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 '백조의 호수'로 국내 무대
"마린스키 첫 시즌의 성과 보여줄 것"
"동작보다 감정…연기력에 큰 충격”

"아무리 동작이 예쁘고 정확해도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걸 배웠다."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퍼스트 솔리스트 전민철은 지난해 마린스키 입단 후 무용수들의 연기력에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전민철은 지난 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마린스키의 리허설 과정에서는 동작보다 감정을 먼저 이야기한다"며 "감정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마린스키 무대에서는 가만히 서 있는 역할을 맡은 무용수조차 그냥 서 있지 않고 그 인물이 가진 감정을 공연이 끝날 때까지 몸으로 계속 표현한다"며 "같은 동작, 같은 마임이라도 움직임의 속도와 힘에 따라 전혀 다른 인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설명했다.

마린스키 전민철 "동작만 예뻐선 안 돼…연기의 중요성 깨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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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철은 오는 14~2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하는 유니버설발레단의 '백조의 호수'에 남자 주인공인 '지크프리트' 왕자 역으로 출연한다.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홍향기와 호흡을 맞춰 16일과 19일 두 차례 무대에 오른다. 기술보다 감정을 표현하는 연기력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는 전민철은 "마린스키에서 보낸 첫 시즌의 결과물을 이번 백조의 호수를 통해 한국 관객에게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민철이 몸담은 마린스키 발레단은 백조의 호수가 오늘날 고전발레의 대명사로 자리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단체다. 차이콥스키가 음악을 쓴 백조의 호수는 1877년 모스크바 볼쇼이극장에서 율리우스 라이징거의 안무로 초연됐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전설적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와 레프 이바노프가 새롭게 안무한 백조의 호수가 1895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마린스키극장에서 공연되면서 백조의 호수는 고전발레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았다. 볼쇼이 발레단도 지금은 프티파·이바노프 판을 토대로 백조의 호수를 공연한다.

전민철은 백조의 호수가 고전발레의 대표작인 만큼 어렸을 때부터 정말 좋아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1막 2장의 호숫가 장면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백조들의 첫 등장부터 왕자와 백조의 첫 만남까지를 가장 좋아한다. 왕자의 독무도 없고 왕자의 비중이 크지 않지만 백조의 움직임이 너무 아름답다."


그는 마린스키에서 작품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마린스키에서는 백조의 호수가 정말 무수히 공연된다"며 "마린스키 입단 후 가장 많이 본 작품"이라고 말했다.


전민철이 지난해 마린스키에 입단해 처음 무대에 선 작품도 백조의 호수였다. 그는 지난해 6월 마린스키 발레단에 합류했고 7월 백조의 호수 공연에서 지크프리트 왕자의 친구 역할로 처음 마린스키 무대에 섰다. 이어 같은 달 라 바야데르에서 '솔로르' 역을 맡아 마린스키에서 첫 주역으로 데뷔했다. 그는 취업비자 발급이 완료된 뒤 10월 정식 계약과 함께 수석무용수 바로 아래 등급인 퍼스트 솔리스트로 마린스키에 정식 입단했다.


공교롭게도 마린스키에 합류하기 전 유니버설발레단에서 전막 무대 주역 데뷔를 한 작품도 라 바야데르였다. 전민철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중이던 2024년 유니버설발레단 창단 40주년 공연 라 바야데르에서 전사 솔로르 역을 맡아 생애 첫 전막 발레 주역으로 데뷔했다. 이어 마린스키행을 앞둔 지난해 4월에도 유니버설 발레단의 지젤 공연에서 남자 주인공 '알브레히트' 역으로 출연했다.


전민철은 유니버설 발레단에서 주역으로 전막 발레를 두 작품 경험한 것이 러시아에서 빠르게 주역으로 자리 잡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주연 무용수로서 많은 작품으로 러시아 무대에 설 수 있었던 데에는 첫걸음이 중요했다"며 "유니버설발레단에서 라 바야데르와 지젤을 경험하지 않고 마린스키에 갔다면 전막 발레에 적응하는 데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라고 했다.

마린스키 전민철 "동작만 예뻐선 안 돼…연기의 중요성 깨달아" 원본보기 아이콘

전민철은 마린스키에서 라 바야데르를 시작으로 백조의 호수, 지젤, 잠자는 숲속의 미녀, 로미오와 줄리엣, 파라오의 딸 등에서 잇달아 주역으로 무대에 섰다. 퍼스트 솔리스트로 입단한 것과 입단 첫해에 계속 주역을 맡긴 것은 전민철에 대한 마린스키의 기대감을 보여준다. 전민철은 "단장님께서 계속 주역의 기회를 주시고 파트너도 계속 바꿔서 많은 무용수와 춤을 출 수 있게끔 해 준다"며 "매 공연, 매 리허설 때마다 좋은 긴장감을 가지고 마린스키 발레단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조의 호수뿐 아니라 호두까기 인형, 잠자는 숲속의 미녀, 라 바야데르 등 오늘날 대표적인 고전발레들이 마린스키가 상트페테르부르크 황실발레단 시절이던 19세기 말 프티파를 통해 탄생하거나 현재의 형태를 갖췄다. 또 다른 작품 돈키호테는 1869년 모스크바에서 프티파 안무로 초연된 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크게 개작을 거치면서 오늘발의 고전발레로 자리 잡았다.


사실은 거의 클래식 발레 작품은 황실 발레단 소속이던 마린스키 발레단을 거쳐 만들어진 셈이다. 그런 만큼 전민철은 마린스키에서의 생활은 자신의 삶 자체를 바꿔놓았다고 말했다. 그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모든 것이 자신이 발레리노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하는 데 영감의 원천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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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를 가기 전에는 연습실에서 거의 살다시피하며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연습에만 몰두했는데 러시아에서는 연습실에서의 시간을 조금 덜어내고 일상생활을 보낼 수 있는 시간들이 굉장히 많아졌다. 그래서 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정말 많아졌고,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다 보니까 그만큼 제가 공연을 보러 가고 영감을 채울 수 있는 시간들이 너무 많이 러시아에서 있었고 그러한 시간들이 저에게 도움이 너무 많이 됐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발레단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거리조차 너무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런 생각에 잠기는 시간들이 춤에도 큰 도움이 된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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