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인천공항 노숙인 최대 200명…퇴거명령 놓고 '인권 vs 질서' 충돌
200명 체류 추산·상주 인원은 16명 안팎
이용객·미화원 불편 호소에 공항공사 조치
인권단체 "대책 없는 퇴거는 또 다른 노숙"
온라인서도 누리꾼 의견 엇갈려
복지시설 연계 등 근본 대책 요구도
최근 기록적인 폭염을 피해 인천국제공항에서 생활하거나 장시간 머무는 노숙인이 늘어난 가운데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일부 노숙인을 대상으로 퇴거 조치에 나서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공항 이용객의 편의와 위생·질서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목소리와 폭염 속 갈 곳 없는 노숙인을 대책 없이 내보내는 것은 지나치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누리꾼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퇴거 조치를 지지하는 쪽에서는 "공항은 여행객을 위한 시설이지 장기 숙박시설이 아니다", "노숙 여부와 별개로 화장실이나 의자 등을 다른 이용객이 쓰기 어렵게 만드는 행동은 제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반응이 나온다. 연합뉴스
10일 노숙인 인권단체 홈리스행동에 따르면, 인천공항 공사는 지난달 30일 공항 여객터미널에서 생활하는 일부 노숙인의 소지품에 퇴거 명령서를 부착했다. 명령서에는 즉시 노숙을 중단하고 여객터미널 밖으로 퇴거하라는 내용과 함께 퇴거 요구에 불응할 경우 공항시설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최근 폭염이 이어지면서 인천공항은 노숙인뿐 아니라 고령층에게도 일종의 '피서 공간'으로 떠올랐다. 공항은 24시간 냉방이 가동되고 화장실과 의자 등 편의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 운영 관계자 등에 따르면 제1·2터미널에서 단기 체류자까지 포함할 경우 노숙인 규모는 평소 수십 명에서, 많을 때 200여 명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인천공항 공사가 최근 파악한 공항 내 상주 노숙인은 16명 안팎으로 알려졌다.
장기 체류에 이용객·미화원 불편도
공항 측의 고민도 크다. 해외 여행객이 몰리는 여름 성수기와 맞물려 일부 장기 체류자의 행동으로 이용객 불편과 시설 관리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보도에서는 일부 노숙인이 승객용 의자에 누워 장시간 잠을 자거나 많은 짐을 주변에 쌓아두고, 화장실에서 몸을 씻는 모습 등이 전해졌다. 수유실에서 잠을 청하거나 공항 이용객과 시비가 붙은 사례가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특히 환경미화원들은 일부 장기 체류자들이 장애인 화장실에서 몸을 씻거나 화장지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등의 행동으로 청소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인천공항 공사와 운영회사 측도 그동안 노숙인들에게 귀가나 다른 장소로 이동할 것을 권유하고 가족과 연락을 시도하는 등 계도를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시·영종구청 등과 함께 복지시설 입소를 권유했지만, 상주 노숙인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공항은 하루 수십만 명의 국내외 승객이 이용하는 국가 관문이자 보안 관리가 필요한 시설이다. 장기간 특정 공간을 점유하거나 개인 물품을 쌓아두는 행위가 계속될 경우 이용객 동선과 청결, 시설 관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퇴거 조치에 찬성하는 측의 논리다.
"폭염에 내보내면 어디로 가나"
홈리스행동은 공항 질서 유지 필요성과 별개로 노숙인에게 대체 공간을 제공하지 않은 채 퇴거부터 요구하는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폭염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냉방시설이 갖춰진 공항에서 노숙인을 내보낼 경우 이들이 다시 거리나 폭염에 노출된 공간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을로 들어서는 절기상 입추지만 서울을 비롯한 전국적으로 40도를 웃도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는 아침부터 강렬한 태양이 내려쬐는 가운데 양산을 쓴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실제로 인천공항에서 약 1년간 생활하다 최근 서울의 노숙인 숙소로 이동한 한 노숙인은 퇴거명령이 내려지기 전 짐을 정리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충분한 시간을 얻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일부 노숙인은 홈리스행동의 도움을 받아 긴급 주거 지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지역 노숙인 지원체계가 충분한지도 논란거리다.
인천에는 서울과 같은 형태의 노숙인 종합지원센터와 별도의 일시보호시설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시는 자활 시설 등을 통해 거리 상담과 주거 연계 사업을 진행하고 재활시설 내 일시보호소를 활용하고 있지만, 인권단체는 상담 횟수와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주장욱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인천공항 공사는 졸속으로 추진한 퇴거 조치를 중단하고 공공기관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며 인천시에도 거리 노숙인을 위한 지원체계 구축을 요구했다.
"공공시설 질서" vs "대안부터 마련" 누리꾼 시선 엇갈려
누리꾼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퇴거 조치를 지지하는 쪽에서는 "공항은 여행객을 위한 시설이지 장기 숙박시설이 아니다", "노숙 여부와 별개로 화장실이나 의자 등을 다른 이용객이 쓰기 어렵게 만드는 행동은 제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반응이 나온다. 실제 관련 영상 댓글에는 항공권에 공항 이용료를 내는 승객이 있는 만큼 시설을 장기간 사실상 독점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도 확인된다.
최근 기록적인 폭염을 피해 인천국제공항에서 생활하거나 장시간 머무는 노숙인이 늘어난 가운데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일부 노숙인을 대상으로 퇴거 조치에 나서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특히 노숙인의 인권 못지않게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청소 업무를 담당하는 미화원과 공항 이용객의 권리도 함께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일부 노숙인의 문제 행동이 확인됐다면 신분과 관계없이 동일한 공공시설 이용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대로 "노숙인을 공항 밖으로 내보낸다고 노숙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폭염 속에서는 우선 안전하게 머물 공간을 제공한 뒤 복지시설이나 주거로 연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SNS에서도 퇴거보다 인권 보호와 지원체계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는 취지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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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일부 노숙인의 위생상 문제나 부적절한 행동을 전체 노숙인의 모습으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공공시설 이용수칙을 위반하는 개별 행위에는 제재하되 단순히 주거지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일괄적인 배제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한편, 홈리스행동은 오는 12일 오전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항 공사의 퇴거 조치 중단과 노숙인을 위한 공적 지원체계 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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