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 자격 가를 판례·행정기준 없어
면허 밖 의료행위 판단 땐 보상 어려워

한의사의 레이저·고주파 미용 시술기기 사용을 둘러싸고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와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의 대립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작 시술대에 오르는 환자를 보호할 장치는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우려가 높아진다. 사용 자격을 정한 확정 판례도, 이를 대신할 행정기준도 없다 보니 화상·흉터 같은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부터가 불투명한 상태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한의사의 현대 공학기술 기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명문 기준이 존재하지 않아 개별 처분 사례만 계속해서 쌓여가는 실정이다. 최근 클래시스를 시작으로 미용 의료기기 업체들이 한의원·치과에 대한 공급 중단 방침을 잇따라 공지하며 갈등이 다시 불붙었지만 정부는 아직 기준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기준 공백은 곧바로 환자 피해 구제의 공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의료배상책임보험과 한의사공제조합 공제 모두 '면허 범위 내 적법한 의료행위'를 전제로 설계됐다. 면허 범위 밖 행위로 판단되면 면책 사유에 해당할 소지가 있어서다. 이 때문에 보험업계도 보상 여부를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기준 없는 한의사 레이저 시술…환자 피해 구제도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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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관계자는 "의료배상책임보험은 실손보험이나 자동차보험처럼 약관이 표준화된 상품이 아니어서 회사마다 담보 구성과 보상 기준이 다를 수 있다"며 "한의사의 명확한 면허 범위 내 진료행위가 아니라면 보험금 지급이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약관이 의료법상 면허 범위를 직접 판단할 수는 없기 때문에 주무부처나 법원의 해석이 선행돼야 보상 여부도 정해질 수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결국 기준이 정해지기 전까지 피해를 입은 환자는 보상 판단에 대한 기약도 없이 기다려야만 할 수도 있는 셈이다.


실태 파악도 쉽지 않다. 미용 시술은 대부분 비급여여서 건강보험 청구자료만으로는 한의원의 시술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 한의원의 미용 의료기기 보유·사용 현황을 별도로 집계한 공식 통계도 부족하다. 기기의 사용 범위를 둘러싼 의사와 한의사 간 갈등상에 환자 안전을 위한 관리체계의 문제가 가려져 있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한의사 미용기기 사용 범위 40년째 기준 공백

앞서 미용 의료기기 업체 클래시스는 한의원·치과에 대한 기기 공급 관리 중단을 공지했다. 한의협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지만 관련한 명확한 법적 기준이 없어 혼란이 더욱 확산하고 있다. 레이저·고주파 기기를 만드는 솔타메디칼코리아와 원텍도 같은 조치를 취하며 갈등이 커지고 있다.

업체들은 "적법성 판단이 아니라 유통 방침"이라는 입장이지만 소모품 제공과 유지보수가 끊기면 장비 운용은 사실상 어려워진다. 정리되지 않은 직역별 사용 자격을 기업의 리스크 회피 판단이 대신 가른 셈이다. 한의협은 의사 단체의 압력을 주장하며 공정거래위원회 신고를 검토 중이고, 의협은 "거래를 막은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사법적 기준은 진단 영역에 머물러 있다. 2022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에 관한 것이었다. 이후에 나온 뇌파계·엑스레이 골밀도측정기 관련 하급심 판단 역시 진단기기에 한정됐다. 레이저·고주파처럼 조직에 직접 작용하는 시술기기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례는 물론 하급심 판례도 아직 없다.


주무부처의 기준은 40년이 넘었다. 1987년 보건사회부의 레이저침 유권해석 이후 관련 해석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보건복지부가 확인 가능한 가장 최근 사례는 2012년 6월로 14년 전의 일이다. 당시에도 프락셀(자동 거침기) 등에 대해 '침술과 유사한 행위(경혈 자극 등)'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의 답변이 나갔을 뿐, 미용 의료기기 전반을 포괄하는 기준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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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는 일률적인 유권해석을 내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침술 유사성처럼 명확한 한방 원리가 적용된 기기가 아닌 이상, 현대 미용 의료기기 전반의 사용 가능 여부를 한꺼번에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기기의 작동 원리와 침습성, 시술자의 교육·숙련도를 함께 따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복지부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의 취지와 앞으로 형성될 개별 판례에 맞춰 민원 답변을 내보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박정연 기자 j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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