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금·허가 없이 2002억 보증…檢, ‘깡통 보험증서’로 30억 챙긴 일당 기소
8년간 무허가 보험증서 87건 발행
1427억 토지 잔금 없이 넘기게 한 혐의도
검찰, 홈페이지 폐쇄·법인 해산명령 청구
보험금을 지급할 자본과 능력 없이 정상적인 보증보험사처럼 행세해 2000억원대 보험증서를 발행하고 수수료 약 30억원을 챙긴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9일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에서 곽중근 전 특수전사령관을 소환해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서울 중앙지검 청사 앞 태극기와 검찰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허영한 기자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부장검사 고은별)는 6일 "무허가 보증보험사 K법인의 전·현직 대표와 직원 등 6명 및 법인을 보험업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횡령 등 혐의로 전날 기소했다"고 밝혔다. 전·현직 대표 등 3명은 구속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9년 2월부터 올해 6월까지 금융위원회 허가 없이 공사업체 등으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K법인 명의로 총 87차례에 걸쳐 2002억원 상당의 보험증서를 발행한 혐의를 받는다.
보험사고가 발생해도 보험금을 지급할 자본이나 의사가 없었지만, 자본금 100억원을 갖춘 것처럼 허위 등기하고 대표이사를 바꿔가며 영업을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보증료로 받은 약 30억원을 나눠 가진 혐의도 받는다. K법인은 과거 같은 범죄로 7차례 처벌받았지만, 보증금액의 1~3%를 수수료로 얻는 이익이 처벌 위험보다 크다고 보고 범행을 계속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검찰은 계좌 추적 과정에서 K법인이 중견 건설사에 1413억원 상당의 토지 잔대금 지급이행보증서를 발행하고 17억5000만원을 받은 사실도 확인했다. 보증서를 믿은 한 공사는 잔금을 받지 않은 채 시가 1427억원 상당의 토지 소유권을 건설사에 넘겼다. 피고인들은 보증료를 곧바로 빼내 나눠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K법인은 이 밖에도 산지·농지 원상복구비와 도로포장 공사, 공유재산 임차료, 세금 등 공사업체가 부담할 각종 채무를 보증했다. 그러나 실제 이행 능력이 없어 보증사고가 발생하면 피해는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떠안는 구조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건은 당초 경찰에서 무허가 보험영업 사건 여러 건으로 나뉘어 송치됐다. 일부 대표는 이미 동종 범행으로 처벌받아 보험업법 위반 혐의로는 다시 기소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검찰은 사건을 병합한 뒤 단순한 무허가 영업이 아니라 처음부터 보험금을 지급할 능력 없이 거래 상대방을 속인 조직적 금융사기라고 보고 전면적인 보완수사에 나섰다.
관련자와 피해 지자체 등 22곳을 추가 조사하고 압수수색과 계좌 추적, 통신수사를 진행한 결과 송치되지 않았던 무허가 보험증서 발행 82건, 1986억원 상당의 추가 범행과 지자체·공공기관 등을 상대로 한 사기 40건, 피해액 1719억원을 규명했다. 지자체 3곳은 민사소송에서 승소하고도 K법인의 무자력으로 14억원 상당의 보증채권을 집행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한국 때문에 망했네" 급등해도 아무도 안 산다…...
검찰은 범행에 이용된 K법인 홈페이지를 폐쇄하고 정상적인 사업 활동 없이 범행에만 이용된 법인을 없애기 위해 법원에 해산명령도 청구했다. 검찰은 "국민의 재산과 공공의 신뢰를 침해하는 지능형 금융질서 교란 범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