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 특약 내세워 하도급법 위반
설계비 지급만으론 정당성 없어
유명 헬스케어·의료기기 제조업체 (주)세라젬이 중소 협력업체의 핵심 기술자료인 금형 도면을 일방적으로 자사에 귀속시키고, 이를 중국 현지 법인으로 무단 제공한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공정위는 세라젬의 부당특약 및 기술유용행위 등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억32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6일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라젬은 2019년8월부터 2024년1월까지 12개 수급사업자와 17건의 금형제작위탁계약을 체결하면서 금형 제작과 관련된 지식재산의 소유권을 자신들에게 귀속시키는 부당한 특약을 설정했다. 이후 세라젬은 중국 현지 법인(천진세라젬의료기계유한공사) 개발을 목적으로 수급사업자 3곳에 금형도면 33건을 요구해 받아낸 뒤, 이 중 7건의 도면을 협력사와 아무런 합의 없이 중국 법인에 무단 제공했다. 모터 부품 사양서와 외형도를 요구하면서 필수 절차인 '기술자료 요구 서면'을 발급하지 않은 행위도 함께 적발됐다.
세라젬 측은 심의 과정에서 "계약서상 지적재산권은 당사 소유로 명시되어 있고, 설계비를 지급했으므로 도면의 소유권은 당사에 있다"고 주장했다. 원사업자의 기술이 반영된 만큼 수급사업자의 독자적 기술자료가 아니라는 논리도 펼쳤다.
하지만 공정위는 세라젬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별도의 구체적인 소유권 이전 계약이 없었고, 견적서상 설계비는 금형 제작비용의 세부 항목일 뿐 소유권 이전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원사업자의 제조 방식이 일부 반영되었더라도, 수급사업자의 고유 기술과 노하우가 투영되었다면 하도급법상 보호받아야 할 '기술자료'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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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하도급 계약서를 통해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에 대한 권리를 일방적으로 원사업자에게 귀속시키는 약정은 부당한 특약으로서, 하도급법에 위반됨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라며 "합의에 바탕을 둔 구체적인 계약 체결 없이, 부당특약을 설정하거나 단순 설계비를 지급한 것만으로 기술자료에 대한 수급사업자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제한할 수 없음을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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