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국 미혼 성인 대상
소비 유형별 연애 선호 비교

"韓여성 명품보다
여행·공연 소비한 남성 높게 평가"

편집자주지금 먹으면 하나, 기다리면 두 개. 아이들의 선택을 지켜본 마시멜로 실험을 기억하시나요? 단순한 연구는 때로 삶을 보는 방식을 바꿉니다. 실험 데이터로 우리의 일상을 새롭게 읽어봅니다.

소개팅을 앞두고 상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살펴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사람의 SNS에는 롤렉스 시계와 고급 외제차 사진을, 다른 사람은 고급 호텔에서 보낸 휴가나 값비싼 공연을 관람한 사진을 올렸습니다. 두 사람 모두 경제적 여유를 드러낸 사진이지만, 어떤 소비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연애 상대로서의 호감도는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부를 과시하는 모습을 AI로 추출한 이미지.

부를 과시하는 모습을 AI로 추출한 이미지.

AD
원본보기 아이콘

롤렉스보다 여행 사진…경험으로 부 과시

최근 국제학술지 '인터내셔널 마케팅 리뷰(International Marketing Review)'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미혼 남녀는 명품 소비를 직접 드러낸 사람보다 여행이나 공연 등 경험에 돈을 쓴 사람에게 더 높은 연애 의향을 보였습니다. 특히 여성들이 남성을 평가할 때 이런 차이가 두드러졌습니다.

연구는 이진석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와 조현영 대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진행했습니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경제력을 드러내는 방식의 변화였습니다. 과거 부를 과시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비싼 물건을 사는 것이었습니다. 명품 옷이나 시계, 고급 자동차처럼 가격을 짐작할 수 있는 물건을 보여주면 자신의 경제적 능력과 사회적 지위를 쉽게 드러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명품 소비가 이전보다 대중화되면서 부를 과시 방법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고급 레스토랑을 방문하거나 값비싼 공연을 보고, 유명 휴양지로 여행을 떠나는 식입니다. 연구진은 이같은 소비를 '경험적 과시 소비'라고 설명했습니다. 단순히 돈뿐 아니라 취향이나 문화적 지식까지 함께 보여줄 수 있다는 겁니다.

연구진은 부를 과시하는 방식에 따라 연애 상대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는지 살펴봤습니다. 연구진은 먼저 한국의 미혼 성인 120명과 미국의 미혼 성인 2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소개팅을 앞두고 상대방의 SNS를 확인하는 상황을 가정했습니다. 어떤 참가자는 값비싼 명품을 보여주는 상대를 봤고, 다른 참가자는 고급 호텔 숙박이나 비싼 공연 관람 같은 경험을 보여주는 상대를 봤습니다. 이후 참가자들은 상대가 얼마나 유능해 보이는지, 상대에게 전반적으로 얼마나 호감을 느끼는지, 실제 연애 관계로 발전시키고 싶은지를 각각 7점 척도로 평가했습니다.


연구 결과, 한국 참가자들이 호화로운 경험을 보여준 상대와 연애하고 싶다고 답한 정도는 평균 3.50점이었습니다. 명품 같은 물건을 보여준 상대는 3.00점이었습니다. 약 0.5점 차이가 난 셈입니다.


하지만 남녀로 나눠보면 흥미로운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한국 여성들은 명품을 보여준 남성보다 비싼 경험을 보여준 남성을 더 유능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한국 남성들은 여성을 평가할 때 상대가 명품을 보여줬는지, 비싼 경험을 보여줬는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연구진은 실제 SNS 이용 상황을 가정한 두 번째 실험도 진행했습니다. 한국 미혼 성인 180명과 미국 미혼 성인 195명에게 가상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여줬습니다. 참가자들은 오프라인에서 매력적인 사람을 잠깐 만난 뒤 그 사람의 인스타그램을 찾아봤다고 가정했습니다. 피드에는 몽블랑 펜이나 샤넬 화장품 같은 고가 제품 또는 유명 휴양지 여행 같은 값비싼 경험이 등장했습니다.


이번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한국 참가자들은 경험을 보여준 상대에게 평균 3.50점의 연애 의향을 보인 반면, 고가 제품을 보여준 상대는 3.00점이었습니다. 특히 현실적인 인스타그램 화면을 이용한 두 번째 실험에서는 첫 번째 실험보다 소비 방식에 따른 차이가 더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경험 소비가 상대를 더 '유능한 사람'으로 보이게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참가자들은 럭셔리 여행이나 공연 같은 경험을 보여준 사람을 단순히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능력 있고 교양 있는 사람으로 평가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또 이런 인식이 상대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고, 다시 연애 관심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입니다.


문화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미국 참가자들에게서는 명품과 경험 사이의 차이가 한국만큼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첫 실험에서 미국 참가자들의 연애 의향은 경험을 보여준 상대가 5.72점, 물건을 보여준 상대가 5.56점으로 비슷했습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픽사베이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픽사베이

원본보기 아이콘

"경험소비, 세련된 취향 보여줘"

연구진은 한국에서 명품과 경험 소비가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배경에도 주목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명품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행동이 지나친 과시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반면, 여행이나 문화생활은 능력이나 세련된 취향을 보여주는 신호로 인식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다만 연구진 역시 이는 하나의 해석일 뿐 이번 연구만으로 완전히 검증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또 이번 실험은 낯선 사람의 SNS를 보고 받은 '첫인상'을 조사했을 뿐 실제 연애 관계가 시작되거나 오래 유지되는지를 살펴본 연구는 아닙니다. 모든 참가자가 이성을 평가하는 가상의 상황을 이용했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돈만 많고 품격은 없는 사람을 흔히 '졸부'라고 부릅니다. 갑자기 부유해진 이들을 향한 시기심과 무시가 고스란히 담긴 표현입니다. 이번 연구 결과에서도 재력 자체보다 이를 어떻게 드러내느냐에 따라 상대가 받는 인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돈을 가졌느냐보다 그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인지도 모릅니다.

AD

몇년 전부터 유행한 '올드머니룩'도 비슷한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올드머니룩은 화려하고 큰 명품 로고 대신 고급스러운 소재와 절제된 디자인으로 개인의 안목을 보여주는 데 집중합니다. 단순히 재력뿐 아니라 취향과 소비 방식까지 갖춰야 '부자답다'는 평가를 받는 시대가 된 셈인데, '부자' 소리를 듣기 위한 허들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