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선트, 美 장기금리 방어 총력…엔화 개입·장기채 축소 시사
고물가·재정적자10년물 4.65% 안팎까지 ↑
"장기금리 방어에 가용 수단 동원 신호"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외환시장 개입부터 장기 국채 발행 조정 가능성까지 잇달아 꺼내며 치솟은 미 장기 국채 금리를 억제하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고 있다. 이란전과 고질적인 재정적자로 장기금리가 최고 수준으로 오르자 미 재무부가 가용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월가 채권 트레이더와 시장 전략가들은 최근 베선트 장관과 미 재무부의 일련의 조치를 장기 국채 금리 상승을 막기 위한 대응으로 해석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일 외환당국의 엔화 가치 부양 개입이다. 미국은 지난달 말 일본과 함께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들이며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엔화 방어를 위한 공동 개입에 나섰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엔화 약세뿐 아니라 미 국채시장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이 엔화 매수에 필요한 달러를 마련하기 위해 보유 중인 미 국채를 대규모로 처분할 경우 장기 국채 가격이 떨어지고 금리가 추가로 뛸 수 있기 때문이다.
베선트 장관은 일본이 미 국채를 팔지 않고도 달러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연방준비제도(Fed)의 해외·국제통화당국(FIMA) 환매조건부채권(레포) 기구를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했다.
미 재무부가 지난주 공개한 분기 국채 발행 계획도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재무부는 향후 국채 발행 전망을 설명하면서 기존의 '잠재적인 증가(potential increases)' 대신 '잠재적인 변화(potential changes)'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채권시장에서는 이 같은 문구 변화가 장기물 발행을 줄일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장기 국채 공급을 줄이면 채권 가격 하락과 금리 상승 압력을 낮출 수 있다.
워시 Fed 의장 소통 옹호…장기 금리 방어 행보
베선트 장관이 최근 케빈 워시 Fed 의장의 통화정책 소통 방식을 공개적으로 옹호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워시 의장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 억제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Fed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물가를 낮출지 구체적인 경로를 제시하지 않았다. 시장은 이를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으로 받아들였고 장기 국채 금리는 급등했다.
이후 베선트 장관은 CNBC 인터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워시 의장을 두둔했다. 그는 시장이 Fed의 통화정책 발언에서 '해독(detox)'할 필요가 있다며 워시 의장의 새로운 소통 전략에 힘을 실었다.
프리야 미스라 JP모건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Fed와 재무부 모두 장기 금리 수준을 우려하고 있을 것"이라며 "일본과의 외환시장 개입, 워시 의장에 대한 지지, 장기채 공급 축소 가능성은 재무부가 금리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으며 활용 가능한 여러 수단을 주저하지 않고 사용할 것이라는 신호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채 금리 상승하면 모기지·기업 차입비용 부담
베선트 장관이 장기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목표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차입 비용을 낮추는 것을 주요 경제정책 과제로 거듭 강조해왔다.
베선트 장관 역시 지난해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이후 행정부가 10년물 국채 금리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미국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각종 대출금리의 기준 역할을 한다. 그는 지난해 11월 자신을 '미국의 최고 채권 세일즈맨'이라고 부르며 국채 금리가 정책 성공을 측정하는 중요한 지표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무부가 장기금리를 끌어내릴 수 있는 여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이어지는 데다 연간 약 2조달러에 달하는 재정적자로 국채 공급이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정책이 향후 정부 부채를 더 늘릴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Fed 독립성을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도 채권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 여기에 이란전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새로운 물가 상승 압력까지 발생했다. 이에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최근 4.65% 안팎까지 올라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시작 당시보다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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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벨리스 BNY 미국 거시전략가는 "현재의 재정지출 정책과 전쟁을 감안하면 장기금리의 압력을 완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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