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승광/동신대학교 명예교수

<광주 군공항 입지의 적정성 논란에 부쳐>


첨단산업은 산업기반과 고급인력이 집중된 수도권에 있어야 하며, 남쪽으로 내려가더라도 대전이 한계선이라는 통념이 있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경험이 보여주듯 시설을 옮긴다고 인재와 정주 기반이 저절로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지방 첨단산업에 대한 회의론도 여전히 남는다. 실제 일부 혁신도시에서는 계획인구 달성률과 가족 동반 이주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필자 역시 최첨단 반도체산업이 이른바 '남방한계선'을 넘어 광주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졌다.

손승광 동신대학교 명예교수

손승광 동신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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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세계 반도체 생산 지도를 보면 수도와의 거리는 절대적 기준이 아니다. TSMC는 신주뿐 아니라 타이중·타이난·가오슝에 생산거점을 두고 있다. 공식 사업장 위치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타이베이에서 타이난까지는 직선거리 약 250㎞이며, 일본의 TSMC 자회사 JASM은 도쿄에서 약 870㎞ 떨어진 구마모토에 자리 잡았다. 서울에서 광주 군공항까지는 약 270㎞다. 첨단산업의 성패는 수도와의 거리보다 부지·인력·인프라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결합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력 문제도 중요한 이유로 손꼽는다. 최첨단 팹에는 공정·소자·수율을 책임지는 고급 엔지니어가 꼭 필요하다. 동시에 생산 운영, 장비 유지보수, 품질, 전력·가스·초순수, 안전·환경을 맡는 대규모 숙련기술인력이 함께 공장을 움직인다. 실제 SK하이닉스는 2026년에도 고졸·전문대 졸업자를 대상으로 생산관리와 설비관리 인력을 별도로 채용했다. 핵심 인력은 기업의 순환배치와 산학협력으로 확보하고, 생산기술인력은 GIST·KENTECH와 지역 대학·전문대·폴리텍·직업계고를 기업 수요에 맞게 연결해야 한다. 지방이라서 인력이 없다는 주장이 아니라 교육·채용·정착 체계를 얼마나 빨리 구축하느냐가 진짜 과제다.

반도체 경쟁의 핵심은 기술과 속도다. 중국은 자국산 침지형 DUV 장비 생산에 착수했고, EUV 장비도 아직 작동 칩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시제품 시험 단계까지 추격했다. 성능과 양산 신뢰성의 격차는 여전히 크지만, 기술자립의 속도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한 세대 앞선 기술도 투자와 양산이 늦으면 시장을 빼앗긴다.


이 점에서 광주 군공항의 강점은 분명하다. 정부와 기업은 서남권에 메모리 팹 4기, 약 800조 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기업 의견을 토대로 약 250만 평의 광주 군공항 부지를 반도체산단 입지로 결정하고 후속 절차에 착수했다. 평탄한 대규모 부지, 도심과 KTX 광주송정역 접근성, 도로·공항·항만 연계성은 토지 확보와 조성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조건이다.


신재생에너지·전력과 용수 반도체공장의 기본이다. 정부는 서남권 팹에 필요한 6.3GW의 전력과 하루 65만 톤의 용수를 적기에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호남의 재생에너지 잠재력은 RE100 대응에 유리하지만, 송전망·변전소·ESS와 취수·정수·초순수 시설을 팹 건설 일정과 동시에 완성해야 실제 경쟁력이 된다.


생산거점 분산은 산업안보 전략이기도 하다. 미국은 경제·국가안보를 명시하며 TSMC의 애리조나 첨단 팹을 지원했고, 일본도 정부 지원 아래 구마모토 JASM을 조성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현실에서 수도권에 핵심 생산시설이 과도하게 집중되면 전쟁, 대규모 정전, 자연재난과 공급망 단절의 충격이 국가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 광주는 용인의 경쟁지가 아니라 대한민국 반도체산업을 지키는 제2 생산축이어야 한다.


다만 팹만 세워서는 성공할 수 없다. 군공항의 생산코어, 광주 도심의 연구·창업공간, GIST·KENTECH 등 대학·연구소와 소재·부품·장비 기업, 정주공간을 하나의 혁신생태계로 연결해야 한다. 기업의 단계별 투자계획과 군공항의 신속한 이전, 무안 주민이 체감할 상생방안도 함께 실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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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산업의 남방한계선은 지리적 운명이 아니다. 부지·인력·전력·용수·속도·안보를 결합하는 국가의 실행력이 진짜 한계선이다. 광주 군공항 반도체산단은 지방 배려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경쟁력과 산업안보를 위한 국가전략이다. 미래산업의 전략과 신속하고 압도적인 초격차를 추구하는 반도체기업군이 선택한 전략은 수도권 이외는 안된다는 고정 관념과는 정반대이다.


호남취재본부 김우관 기자 woogwan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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