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전이 낳은 모아타운의 그늘
서대문구 홍제동 322번지 일대
타인 지문 대신 찍어 구청에 제출
구청 “뒤늦게 문제 제기돼 동의율서 제외”

서울시의 대표적 저층 주거지 정비사업인 '모아타운' 추진 현장이 허위 동의서 제출과 석연찮은 정관 변경 등 절차적 위법 논란에 휩싸였다. 허위 동의서 제출 등 논란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조합설립을 위한 총회가 열리고 구청에 조합설립 인가 신청이 이뤄졌다.

홍제동322모아타운.서울시 홈페이지 캡쳐.

홍제동322모아타운.서울시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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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아시아경제 취재 결과에 따르면, 서대문구 홍제동 322번지 일대 모아타운 추진 구역에서는 조합설립 동의서 무단 날인·대리 작성 등 위법 정황과 독소조항을 추가한 정관 변경 등의 내용이 확인됐다.


홍제동 322번지 일대는 안산 자락에 위치한 경사지이자 암반 지형이다. 서울시는 2024년 12월 이곳(규모 3만9442㎡)을 LH 공공참여형 모아타운 대상지로 선정해 용적률 약 250%, 최고 19층, 약 883세대의 아파트를 짓기로 했다.

홍제동 322번지 일대 LH참여형 모아타운 추진위원회는 올해 5월 15일 조합설립 총회를 열었다. 앞서 지난해 12월 토지등소유자 동의율 77.6%를 확보했다며 구청에 동의서를 제출하고, 지난 5월 총회 이후 조합설립 인가를 신청했다.


문제는 추진위가 타인 명의를 무단으로 도용한 지장을 찍어 허위로 작성한 찬성 동의서를 포함시킨 채 구청에 조합설립 동의서를 제출했다는 점이다.

모아타운 개발에 근거가 되는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소규모주택정비법) 제23조 제1항에 따르면 조합을 설립하려면 토지등소유자 75% 이상의 동의를 받은 후 창립총회를 개최해야 한다. 모아타운 등 재개발 사업에서 동의는 서면동의서에 토지등소유자가 자필로 이름을 적고, 지장(指章)을 날인해야 한다. 또한 주민등록증·여권 등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명서 사본을 반드시 첨부해야 한다.


이에 대해 추진위 관계자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제보자의 구체적인 신원을 밝히지 않으면 사실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사실이 아니라는 추진위의 해명과는 달리 서대문구청에서는 “당사자인 주민이 동의서 지장을 본인이 찍지 않았는데도 동의서가 구청에 제출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문제를 제기했고, 이 사실을 (당사자와 추진위를 통해) 확인했기 때문에 해당 동의서를 동의율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일부 주민들은 “가짜 동의서가 얼마나 더 있는지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지난 4월까지 조합설립 동의 철회서가 30장 가까이 구청에 접수돼 동의율이 71%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조합설립 창립총회가 개최됐다”고 말했다.

모아타운이 추진 중인 서울의 한 빌라 밀집 지역. 아시아경제 DB.

모아타운이 추진 중인 서울의 한 빌라 밀집 지역. 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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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은 “추진위 측에 동의율 미충족에 대한 보완을 이달 14일까지 해달라고 공문을 보냈다”며 “보완 결과를 봐야 조합설립 인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구청은 동의율 미달에 따른 총회 효력에 대해서는 “내부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일부 주민들은 총회에 임박해 갑자기 바뀐 정관 내용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었다. 지난해 12월 조합설립 동의서를 받을 당시 배부된 책자에는 ‘신탁등기 의무 조항’과 ‘소송 시 패소자 전액 부담 조항’이 없었는데 창립총회에서 앞서 발송된 책자에 주민들의 소유권을 중대하게 제한하는 조항들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한 주민은 “이 구역은 공공시행자(LH) 참여방식인데도 이와 관계없는 신탁등기를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정관이 바뀌어 있었고, 조합원들의 재판청구권을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치명적인 독소조항이 주민들 모르는 사이 정관에 추가됐다”고 주장했다.


부실한 모아타운 관리로 인한 잡음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지난 4월 중랑구 면목역 3-1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이 모아타운 사업 공동시행자인 한다종합건설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조합원들의 정당한 서면동의(성명 기재, 지장 날인, 신분증 첨부) 절차를 거치지 않은 공동시행자 계약은 강행규정 위반으로 무효"라며 조합 측 손을 들어주고, 7억3403만원을 반환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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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도 판결의 핵심 쟁점이 된 것은 조합원 동의서의 서면동의 요건이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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