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락계열사 자산·매출 중 큰 금액 기준
'총수 개인'에 부과하는 과징금 신설
대기업 반칙 '엄단' 의지 반영된 듯

200억→수천억 가능해진 ‘총수 과징금’…주병기 공정위, 칼끝 바꾼 이유[Why&N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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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의 하반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가장 눈길을 끈 대목 중 하나는 이른바 '총수 과징금' 신설 방안이다. 대기업집단 지정자료 제출 과정에서 계열회사를 누락할 경우, 누락된 계열사들의 자산총액과 연평균 매출액 합계 중 더 큰 금액의 최대 10%를 총수 개인에게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내용이다. 공정위는 하반기 중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해 제도 도입에 나설 계획이다.

정률 10% 과징금 도입…'강력 처벌' 의지 반영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업무보고에서 총수 과징금 신설을 포함한 하반기 주요계획을 보고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업무보고에서 총수 과징금 신설을 포함한 하반기 주요계획을 보고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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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공정위에 따르면 총수 개인에 대한 '정률 과징금' 도입을 공식화한 것은 이번 업무보고가 처음이다. 앞서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지정자료 허위 제출에 대해 200억원 한도의 '정액 과징금' 신설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석 달간의 내부 검토를 거쳐 정률 과징금 방식과 구체적인 부과 기준이 마련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정자료 허위 제출 가운데 규모를 산정하기 어려운 행위는 정액 과징금을 부과하고, 계열사 누락은 위반 규모에 비례해 정률 과징금을 총수에게 부과하는 방향"이라며 "기존 구상이 보다 구체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정자료는 공정위가 매년 대기업집단을 지정하기 위해 총수로부터 제출받는 자료로, 계열사·친족·임원·주주 현황 등 대기업집단 정책의 기초가 되는 핵심 정보다. 하지만 현행 공정거래법상 허위 제출이나 누락에 대한 제재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 벌금에 그쳐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대기업의 반칙 행위에 대한 엄정 대응을 강조해 온 주 위원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주 위원장은 학계와 세미나 등에서 지정자료 허위 제출에 대한 강한 제재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언급해 왔다"며 "정률 과징금 신설은 이런 문제의식이 제도화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지정자료 허위 제출로 검찰에 고발된 총수는 1명에 불과했지만, 주 위원장 취임 이후에는 HDC그룹, DB그룹, 영원그룹 등 3개 기업집단 총수가 잇달아 검찰에 고발됐다. 최근에는 허위자료 제출로 최근 3년 내 경고를 받은 전력이 있을 경우 원칙적으로 고발하도록 지침도 강화했다.

'자산 또는 매출 중 큰 금액' 산정…대기업집단 회피 꼼수 차단

200억→수천억 가능해진 ‘총수 과징금’…주병기 공정위, 칼끝 바꾼 이유[Why&Next] 원본보기 아이콘

총수 과징금 산정 기준으로 자산과 매출 중 더 큰 금액을 택하도록 한 점도 주목된다. 기존 공정위 과징금 체계가 주로 매출을 기준으로 운영된 것과는 차별화된 방식이다. 이는 매출은 거의 없지만 부동산이나 주식 등 대규모 자산을 보유한 계열사를 의도적으로 누락해 대기업집단 지정을 회피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장치로 해석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매출이 미미하더라도 수천억원대 자산을 보유한 회사를 누락하면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이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 10조원 이상) 지정을 회피할 가능성이 있다"며 "위반의 중대성과 잠재적 이익을 고려할 때 자산과 매출 가운데 큰 금액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가 올해 고발한 사례에 적용해 보면 과징금 규모는 수천억원대에 이를 수 있다. 82개 계열사를 누락해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을 피한 혐의로 고발된 성기학 영원그룹 회장의 경우 누락 계열사의 자산총액은 3조2400억원이다. 단순 계산으로 10%를 적용하면 과징금 규모는 3240억원에 달한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 역시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누락한 20개 친족회사의 자산총액이 연간 1조~1조2000억원 수준이었다.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과징금은 최대 1200억원 안팎이 될 수 있다. 다만 두 사례 모두 과거 사건이어서 향후 도입될 총수 과징금 제도가 소급 적용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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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는 파급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오너 개인에게 직접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제재는 기업 입장에서 가장 민감한 수단"이라며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주기 위한 사실상 최고 수준의 제재로 받아들여진다. 앞으로는 계열사 검증과 지정자료 제출 과정에 훨씬 더 신경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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