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절차 무효' 조항 끝으로 옮겨 일반 조항화"
"실체적 진실 규명 가로막고 사적 제재 부를 것"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공소기각 확대 조항을 둘러싸고 '중대한', '현저히' 등 신설 요건에 이어 기존 조항에 추가된 '그 밖에' 표현에 대해 법조계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법원의 공소기각 재량권을 확대해 형사 재판의 실체적 진실 규명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형소법 개정안은 법원의 공소기각 선고 사유를 규정한 제327조를 개정했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327조 2호는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일 때'를 공소기각 사유 중 하나로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은 이 조항을 공소기각 사유를 나열한 항목 중 맨 마지막인 8호로 위치를 옮기고, 문두에 '그 밖에'라는 구절을 덧붙였다.
법조계는 신설된 2호 '중대한 위법수사에 기하여 공소가 제기되었을 때'와 3호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하여 공소가 제기되었을 때'에 해당하지 않는 사유들을 통해서도 공소기각이 가능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사실상 8호가 절차적 하자 전반을 포괄하는 일반 조항으로 바뀌었다는 분석이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개정안에 중대한 위법수사에 의한 공소와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한 공소 등이 포함되며 공소기각 사유가 모호하고 광범위해졌다"며 "이 조항들에 '그 밖에' 조항까지 함께 작동하면 명시된 사유뿐 아니라 그와 유사한 정도의 다른 사유에도 공소기각이 인정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 것"이라고 했다.
일례로 수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법체포 사례를 들었다. 그는 "불법체포가 있었다면 신병을 풀어주고 국가배상 등 별도 절차로 다투면 되는 것이지 그 자체로 다른 증거에 기반한 기소까지 막을 사유는 아니었다"며 "그런데 개정안의 문언을 그대로 해석하면 이런 명시되지 않은 절차상 하자까지 공소기각 사유로 확대될 여지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조항 재배치와 문구 추가가 헌법상 원칙을 위배하고 자의적 해석을 초래할 수 있다는 학계의 비판도 나온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존 형사소송법에서는 해당 호가 특정된 하나의 사유에 불과했고 대법원도 이를 매우 한정적으로 해석해 왔다"며 "그러나 개정안이 이를 마지막 호로 옮기고 '그 밖에' 표현을 추가함으로써 공소기각 판결 재량권의 무한정 확대가 가능해진 것"이라고 짚었다.
특히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은 그간 수사기관의 쪼개기 기소나 범의가 없는 자에게 범죄를 유도하는 위법한 함정수사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일 때 조항을 적용해 공소를 기각해 왔다. 하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법원이 인정하는 공소기각 사유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차 교수는 "극히 예외적인 케이스를 설명하던 사유가 포괄적인 일반 조항으로 바뀌면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자의적 해석이 가능해졌다"며 "법관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공소기각 여부가 결정될 여지를 넓힌 것은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과 평등의 원칙을 위배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형사재판이 절차적 하자에 발목 잡혀 실체적 진실 규명이라는 본질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엄격하게 법정된 객관적 사유가 있을 때만 공소를 기각하는 것이 글로벌 스탠다드"라며 "원래 형사재판은 절차가 1%, 실체 판단이 99%여야 하는데, 포괄적 기타 조항이 들어가면 절차상 하자만 따지다 재판이 소모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범죄 피해자의 구제 불능과 사법체계가 흔들릴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지 교수는 "실체 판단 없이 형식적인 공소기각으로 재판을 끝내버리면 억울한 범죄 피해자는 법 테두리 안에서 피해를 구제받을 길이 사라진다"며 "진실 규명이 차단된 피해자들이 자력 구제나 사적 제재에 나서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국가 형사 사법체계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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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형소법 개정안은 국회 통과에 이어 국무회의 의결까지 마친 상태로 대통령 재가와 관보 공포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오는 10월2일 시행을 앞두고 하위 법령과 관계 법률을 정비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향후 위헌 논란에 따른 헌법소송이 제기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별도 효력정지 결정이 없는 한 개정안은 예정대로 시행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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