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접수 전 동호회 등 명단 운영사 전달
논란 커지자 천안시 "대회 명단에서 제외"
러닝 열풍에 마라톤 '피케팅' 일상화
선착순 원칙 깨지자 공정성 도마
러닝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정작 마라톤 대회 출발선에 서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인기 대회 참가 신청이 콘서트 예매 못지않은 '피케팅'으로 변한 가운데, 충남 천안에서 열리는 이봉주 마라톤대회에서는 정식 접수가 시작되기 전 1000여명의 신청자 명단이 운영사에 전달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러너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난 5일 뉴스1 등에 따르면 충남 천안에서 열릴 예정이던 이봉주 마라톤 대회 참가자 모집 과정에서 1000여 명이 접수 전 부정 신청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최근 러닝 인기를 타고 마라톤 대회 접수가 힘들어짐에 따라 마라톤 신청 방식 변경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러닝 열풍에 마라톤도 '피케팅'…접수부터 경쟁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 국민생활체육조사'에 따르면 달리기·조깅·마라톤 참여율은 7.7%로 전년 4.8%보다 크게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러닝 인구가 약 10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이에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접수 기간 안에 신청하면 참가할 수 있었던 마라톤 대회가 이제는 접수창이 열리는 순간 수만 명이 몰리는 '온라인 경쟁'으로 바뀌었다.
실제 마라톤 동호인 사이에서는 "완주보다 접수가 더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최근 주요 인기 대회의 경우 수만 명 규모로 참가자를 모집해도 신청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홈페이지가 마비되거나 수 분 만에 접수가 끝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러너들 사이에서는 인기 대회 참가 신청을 두고 '접수령을 넘어야 한다'는 자조 섞인 표현까지 등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제5회 천안 이봉주 마라톤대회' 참가 신청 과정에서 불거진 사전 신청 논란은 러너들의 민감한 부분을 건드렸다. 지난달 31일 오전 10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대회 참가 신청이 시작됐다. 올해 모집 인원은 지난해보다 2000명 늘어난 7000명이다. 지난해 제4회 대회는 5000명 모집이 접수 시작 10여분 만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예상대로 접수 당일 많은 신청자가 몰렸다. 하지만 홈페이지 자체에는 접속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단체 접수 등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는 현상이 이어졌다. 참가 신청자들은 처음에는 단순한 접속자 폭증이나 서버 장애라고 생각했다. 접수가 마감됐다는 별도 안내도 없어 새로고침을 반복하며 신청을 시도했다.
결국 접수를 시작한 지 약 6시간이 지난 오후 4시께 온라인 신청은 별다른 설명 없이 마감됐다. 한 참가자는 동호회원 30여명 가운데 실제 신청에 성공한 사람은 3명에 불과했다며 전국의 러너들이 참가 신청을 위해 온종일 컴퓨터 앞에서 기다렸을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접수 실패가 이어지면서 일부 참가자 사이에서는 단순 서버 문제가 아니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일부 마라톤 동호회에서는 공식 접수에 앞서 단체 접수를 마쳤다는 취지의 내용과 이를 외부에 알리지 말 것을 요구하는 글이 공유된 것으로 전해졌다.
공식 접수 전 1000명 명단 전달…선착순 원칙 흔들
천안시가 사실관계 확인에 나선 결과 온라인 참가 접수를 대행한 운영사 측에 공식 접수 전에 신청자 명단이 전달된 사실이 확인됐다. 명단에는 지역 마라톤 동호회 회원 등을 포함해 1000여명이 이름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온라인 신청을 통해 선착순으로 참가자를 모집한다는 당초 원칙과 다른 절차가 있었던 셈이다. 천안시 관계자는 대회를 주관하는 천안시 육상연맹과 운영사 등을 확인한 결과 온라인 접수 전에 1000여명이 사전 신청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명단은 실제 접수를 완료한 상태가 아니며 최종 대회 참가 명단에도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 천안시 설명이다. 그러나 최근 마라톤 참가권의 희소성이 크게 높아진 만큼 단순히 실제 접수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설명만으로 논란이 가라앉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러너 입장에서는 정해진 시각에 홈페이지에 접속해 여러 차례 새로고침하고 개인정보 입력과 결제 경쟁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일부 신청자의 명단이 공식 접수 전에 운영사로 전달됐다는 사실 자체가 선착순 원칙에 대한 신뢰를 흔드는 문제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러닝 인기를 타고 마라톤 접수 대란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접수 경쟁이 지나치게 치열해지면서 선착순 방식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2026 JTBC 서울마라톤은 본 접수를 단순한 가장 빠르게 접수하는 방식이 아닌 기록을 기준으로 한 단계별 추첨 방식으로 운영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아시아경제
원본보기 아이콘최근 러닝 인기를 타고 마라톤 접수 대란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지난해 12월 참가 신청을 받은 경주벚꽃마라톤대회는 접속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홈페이지가 마비돼 접수 자체를 연기했다. 2026 대구마라톤 역시 참가 신청 시작 직후 5분 동안 약 78만건의 접속이 몰렸다. 대구시는 전년보다 서버 수용량을 4배 늘렸지만, 접속 장애와 대기 현상을 피하지 못했다. 합천벚꽃마라톤도 지난해 12월 참가 신청 당시 10㎞ 코스가 29분, 하프가 30분, 풀코스가 39분, 5㎞가 49분 만에 모두 마감됐다.
접수 경쟁이 지나치게 치열해지면서 선착순 방식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2026 JTBC 서울마라톤은 본 접수를 단순한 가장 빠르게 접수하는 방식이 아닌 기록을 기준으로 한 단계별 추첨 방식으로 운영했다. 일정 기간 신청을 받은 뒤 별도 추첨을 통해 참가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러닝 인구 증가에 맞춰 대회 참가 방식 역시 '누가 가장 빨리 접속했느냐'를 겨루는 방식에서 공정성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국민연금 '-8%' 곤두박질칠 때도 웃었다…폭락장 ...
지방자치단체나 공공 체육단체 등이 관여하는 대회에서는 참가자 모집 기준과 단체 접수 여부, 우선 배정 인원 등이 있다면 이를 접수 전에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 신청자와 특정 단체가 서로 다른 조건에서 신청한다면 대회 운영 전반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수 있어서다. 특히 러닝 인구 증가와 함께 인기 마라톤 대회의 참가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는 만큼 안정적인 접수 시스템 구축과 함께 참가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투명하고 공정한 모집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대회 운영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