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밭 숨어든 살인범에 "형님"…中 온라인 뒤덮은 동정론, 왜?
中 남성, 이웃과 사소한 시비 끝 흉기 휘둘러
현상금 1000만원…"신고하지 말자" 동정론
"법치 불신 드러낸 위험한 신호" 지적
중국에서 이웃을 흉기로 살해하고 옥수수밭에 숨어 지낸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힌 가운데, 온라인에서는 이 남성을 두둔하는 동정 여론이 번져 논란이 되고 있다.
9일 연합뉴스는 홍콩 명보를 인용해 "중국 허난성 주마뎬시 시핑현 살인사건 용의자 샤푸강(51)이 전날 오후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시핑현에서 집을 빌려 잡동사니를 보관해온 샤 씨는 지난달 30일 사소한 시비 끝에 이웃과 말다툼을 벌이다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뒤 달아났다. 도피와 은신 과정에서 무고한 주민 여러 명도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이후 그가 몸을 숨긴 곳은 일대에 넓게 펼쳐진 옥수수밭이었다. 성인 키를 훌쩍 넘게 자란 옥수수가 시야를 가로막아 수색이 난항을 겪었다. 중국 탐사보도 기자 리웨이아오는 "현지 경찰이 민병과 기층 공무원까지 2000명을 투입해 용의자를 추적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그의 도피가 길어지자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퍼졌다. 일부 이용자는 과거 시핑현에서 일가족 5명이 숨지는 참사가 있었고, 건물 수리를 둘러싼 분쟁 과정에서 마을의 조직 폭력배에게 구타당한 샤 씨가 이에 보복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으나 당국은 부인했다. 이런 주장과 함께 샤 씨를 옹호하는 글이 잇따랐다. 그가 악랄한 이웃들에게 오랫동안 억눌려온 '좋은 사람'이며, 흉기를 휘두른 것은 '민중을 위해 해(害)를 제거한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까지 제기됐다.
한 이용자는 샤 씨에게 걸린 현상금 5만위안(약 1000만원)에도 불구하고 신고하지 말자고 호소했다. 생수와 식량을 밭에 가져다 놓고 사진을 찍어 '형님에게 드린다'는 글을 올린 이도 있었고, 체포 소식이 전해진 뒤에는 변호사 비용을 모금하겠다는 사람까지 등장했다.
정작 현지 주민들이 전한 도피 행적은 달랐다. 그는 도주 기간 민가에 여러 차례 몰래 들어가 음식을 훔쳤고, 신고를 막으려 주민 다수를 다치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을 추적해 온 리웨이아오 기자도 샤 씨의 행위가 매우 잔혹하다며 "(그는) '폭력에 저항한 사람'이 결코 아니다"라고 했다. 당국은 "도피범을 숨겨주거나 신고하지 않은 사람에게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는 경고문을 냈다.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단계에서 동정론이 힘을 얻은 데는 농촌 폭력에 대한 누적된 불신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당국은 지난 2018년 마을 토착 폭력 세력과 이들을 봐주는 공직자를 함께 겨냥한 단속에 착수해 2020년 11월까지 당 간부와 공직자 9만 7000여명을 입건했다. 그런데도 농촌에서 '촌패(마을 폭력배)'로 불리는 폭력 세력의 횡포는 이후에도 되풀이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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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보는 "대중이 도피범에 '강권(强權)에 저항하는 약자' 이미지를 투사하거나, 심지어 은밀히 도주를 돕는다는 이야기까지 나온 것은 사회가 법치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위험한 신호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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