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파·소음이 있다면 날다람쥐가 살겠는가"…핀란드인들도 깜짝 놀란 구글 데이터센터[AIDC 시대의 공존법]⑥
Ⅱ. 핀란드의 친환경 데이터센터, 도시의 동반자가 되다
구글, 제지 공장 건물·부지 활용 데이터센터 건설
보호 동물도 서식 확인…환경 파괴 우려 불식
옛 군사 요새 도시, 데이터센터 집적지로 변신 시도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자동차로 약 2시간 거리에 있는 하미나(Hamina)시는 군사 요새 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18세기 스웨덴 통치 시설 방어 목적으로 도시 전체를 독특한 8각형의 방사형 구조로 설계했다. 제정 러시아 시기에 지어진 사관학교 건물은 지역 명소이기도 하다.
이 도시가 최근엔 전 세계 정보기술(IT) 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구글이 이곳에 건설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지역과 어떻게 상생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7일(현지시간) 찾은 구글 하미나 데이터센터의 외관은 여느 다른 데이터센터와는 사뭇 달랐다. 구글은 2009년 과거 제지 공장이었던 건물과 부지를 사들여 데이터센터로 개조했다. 현재까지 구글이 하미나 데이터센터에 투자한 금액만 약 45억 유로(약 7조5000억원)에 달한다. 구글은 현재 7번째 데이터센터 건물을 짓고 있다. 기자가 찾은 날도 확장 공사가 한창이었다.
사리 팔야카(Sari Paljakka) 하미나시 기술국장은 이날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주민들이 알고 있던 공장 부지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섰기 때문에 환경 파괴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이 적었다"며 "제지 공장의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승인 절차도 단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핀란드에서는 전자파나 소음에 대한 우려는 데이터센터 건설 과정에서 큰 이슈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하미나시 관계자에게 전자파나 소음에 대해 물으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실제로 구글 데이터센터 가까이에서도 소음은 전혀 들리지 않았다.
대신 핀란드에서는 자연환경 파괴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데이터센터 건설 과정에서 오래된 숲을 파괴하거나 동식물의 서식지가 훼손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구글 데이터센터 건설 과정에서는 주민들의 민원이 단 한건도 제기되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구글 데이터센터 부지에 핀란드에서 보호종으로 지정한 날다람쥐가 서식하는 것이 확인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팔야카 국장은 "데이터센터에 날다람쥐가 산다고 하면 핀란드 사람들도 놀란다"며 "전자파나 소음이 있다면 날다람쥐가 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핀란드에서는 날다람쥐 때문에 건설 프로젝트가 무산될 정도라고 한다. 팔야카 국장은 구글이 데이터센터를 지을 때 날다람쥐의 이동 경로를 해치지 않도록 설계했다고 귀띔했다.
하미나시는 구글 데이터센터가 들어선 이후 경제적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오래된 요새 도시에서 디지털 도시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커서 주식회사(Cursor Oy)의 야르코 하르율라(Jarkko Harjula) 선임 어드바이저는 "구글의 브랜드파워 덕분에 이 지역의 인지도가 높아졌다"며 "데이터센터 생태계와 연구 기관, 교육기관 등이 들어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커서는 하미나와 인근 코트카(Kotka) 지역 지자체들이 공동 출자해서 설립한 투자유치 전문 기업이다.
실제로 구글 하미나 데이터센터 반경 100㎞ 이내에 하이퍼코(Hyperco), 노바컴플렉스(Novacomplex), 폴라노드(Polarnode) 등의 데이터센터 관련 기업이 위치해 있다. 구글의 투자와 지원으로 청년들의 디지털 교육 기회도 늘고 있다고 한다.
커서 주식회사(Cursor Oy)의 야르코 하르율라(Jarkko Harjula) 선임 어드바이저. 커서는 하미나와 인근 코트카 지역 지자체들이 공동 출자해서 설립한 투자유치 전문 기업이다. 강희종기자
원본보기 아이콘팔야카 국장은 "구글 데이터센터 건설 과정에 일자리가 늘어났다"며 "데이터센터에 상주하는 직원들로 인해 하미나시 경제가 활기를 띠고 있다"고 전했다. 2024년 구글은 10억 유로를 추가로 투자해 하미나 데이터센터를 확장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딜로이트는 향후 2년간 1900개의 직접 일자리, 1650개의 간접일자리, 640개의 건설 관련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분석했다. 구글 데이터센터에는 컴퓨터 기술자, 보안요원, 급식 직원, 시설 관리 등에 약 4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하미나시는 이제 데이터센터 집적지로 거듭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팔야카 국장은 "데이터센터 유치를 통해 최대 1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예전에 제지를 공부했던 사람들이 이제 데이터센터에서 일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구글 하미나 데이터센터가 이 지역에 크게 기여하는 점은 데이터센터에서 나오는 폐열을 지역난방에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히미나 시는 지역난방에 필요한 열의 80%를 구글 데이터센터에서 얻고 있다.
구글 데이터센터 근처에는 7.5메가와트(㎿) 용량의 히트펌프가 무인으로 운용되고 있었다. 하미나에너지가 2025년 11월부터 가동하기 시작한 이 히트펌프는 구글 데이터센터에서 나오는 폐열을 85℃ 이상으로 데운 후 배관을 통해 하미나시 지역주민의 난방용으로 공급하고 있다. 열교환기를 거쳐 온도가 내려간 물은 다시 데이터센터로 돌아가 냉각수로 활용된다. 하미나에너지는 데이터센터의 폐열을 무료로 받고 있다.
이날 방문한 히트펌프 건물에는 '히트질라(Heatzilla)'라는 로고가 크게 쓰여 있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커다란 히트펌프 3대가 눈에 들어왔다. 히트펌프 1대에 4대씩 총 12대의 압축기가 설치돼 있었다.
칼레비 마틸라(Kalevi Mattila) 하미나에너지 최고경영자(CEO)는 "봄부터 가을까지는 데이터센터의 폐열만으로도 하미나 주민들에 필요한 난방열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겨울에는 목재 칩을 연료로 사용하는 난방 시스템을 추가한다.
칼레비 CEO는 "히트펌프 가동에 필요한 전기의 95%는 재생에너지를 통해 공급받는다"고 설명했다. 지역난방을 위해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셈이다.
하미나시 주민들은 원래 천연가스를 이용한 개별난방 시스템을 주로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천연가스 가격에 따라 난방비의 변동성이 심했다. 하미나시는 2019년부터 개별난방을 친환경 지역난방으로 교체하기 시작했다. 이후 데이터센터 폐열을 지역난방에 활용하자는 아이디어까지 발전했다.
폐열을 지역난방에 활용한 이후로는 연료비 급등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난방비를 절감할 수 있었다. 칼레비 CEO는 "폐열을 산업용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 건설과 관련해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묻자 팔야키 국장은 투명한 정보 공개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데이터센터는 다른 공장에 비해 피해가 훨씬 적다"며 "초기 계획 단계부터 정보를 공개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자리를 주기적으로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에 대해 갖는 선입견에 대해서는 "최대한 반복적으로 지속해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도록 조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르코 선임 어드바이저는 "구글은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하미나시에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며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기업이 지역 사회의 한 일원으로 녹아 들어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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