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열로 25만명 난방…핀란드 제2 도시의 실험[AIDC 시대의 공존법]④
Ⅱ. 핀란드의 친환경 데이터센터, 도시의 동반자가 되다
MS, 에스포·키르코눔미에 데이터센터 건설
폐열 활용으로 2027년 지역 에너지 40% 공급
온실가스 감축·주민 연료비 절감 등 기여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자동차로 불과 10분 거리에 있는 에스포(Espoo)는 핀란드 제2의 도시로 혁신 기업들이 몰려 있다. 노키아, 네스테, 발멧 등 핀란드 주요 기업들이 이곳에 자리 잡고 있어 핀란드의 실리콘밸리로도 불린다. 에스포에 본사를 둔 기업들이 헬싱키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핀란드 기업 전체 매출액의 41%를 차지할 정도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곳 에스포와 인근 키르코눔미(Kirkkonummi)에서 현지 에너지 기업 포르툼(Fortum)과 협력해 데이터센터에서 버려지는 열을 지역난방에 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6일(현지시간) MS가 키르코눔미 콜라바켄(Kolabacken) 지역에 짓고 있는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을 찾았다. 여러 굴착 장비와 인부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골조 작업이 한창이었다. 데이터센터로 사용하기 위한 첫 번째 건물이 완성됐으며 지난 3월부터 2번째 건물을 짓고 있었다. 3번째 건물을 위한 부지도 눈에 들어왔다.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에서 불과 수십 미터 떨어진 곳에는 포르툼의 히트펌프와 축열조가 이미 들어서 있었다.
"저 배관을 통해 데이터센터의 폐열이 히트펌프로 연결됩니다." 안내를 맡은 테무 니에미넨(Teemu Nieminen) 포르툼 냉난방 부문 이사가 공사 중인 지하 배관을 가리키며 말했다.
데이터센터와 포르툼 히트펌프 건물 사이에는 지름 800㎜의 배관 2개가 나란히 연결돼 있다. 하나는 데이터센터에서 데워진 냉각수가 히트펌프로 향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히트펌프의 열교환기에서 차가워진 물이 다시 데이터센터로 되돌아가는 용도다. 이 배관을 통해 초속 2000ℓ의 물이 이동할 수 있다고 한다.
핀란드 에너지기업 포르툼이 MS 키르코눔미 데이터센터 부근에 설치한 대형 축열조. 축열조는 800메가와트시(MWh) 용량으로 2만ℓ의 물을 저장할 수 있다. 강희종기자
원본보기 아이콘포르툼은 데이터센터 바로 옆에 20개의 공기열 히트펌프와 36개의 수열 히트펌프를 설치했다. 총 90메가와트(㎿) 규모로, 데이터센터에서 냉각수로 사용 후 30도로 데워진 물을 활용해 난방 용수를 86도까지 끌어 올리는 역할을 한다. 한겨울에는 전기보일러를 추가해 난방 용수의 온도를 115도까지 올릴 수 있다고 한다. 전기보일러에 사용하는 전기는 재생에너지로 공급받을 예정이다.
히트펌프 옆에는 높이 43m, 지름 26m 크기의 대형 축열조가 거대한 자태를 뽐내며 서 있었다. 히트펌프에서 데워진 물이 이곳에 저장된다. 니에미넨 이사는 "축열조는 800메가와트시(㎿h) 용량으로 2만ℓ의 물을 저장할 수 있다"며 "한겨울 혹한기에 에스포시 전체를 한 시간 정도 난방할 수 있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포르툼은 MS가 에스포 헤포코르피(Hepokorpi) 지역에 건설하고 있는 데이터센터 현장에도 히트펌프를 구축했다. 축열조가 없을 뿐 동일한 형태다.
2027년 MS의 에스포 및 키르코눔미 데이터센터가 완공되면 데이터센터 폐열을 이용해 25만명 지역난방 가입자가 필요한 열의 40%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포르툼 측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데이터센터 폐열 재활용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니에미넨 이사는 "데이터센터를 가동하면 언제든지 폐열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가 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MS와 포르툼이 데이터센터 폐열을 난방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은 핀란드 및 에스포의 탄소중립 계획과 맥을 같이 한다. 핀란드는 2035년까지 국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온실가스 감축에 가장 앞서 있는 나라다. 에스포는 이보다 먼저인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난방의 탈탄소화다. 에스포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체 온실가스 배출에서 난방이 차지하는 비중은 41%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테무 니에미넨(Teemu Nieminen) 포르툼 냉난방 부문 이사가 마이크로소프트 키르코눔미 데이터센터 인근에 설치된 히트펌프 시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희종기자
원본보기 아이콘에스포는 난방 분야의 탄소중립을 위해 포르툼과 함께 2017년부터 '에스포 클린 히트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기존 화석연료 위주의 난방 시스템을 친환경, 전기 기반 지역난방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 골자다. 에스포시와 포르툼은 우선 2024년 4월부터 지역난방 생산에 사용하는 석탄 사용을 완전히 중단했다. 대신 데이터센터, 하수처리장 등에서 발생하는 폐열, 전기보일러, 히트펌프, 바이오매스 등을 지역난방의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폐열 활용, 주민 설득에 긍정적...주민갈등 최소화 역할
MS의 데이터센터 사업은 에스포 클린 히트 프로그램의 핵심이다. MS와 포르툼은 2022년 데이터센터 폐열 활용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포르툼은 현재까지 히트펌프와 배관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약 2억2500만 유로(약 3689억원)를 투자했다. 이 자금은 유럽연합의 넥스트제너레이션EU 및 핀란드 경제고용부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포르툼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연간 약 40만t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폐열을 지역난방에 활용하면 천연가스 등 연료 가격의 급격한 변동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온실가스 감축과 연료비 절감 등의 효과로 지역 주민들의 데이터센터 건설 반대는 크지 않았다. 니에미넨 이사는 "주민들의 반대나 충돌은 없었다"며 "폐열을 활용하는 것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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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에스포(Enter Espoo Oy)의 미스카 하칼라(Miska Hakala) 이사는 "데이터센터 건립이 에스포시의 2030년 탄소중립 달성 목표에 기여하고 지역 이미지 개선에 궁극적으로 기여한다는 점에서 주민들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핀란드 엔터에스포 주식회사(Enter Espoo Oy)의 미스카 하칼라(Miska Hakala) 이사가 아시아경제와 만나 에스포지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엔터에스포는 에스포 지역 투자 유치를 위해 설립된 기업이다. 강희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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