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공격 멈춘 美 미사일 재고…얼마나 많이 썼을까[시사쇼]
사드 미사일 80% 이상 소진돼
이란의 지연작전…지지부진한 협상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 출연 : 이현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또 한 차례 대규모 타격을 공언했다가 돌연 공격을 접고 협상 테이블로 돌아섰다. 표면적으로 내세운 명분은 경제였다. 이란과 호르무즈 해협 개방 문제를 놓고 합의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흘러나오면서 급등하던 국제유가는 다시 내려앉았고, 요동치던 전 세계 증시도 상승세를 회복했다.
그러나 미국 현지 언론을 중심으로 전혀 다른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공격을 멈춘 진짜 이유는 유가나 증시 같은 경제 변수가 아니라, 미군의 요격 미사일 재고가 사실상 바닥을 드러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에도 배치돼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요격 미사일은 원래 재고의 80% 이상이 이미 소진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 안팎에서 안보 비상등이 켜졌다.
미군 미사일 재고 '위험수준'까지 급감
재고 문제의 심각성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무게를 지닌다. 미군 측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사일 재고가 위험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직접 보고했고, 그 보고가 결국 이란 공격을 취소하게 만든 결정적 배경이 됐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그동안 미군 안팎에서는 패트리엇 미사일은 넉넉히 남아 있고 사드 미사일도 절반가량은 확보돼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재고를 점검해 보니 상황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나빴다. 사드 미사일은 20%밖에 남지 않았고, 패트리엇 미사일 역시 35% 수준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는 것이다.
이 수치가 주는 충격은 전쟁 이전의 재고 규모와 비교하면 더욱 분명해진다. 이란 전쟁 이전 미국이 보유했던 패트리엇 미사일은 약 2200기, 사드 미사일은 약 460기 수준이었다. 그 막대한 물량을 짧은 기간에 거의 다 소모했다는 뜻이다. 더구나 이 재고는 미국 본토에만 있던 것이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 분산 배치돼 있던 물량이었다. 그런데 중동에서 전쟁이 격화되면서 아시아와 유럽에 배치돼 있던 재고까지 끌어다 쓰는 상황에 이르렀다. 실제로 우리나라에 배치돼 있던 사드 미사일 가운데 일부가 국외로 반출됐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왔다.
재고가 이렇게 빠르게 바닥난 데에는 이란의 공습 방식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란은 미국의 공습이 들어올 때마다 중동 전역에 걸쳐 드론과 탄도미사일을 동원해 반격에 나섰고, 그때마다 미군은 각 기지에 배치해 둔 사드와 패트리엇으로 이를 요격했다. 문제는 이란이 한 번에 수백 발씩 드론과 탄도미사일을 쏟아붓는 이른바 물량 공세를 폈다는 점이다. 이를 막아내는 과정에서 요격 미사일이 감당하기 어려운 속도로 소진됐다. 이란 전쟁 기간 중 미군의 실제 공습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극히 짧은 시간에 막대한 양의 미사일이 사라진 셈이다.
결국 미군은 중동 전역에 흩어진 동맹국과 자국 기지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요격 미사일 대부분을 소진했다. 이는 곧 유럽이나 아시아에서 이란 전쟁과 무관한 별개의 군사 도발이 벌어질 경우, 미국이 즉각 대응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음을 의미한다. 미국이 전 세계에서 유지해 온 전쟁 억지력이 눈에 띄게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이 대목에서 나온다.
예산은 있는데 만들 시간이 부족한 미사일
그렇다면 '천조국'이라 불릴 만큼 압도적인 국방 예산을 가진 미국이 재고를 다시 채우면 그만 아니냐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돈이 아니라 시간에 있다. 예산은 이미 넉넉히 확보된 상태다. 미국은 내년도 국방 예산을 거의 두 배 가까이 끌어올려 1조5000억달러, 우리 돈으로 2000조 원을 넘기는 규모로 편성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에 맞춰 미 국방부는 패트리엇과 사드 미사일 주문을 기존의 3~4배로 늘리겠다고 최근 발표하기도 했다.
자금은 확실히 마련됐지만, 정작 물량을 채우는 데 걸리는 시간이 발목을 잡는다. 지금 주문을 넣고 미국 방산업체들이 최대한 빠르게 생산에 나선다 해도, 이미 사라진 재고를 원상 복구하는 데만 3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사드 미사일은 연간 100발 안팎, 패트리엇은 600발 남짓밖에 생산되지 못하고 있다. 생산 라인 자체가 크게 위축돼 있어 물량을 급격히 늘리기가 어려운 구조다.
이 병목은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미국이 중동에서 출구 전략을 본격화하기 시작한 2010년대부터, 방산업체들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생산 라인을 대거 정리했다. 미군의 주문이 줄어드니 그에 맞춰 라인을 대폭 감축한 것인데, 이제 와서 주문량이 폭증하자 감당이 되지 않는 것이다. 위축된 생산 라인을 다시 키우려 해도 공장을 새로 짓고 숙련 인력을 확보하는 일이 결코 단시간에 이뤄질 수 없다.
