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케임브리지대 최연소 흑인 교수 물러나
2015년 논문서 유사 구절 다수 확인 보도
옹호 청원 1만 ↑…인종·다양성 논쟁 확산
가디언 "학자 아닌 홍보 수단 대우받아"
영국 케임브리지대 사상 최연소 흑인 교수였던 제이슨 아데이(41) 교육사회학 교수가 표절과 이력 부풀리기 의혹 속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사상 최연소 흑인 교수였던 제이슨 아데이(41) 교수가 논란 속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성화 봉송에 나선 모습. AP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연합뉴스는 영국 BBC 방송과 일간 더타임스 등을 인용해 "케임브리지대가 아데이 교수의 부정행위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그가 사의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아데이 전 교수는 교수직과 함께 소속 칼리지인 예수칼리지의 펠로직에서도 즉시 물러났다. 케임브리지대는 조사에 착수한 근거를 '새로운 정보'라고만 밝혔고, 예수칼리지도 별도 조사에 들어갔다. 더타임스는 "그의 연구 일부가 조작됐고 성립이 불가능한 근거를 담고 있다는 새 증거를 자사가 대학 측에 제시한 뒤 조사 결정이 내려졌다"고 전했다.
그는 이날 자신을 지원해온 단체 '굿 로 프로젝트(Good Law Project)'를 통해 낸 성명에서 "끈질긴 의혹 제기와 추측, 공개 논평이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고 말했다. 이어 비판이 학술적 이견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의 사임이) 학문에 대한 신뢰를 잃은 것으로 해석되거나 자신을 둘러싼 서사를 받아들인 것으로 오해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아데이 전 교수는 37세이던 지난 2023년 2월 케임브리지대 최연소 흑인 교수로 임용됐다. 그의 이름이 학계 밖까지 알려진 것은 성장 과정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 자폐증과 전반적 발달 지연 진단을 받았고, 말문이 트인 것은 11세, 글을 읽고 쓰게 된 것은 18세였다는 이력이 언론을 통해 소개돼 화제를 모았다. 학위 취득도 늦었다. 체육 교사로 일하던 그는 영국 리버풀 존 무어스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더럼대와 글래스고대를 거쳤고, 신경 다양성과 교육 현장의 인종 문제를 자신의 주 연구 분야로 내세워 왔다.
논문 유사 구절에 모금액 과장 의혹까지
의혹은 지난달 들어 언론 보도 등으로 불거졌다. 케임브리지대 연구원을 지낸 네이선 코프나스가 지난달 21일 아데이 전 교수의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했고, 더타임스는 사흘 뒤인 24일 "아데이 전 교수의 2015년 논문에서 6년 앞선 폴라 즈워즈디악마이어스의 박사 학위 논문과 같거나 유사한 구절이 여러 곳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다만 그가 박사 학위를 받은 리버풀 존 무어스대는 해당 의혹을 조사한 뒤 학술적 부정행위의 증거를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그가 사회적 성과를 과장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자선단체를 위해 사흘간 300마일(약 482㎞)을 달려 500만 파운드(약 96억원)를 모금했다는 주장 등이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인종적 동기" 주장…"학자의 몫" 비판도
이번 논란은 인종과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문제로 옮겨붙었다. 아데이 전 교수는 지난달 31일 더타임스 인터뷰에서 "케임브리지대에 온 이후 나를 끌어내리려는 조직적인 캠페인이 있었다"며 "인종적 동기가 있다. 장애인 차별, 인종주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표절 의혹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대신 자폐증과 복합적 학습 장애를 안고 연구를 이어온 자신에게 대학이 필요한 감독과 지원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굿 로 프로젝트'에는 그와 연대하자는 온라인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서는 '영향력 있는 자리에 오른 흑인을 끌어내리려는 시도'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서명자는 1만 2000명으로, 좌파 녹색당 잭 폴란스키 대표와 중도좌파 노동당 소속 하원의원 5명이 이름을 올렸다. 반대편에서는 "부정행위 의혹 앞에 예외로 남을 수는 없다", "학술적 적절성을 검증받는 것은 학자가 감수해야 할 몫", "잘못이 드러났다면 인정하고 바로잡으면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한국 때문에 망했네" 급등해도 아무도 안 산다…...
한편 이번 사안을 계기로 학계가 내세워온 다양성의 실체를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제이슨 오쿤다예 가디언 편집위원은 칼럼에서 "아데이는 학자로서가 아니라 다양성 부족을 지적받아온 기관의 마스코트로 대우받았다"며 연구 활동의 장벽을 걷어내는 실질적 지원 대신 홍보용으로 '가짜 다양성'을 소비하는 관행을 끝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