
반면 사측은 "김 창업회장은 주요 경영진이 참석하는 회의를 주재하고 신규 임원 채용과 이사회 구성, 조직·인력 운영 등에 관여했다"며 "김 명예회장 역시 경영계획과 영업전략을 보고받고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 등에 관여했다"고 맞섰다.
1심은 '적법' 판단…"경영상 위험 초래될 정도도 아냐"
1심은 소액주주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회장 부자가 실제 회사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이고, 지급된 보수가 직무에 비춰 과도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미등기 임원 보수에 주주총회 승인을 요구할 법적 근거도 없다고 했다.
1심 재판부는 "김 회장 부자가 회사 업무에 관한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거나 이를 지휘·감독하는 등 유·무형의 업무를 수행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눈에 보이는 업무 성과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아무런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과다 보수 논란에 대해선 "회사의 자본금,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 재정상태에 비춰 보면, 지급된 보수로 인해 회사에 특별히 과다한 경영상 위험이 초래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명백히 회사재산의 훼손이나 낭비 또는 자본충실의 원칙을 해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이지도 않는다"고 짚었다.
절차적 위법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적지 않은 보수를 지급받고 있다거나 업무집행 지시자에 해당한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두 사람의 보수에 관해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을 법률상 의무가 존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 이유를 설명했다.
소액주주들 항소에 2라운드 돌입
소액주주 측은 1심 패소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당시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지배주주에게 지급된 보수의 적정성을 전혀 판단하지 않은 채, 사측의 형식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라며 "두 사람이 수행했다는 업무는 지배주주로서 관행적으로 행사하는 권한에 불과하며,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DB Inc의 임원을 겸직하며 중복 보수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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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항소심에선 김 회장 부자가 받은 보수가 직무에 비해 과다했는지를 넘어, 이들이 행사한 인사·지배구조·투자 관련 권한을 DB하이텍에 제공한 별도의 '업무'로 볼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자신의 보수를 결정하는 경영진의 임면과 평가 등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배주주를 일반적인 미등기임원과 동일하게 볼 수 있는지도 다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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