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이 민주당과 멀어지는 이유
'경청 부재'와 '소통 불능'의 구조화
'공포·불신' 경청 않으면 계속 외면받을 것
'2030세대'를 두고 언론과 정치권에선 '극우화됐다', '민주당을 떠나고 있다'는 식의 분석이 많다. 다만 지난 6·3 지방선거를 통해 확인된 사실은 이런 세간의 인식과는 결이 달랐다. 각종 여론조사에선 진보 성향의 더불어민주당, 보수 성향의 국민의힘을 향한 지지가 비등해지고, 오히려 특정 지지 정당이 없는 이른바 '무당층'이 가장 많다는 결과가 나왔다.
물론 탄핵된 전임 대통령을 되살려야 한다는 '윤어게인' 주장과 부정선거 음모론만을 반복해 온 국민의힘을 많은 이들이 외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에 비해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큰 기대를 받았다. 전임 대통령의 계엄 선포 과정에서 이를 저지하고 정권을 교체한 이재명 정부에 대한 지지율도 여전히 높다. 개혁의 드라이브는 거침없으면서 거칠었지만, 전임 정권의 무능함에 지친 우리 국민들은 기대와 우려 속에서 이재명 정부를 지켜봤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차츰 바뀌어 이제는 민주당도 '말이 통하지 않는 세력'이라고 느끼는 2030세대가 적지 않은 것 같다. 검찰을 개혁하는 프로젝트의 최종 지점이라고 하는 '보완수사권 폐지'가 결정적인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특히 성폭력과 스토킹, 교제폭력을 두려워하는 2030세대의 특수성이 이런 분위기를 더욱 짙어지도록 만들었다. 그 가운데에는 경찰의 무능함이 자리하고 있다. 범죄를 신고해도 보호받지 못하고 수사가 늦어지는 사이 가해자가 자신을 다시 찾아올 것이라는 공포를 경험했거나 두 눈으로 목격한 젊은이들은 더 이상 경찰을 믿지 않는다. 이들은 국가가 정작 필요한 순간에 손을 놓고 외면한다고 느낀다. 그래서 지금의 개혁이 과연 정말 옳은 방향인지를 되묻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를 '반(反)개혁' 움직임이라고 치부해 버리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로 인해 청년들은 이에 민주당을 '우리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세력'으로 생각하게 된 것이 아닐까.
검찰개혁을 지지하는 시민, 2030세대들 역시도 많다. 이들은 정치 검찰의 표적수사와 국가폭력의 역사를 더 강하게 기억하고 있다.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른 검찰과 검찰로부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유명을 달리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억하고 있는 이들에게 검찰개혁은 정치 구호를 넘은 삶의 문제다. 보완수사권 폐지도 그 연장선에 있는 과제이자 '정상화'의 과정으로 받아들여진다.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7월 임시국회 제3차 본회의에서 전날 상정된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손뼉치고 있다.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이렇듯 어떤 이들은 개인을 보호하지 않는 무책임한 국가를, 다른 이들은 공정한 수사 제도가 작동하지 않는 폭력적 국가를 두려워한다. 그럼에도 사실은 모두가 같은 마음이 아닐까. 정의롭고 안전한 국가를 바라는 마음.
민주당이 청년 입장에서 '빌런'인지 '히어로'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5060세대의 뿌리 깊은 분노와 검찰 권력에 대한 개혁 의지 역시도 이해하고 싶다. 하지만 그런 노력만큼 2030세대의 공포와 불신에 민주당이 귀를 기울이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 정치 검찰에 다친 이들의 상처만큼이나 국가가 자신을 지켜주지 않을 것이라 두려워하는 시민의 마음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보완수사권 폐지가 정말 안전한 나라를 만들 수 있는가. 2030세대는 두려움을 짊어지고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에 경청하는 것이 곧 개혁의 포기는 아닐 것이다. 2030과 5060은 분명 다른 세대이며 다른 시대를 살아왔지만 모두 안전한 국가를 바라는 시민들이다. 서로 다른 두려움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개혁한다는 민주당을 2030세대가 외면하게 되는 까닭은 우경화도 반개혁 세력화도 아니다. 우려와 걱정을 낙인찍는 순간, 시민들은 조용히 귀를 닫고 시선을 돌린다. 그때 민주당과 시민의 거리는 차갑게 멀어질 뿐이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美주식 대체 뭘 샀길래…국민연금 석 달 만에 33조...
배강훈 정치싱크탱크 밸리드 공동대표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