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빚투 급증…생애 계획까지 흔든 손실
"주식 말고 사다리 없다" 불안이 만든 후폭풍

[기자수첩]가장 쉽고 빠른 길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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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한 집 한 채는커녕 모아놓은 자산조차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조급해졌나 봐요." "남들 버는 만큼은 나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빚을 내 주식 투자에 나섰다가 손실을 본 이들을 취재하면서 이런 사연들을 들었다. 취재원 10명 중 9명은 비슷한 심리로 투자에 나섰고, 결과적으론 남들보다 더 깊은 수렁에 빠졌다고 했다. 원금 회복을 못 해 하루 한 끼로 버티고 있다는 대학원생부터 빚을 갚아보려다 빚이 곱절로 늘어났다는 투자자, 급전 막아보려다 사기를 당한 피해자까지. 깊은 탄식이 귓가를 맴돌았다.

손실은 계좌에서 끝나지 않았다. 영끌과 빚투로 쌓아올린 잔고가 무너지자 학업과 결혼, 출산 같은 생애 계획이 흔들렸다. 원금이라도 되찾겠다는 절박함은 리딩방과 'n차 사기'의 표적이 됐다. 투자 문제가 얽힌 법원 판결문 726건에는 가족을 해치거나 삶을 포기한 사연도 담겼다. 증시 변동은 개인의 성패가 아니라 청년의 미래를 흔들고 범죄를 양산하는 공동체의 비용으로 번졌다.


시장에서 더 위험한 승부수를 던진 이는 청년들이었다. 2024년 말부터 코스피 랠리가 이어진 올해 6월까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0대가 145.5%, 30대는 137.3% 증가했다. 40대(114.7%)와 50대(111.7%)를 웃도는 증가율이다. 지금의 청년층에게 근로소득을 착실하게 저축하면 자산 격차를 좁힐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사라졌다. 자산을 불릴 기회라는 조급함 속에 위험한 투자를 선택한 것이다.

이를 단순히 개인의 탐욕으로만 치부하긴 어렵다. 정부는 자본시장 활성화를 국민 자산 형성의 핵심수단으로 제시했고 시장에는 고위험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이 빠르게 늘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부추긴 집단심리가 더해지며 '더 오를까 봐 사는 공포'와 '조금만 떨어져도 던지는 공포'가 시장을 흔들었다. 반면 과열된 투자 심리를 다스리거나 위험을 흡수할 장치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정책은 손실 위험을 알리고 취약한 투자자를 보호할 책임을 감당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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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가 국민의 건전한 자산 증식을 위한 가장 쉽고 빠른 길"이라고 했다. 그 길을 따라 들어선 수많은 투자자가 빚을 떠안은 현실은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문제의 뿌리는 주식 자체가 아니라, 주식으로 단기간에 일확천금을 벌거나 계층 이동이 가능하다고 믿게 만든 데 있다. 일반 국민에게 주식은 오랜 투자를 통해 노후를 대비하는 수단으로 쓰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도체 기업의 주가가 단기간에 오르도록 한 것은 시장이었지만, 섣부른 정책으로 불에 기름을 부은 것은 정부의 실수였다. 이제 '부의 사다리'를 찾는 이들에게 장기 투자만이 해답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이를 실행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정부가 시행착오에서 얻을 교훈이다.


이지예 기자 eas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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