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중국을 다 응원하게 되네"…애플도 걷어찬 中창신메모리
애플·CXMT 가격 협상 결렬
中 빅테크 수요에 가격 주도권 확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사이익 기대
애플이 원가 절감을 위해 중국 최대 D램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손잡으려 했지만, 공급 단가 이견으로 사실상 협상이 무산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보다 저렴한 메모리를 확보하려던 애플의 전략이 중국 내 빅테크 기업들의 강력한 수요를 등에 업은 CXMT의 '가격 고수'에 막힌 것이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글로벌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지면서 반도체 시장의 힘의 균형도 변하고 있다. 과거 막강한 구매력을 바탕으로 부품 가격 협상을 주도했던 애플조차 공급업체 우위 시장에서는 예전과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이번 협상 결렬로 대체 공급처 확보가 제한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가격 협상력 강화라는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6일 중국기금보 등에 따르면 애플은 차세대 아이폰 등 스마트기기의 제조원가를 낮추기 위해 CXMT와 LPDDR5X 모바일 D램 공급 협상을 진행했다.
애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심의 기존 메모리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CXMT 제품 도입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AI 서버 확산으로 메모리 가격이 상승하자 새로운 공급처 확보 필요성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가격 조건이 걸림돌이 됐다. 애플은 CXMT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보다 낮은 수준의 공급 가격을 요구했지만, CXMT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CXMT가 제시한 가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제품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은 수준이었다. 애플이 기대했던 '저가 메모리 공급처' 역할을 CXMT가 거부한 셈이다.
이는 최근 메모리 시장의 구조 변화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AI 반도체 수요 확대와 함께 D램 공급 여력이 줄어들면서 메모리 제조업체들의 협상력이 과거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중국 빅테크 확보…"애플 없어도 물량 충분"
CXMT가 가격 인하 요구를 거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중국 내 강력한 수요 기반이 있다. 중국 기업들이 자국산 메모리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CXMT 생산 물량 상당 부분이 이미 확보된 상황이다.
CXMT는 지난 6월 텐센트와 약 30억달러(약 4조2400억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와 최대 5년간 70억달러(약 9조9100억원) 규모의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화웨이와 샤오미를 비롯해 알리바바 클라우드, 레노버 등도 CXMT 주요 고객으로 거론된다. 중국기금보는 중국 내 높은 메모리 수요가 CXMT의 가격 협상력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해외 시장에서도 공급 확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HP, 에이수스, 에이서 등 글로벌 PC 제조업체들은 올해 중반 CXMT D램 품질 인증을 마치고 일부 노트북 제품에 제한적으로 탑재하기 시작했다.
결국 CXMT 입장에서는 애플의 까다로운 인증 절차를 통과하고 추가 생산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가격을 낮춰 공급할 유인이 크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산 메모리 둘러싼 미·중 갈등 변수
애플과 CXMT의 협상에는 기술 경쟁뿐 아니라 미·중 갈등이라는 변수도 작용했다. 애플은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미국 정부에 CXMT와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제품 사용 승인을 요청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 정치권은 중국산 반도체 사용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의원 등은 지난달 29일 애플에 서한을 보내 CXMT와 YMTC 메모리 칩을 제품에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CXMT와 YMTC는 미국 전쟁부(옛 국방부)의 중국 군사기업 관련 명단에 포함된 업체다. 이에 업계에서는 애플이 CXMT를 실제 핵심 공급망으로 편입하기보다는 기존 메모리 공급업체와의 가격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카드로 활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과거에도 애플은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존 메모리 업체와 가격 협상을 벌여왔다. 이번 CXMT 접촉 역시 이러한 목적이 일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협상력 강화 기대
CXMT와 애플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애플이 활용할 수 있는 대체 메모리 공급원이 줄어들면서 두 회사의 가격 협상력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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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그동안 세계 최대 스마트폰 기업이라는 구매력을 기반으로 부품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가져왔지만 최근 메모리 시장에서는 공급업체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CXMT와의 협상 결렬이 단순한 공급 계약 실패를 넘어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주도권 이동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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