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조선)'으로 바꿔 부르는 방안과 관련해 7일 "공론화, 국민 여론 성숙이 먼저"라며 "통일부가 끌고 갈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앞서 연초부터 여러 공식 석상에서 북한을 '조선'으로 직접 바꿔 부르며 그 필요성을 강조해 온 정 장관이 한발 물러난 모양새다.
정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통일 분야 원로들을 초청해 평화통일고문회의 차담회를 주최하고 "언론에서 마치 통일부의 방침이 정해진 것처럼 보도됐는데, 바로잡았으면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장관은 앞서 지난 5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상대방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평화공존의 출발"이라며 북한 호칭 변경을 제안했다. 그러나 보고받은 이재명 대통령은 "표현에 꼬투리가 잡혀 정쟁으로 들어가면 원래 하고자 했던 데에서 오히려 나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면서 사실상 거절 의사를 에둘러 표했다. 모두발언에서도 통일부를 향해 "평화공존 정책이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하는 등 전반적으로 신중론을 폈다.
정 장관은 이날 차담회에서 "지난 1년 동안 노력한다고 했지만 북한은 여전히 강고하다"며 "남북이 윈윈(win-win)할 수 있는 평화공존 시대를 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바늘구멍조차 막혀있는 상황이어서 답답하고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수십 년 간 남북관계 문제를 다뤄온 원로들은 그럼에도 북한 호칭을 '조선'으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김대중 정부)은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에 '대한민국'과 '조선'이 병기된 점을 강조하며 "국제사회에서 두 주체가 존재한다는 것을 서로 인정한 것"이라며 "마치 우리가 조선이란 말(호칭)을 쓰자는 것이 새로운 것처럼 느껴지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국민들의 생각을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장관은 그러면서 "국호 사용도, 남북관계 개선 문제도 앞이 잘 안 보인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정세현 전 장관(김대중·노무현 정부)은 "1991년 이후 양국의 정식 국호를 쓴 남북합의서가 정상회담을 비롯해 100개가 넘는다"며 "이제는 (문서가 아닌) 말로 하자는데 왜 이렇게 겁을 내나"라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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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도 "(대한민국) 대통령 입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 처음 부른 것은 노태우 대통령이었다"며 "서로 별명을 부르자는 것도 아니고 호적에 있는 이름을 불러주자는 것인데 그걸 못하겠다는 건 그야말로 오만이고 싸우자는 얘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그러면서도 "'조선'이라고 하면 한반도 전체를 가리키는 단어로 상당 입력돼 있다"며 "분단돼있는 절반의 분단국가에 대해 '조선'이라 부를 때 어색한 데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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