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무단 복제 확산
성우 목소리 무단 사용…피해 막기 어려워
애니 '루팡 3세' 성우, AI 음성 서비스 출시

일본 인기 성우들의 목소리를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무단 복제해 성적인 대사를 말하거나 사기·종교 권유에 악용하는 사례까지 늘고 있지만 피해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성우 오가타 메구미. 온라인 커뮤니티.

일본 성우 오가타 메구미. 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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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이카리 신지 역으로 유명한 성우 오가타 메구미는 약 2년 전 자신의 목소리가 생성형 AI로 무단 복제돼 자신이 말한 적 없는 성적 대사를 읽게 하거나 출연작 영상과 목소리를 임의로 변형한 동영상으로 인터넷에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매우 불쾌하고 용서할 수 없다"며 "내가 맡은 캐릭터는 내 일부를 온전히 쏟아부어 만든 분신과 같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최근에는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목소리가 금전을 요구하는 사기나 종교 권유에 이용됐다는 보고도 나오고 있지만, 피해를 막기는 쉽지 않다. 하루에도 100~200건의 새로운 합성 영상이 올라오는 데다 게시물마다 삭제를 요청하거나 소송을 제기하는 데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URL을 확보해도 게시물이 곧 삭제되거나 해외 플랫폼과 익명 계정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게시자를 특정하기도 어렵다.

또 애니메이션 캐릭터 음성은 성우뿐만 아니라 제작위원회와 원작자 등 여러 관계자의 권리가 얽혀 있어 개인의 퍼블리시티권만으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퍼블리시티권'은 특정 개인이 자신의 정체성(성명, 초상, 목소리 등)이 가진 경제적 가치를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데, 이는 '인격권'의 성격이 강한 일반적인 '초상권'과 달리, '재산권적 성격'이 강한 법적 개념이다.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오'의 이카리 신지. 온라인 커뮤니티.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오'의 이카리 신지. 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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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 쓰다 겐지로는 지난해 자신의 목소리를 무단 사용한 동영상의 삭제를 요구하며 틱톡 운영사를 상대로 도쿄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해외 플랫폼이나 익명 게시자를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묻는 데는 여전히 높은 장벽이 있다는 평가다.


일부 성우는 직접 공식 AI 음성을 만들어 상품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애니메이션 '루팡 3세'의 이시카와 고에몬과 영화 '스타워즈'의 아나킨 스카이워커 일본어 더빙 등으로 알려진 유명 성우 나미카와 다이스케는 일본 IT기업과 기술 제휴를 맺고 1년 넘게 음성을 녹음하며 AI 모델을 개발했다.


해당 모델은 단순히 음색을 흉내 내는 데 그치지 않고 희로애락과 호흡, 말투 등 세부적인 표현까지 재현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서비스에서 발생한 수익은 성우 본인과 소속사, 기술을 제공한 IT기업 등 권리자에게 돌아간다. 나미카와 측은 다른 성우가 희망할 경우 이들의 공식 AI 음성 모델도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진격의 거인'의 주인공 에렌 역으로 유명한 카지 유우키도 공식 AI 음성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2023년 자신의 목소리를 기반으로 한 합성음성 소프트웨어와 AI 캐릭터 '소요기 프랙탈'을 선보였고, 올해 4월에는 운영회사를 직접 설립했다. 카지는 AI를 단순히 성우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기술이 아니라 새로운 표현을 만드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공식 모델을 통해 권리자에게 수익을 배분하는 시장을 조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성우업계도 공동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일본배우연합은 지난해 11월 이토추상사와 손잡고 성우와 배우의 음성을 등록하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전자 워터마크와 성문 인증 기술을 활용해 정식 음성과 무단 합성음성을 구분하고 부정 이용 경로를 추적한다는 구상이다.


오가타는 일본의 제도 정비가 한국과 미국 등에 비해 늦다며 "일본이 무료로 작품을 제공하는 AI 학습 공급국이 돼버렸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유명인뿐 아니라 일반인도 자신의 목소리가 보이스피싱이나 성인 콘텐츠에 사용되지 않도록 거부할 권리를 법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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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일본 정부도 제도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닛케이는 "경제산업성은 2025년 유명인의 초상과 이름 등을 보호하는 퍼블리시티권이 성우의 목소리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자료를 공개했지만 아직 명확한 법률은 마련되지 않았다"며 "올해 4월부터는 법무성이 음성과 목소리의 무단 이용에 대한 법적 책임을 검토하는 전문가 회의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소진 기자 adsurd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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