그렇다고 동맹국에 생산 면허를 내주고 빠르게 만들어 수입해 오는 우회로도 쉽지 않다. 당장 군함 분야에서는 우리나라와 협력을 모색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미국 국내법을 개정해야 가능한 상황이다. 무기는 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아무리 가까운 동맹국이라 해도 생산 면허를 내주고 공동 생산할 수 있는 품목과 절대 내줄 수 없는 품목이 엄격히 구분돼 있다. 핵심 전력 무기일수록 문턱이 높다.
기술 유출에 대한 경계심도 이런 신중함을 부추긴다. 한번 타국에 기술이 넘어가면 그것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그동안 해외로 이전된 미국 무기를 상당 규모로 복제하거나, 일부 품목을 수입한 뒤 역설계, 이른바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통해 기술을 확보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미국으로서는 이 전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방산업체의 인력 채용 기준도 과거보다 한층 까다로워졌다. 사실상 가상 적국으로 분류되는 중국과 러시아 쪽에 연계된 인물은 전면 배제되고, 중국의 경우 여행을 자주 다녀온 인사까지 생산 라인에서 걸러지고 있다. 그만큼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기가 어렵고, 이것이 생산 라인 확대를 가로막는 또 하나의 장벽이 되고 있다.
외교에 방점 두는 美…협상 지연작전 쓰는 이란
걸림돌은 호르무즈 통행료 문제다. 이란은 이전부터 줄곧 제기해 온 이 사안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으려 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오만의 중재를 통해 이란과 이 문제를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란은 호르무즈로 들어오는 선박에는 자국이 수수료를 부과하고, 반대로 빠져나가는 선박은 오만 측이 관리하는 이른바 공동 통제 시스템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 요구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이란이 이런 방식으로 통행료 부과를 강행하고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사실상 쥐게 되면,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만약 이란의 통행료와 통제권이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선례가 만들어지면, 주요 해협을 낀 나라들이 너도나도 통행료를 물리겠다고 나서는 사태가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이 문제와는 별개로 이란 내부 사정도 순탄치 않다. 이란 대통령과 최고지도자 사이의 불화가 이란 안팎의 언론을 통해 노출되고 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전쟁 발발 이후 사임서를 무려 28차례나 제출했다고 하며, 최근에도 또 한 차례 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혁명수비대가 미국과의 협상을 번번이 뒤엎고 공격에 나서자,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이에 불만을 표시하며 사의를 반복해 온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이번에는 최고지도자가 "앞으로 한 번만 더 사임서를 내면 그대로 수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해진다. 결국 대미 협상을 둘러싸고 이란 정부와 혁명수비대, 그리고 최고지도자 사이의 시각차가 그만큼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모든 상황을 종합하면 앞으로의 전망은 결코 밝지 않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미국이 안고 있는 미사일 재고 문제, 곧 군사 전력상의 허점을 이란이 집요하게 파고들 가능성이다. 이란 정부와 달리 혁명수비대와 최고지도자가 대미 협상에서 오히려 더 강경한 태도로 나서며 협상을 질질 끌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미국이 불리해진다는 사실을 이란 역시 잘 알게 됐기 때문이다.
미국 내부 사정도 이런 흐름을 부채질한다. 중간선거가 3개월가량 남으면서 미국 정치권은 완전히 선거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들어 이란 관련 소식을 예전만큼 자주 SNS에 올리지 않고 있다. 관심의 무게중심이 온통 선거로 쏠려 있는 상태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민심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물가와 경제 문제를 감안할 때, 선거 전에 어떻게든 전쟁을 끝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시간에 쫓기는 만큼 이란에 상당한 양보를 해서라도 서둘러 종전을 매듭지으려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졸속 협상이 이뤄질 경우 미국뿐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가 짊어질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걱정이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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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차원에서 미군 전력의 약화 역시 당분간 불가피해 보인다. 이는 곧 중국을 향한 군사 억제력, 러시아를 향한 군사 억제력이 함께 약해지는 상황을 의미한다. 그만큼 중국과 러시아가 각자의 앞마당에서 추가적인 군사 도발에 나설 여력이 생긴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만이나 유럽 지역이 지금보다 한층 커진 안보 위협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다만 이 위기가 한국에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함께 나온다. 이란 전쟁까지 겪으면서 미국은 여러 방면에서 전력의 공백을 드러냈고, 이를 메우기 위해서는 동맹국과의 무기 공동 생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생산 여력과 경제력, 군사력, 생산 속도 등을 두루 고려할 때 미국이 가장 신뢰할 만한 파트너로 한국이 꼽힌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국면은 우리에게 기회이자 동시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양날의 검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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