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 금융사, 3년6개월간 76조 규모 입찰담합
‘시장 소통’ vs ‘부당 담합’…과징금 기준도 쟁점

정부의 국가재정 자금 조달 창구이자 시중 금리의 기준점이 되는 국고채 입찰 과정에서 대형 증권사와 은행들이 짜고 76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담합을 벌였다는 의혹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심사보고서를 송부한 지 무려 1년 5개월 만에 본격적인 전원회의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연루된 금융사 15곳 모두 여전히 국고채 전문딜러(PD)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법정 상한 기준으로는 산술적으로 최대 15조 원이 넘는 '역대 최대' 과징금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채권시장에 거센 파장이 예상된다.

3년 반 동안 76.2조원 주물러…현직 PD 15곳 '전원 포함' 파장

지난해 연말 여의도 금융가의 고층빌딩들이 내년을 기약하며 밝게 빛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지난해 연말 여의도 금융가의 고층빌딩들이 내년을 기약하며 밝게 빛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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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사무처는 15개 국고채 PD 사업자의 입찰 담합 및 정보교환 행위에 대한 조사 결과를 담은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위원회에 제출하고 해당 사업자들에게 송부했다고 6일 밝혔다. 지난해 2월 위원회 제출, 3월 사업자 송부 사실을 공식화하며 본격적인 심의 절차에 돌입한 것이다.


피심인에는 교보·대신·메리츠·미래에셋·삼성·신한투자·NH투자·KB·한국투자·키움증권 등 10개 증권사와 KB국민·NH농협·IBK기업·하나·한국산업은행 등 5개 은행이 무더기로 포함됐다. 공정위 심사관은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는 물론 법인과 전·현직 관련 임직원에 대한 검찰 고발 의견도 함께 제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금융사는 지난 2020년 1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약 3년 6개월간 국고채 경쟁입찰 과정에서 입찰 담합 및 정보교환 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기간 담합 의혹의 영향을 받은 국고채 입찰 규모만 무려 약 76조2000억 원에 달한다.


PD 제도는 정부가 일정 요건을 갖춘 금융기관에 국고채 입찰 참여 권한을 부여하는 대신 유통시장에서 호가를 제시하는 등 시장조성 의무를 부과하는 제도다. 연루된 15개 금융사는 현재도 모두 PD 자격을 유지하고 있어 국고채 발행·유통을 주도하는 핵심 금융사들이 제재 대상에 올랐다.

공정위가 심사보고서 송부 후 1년 5개월 만에야 심의 일정을 잡은 배경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사건 기록만 약 1만 2000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증거 자료가 방대했고, 피심인 방어권 보장을 위해 약 6개월간 연장 요청을 포함해 15건의 의견서를 제출받아 검토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본질은 입찰·구매담합" vs "통상적 동향 파악"…최대 15조 과징금 공방

조만간 개최될 전원회의에서는 정보교환의 위법성 성립 여부와 과징금 산정 기준을 둘러싸고 치열한 법리 공방이 펼쳐질 전망이다. 금융업계는 실시간 시세가 형성되는 채권시장 특성상 딜러 간 소통은 통상적인 시장 동향 파악에 불과하며, 인위적 가격 조작은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본 사건은 단순한 정보교환 사건이 아니라 입찰 담합이 주가 되는 경성 담합 사건으로, 관계법에 따라 위법성을 판단했다"며 "담합이 국고채 시장에 실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과징금 산정 기준도 최대 분수령이다. 현행법상 입찰 담합은 관련 매출액의 최대 2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공정위 심사관은 낙찰금액(76조2000억원)을 기준으로 과징금 부과 의견을 제시했다. 산술적으로 약 15조2400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이 산출된다. 금융사들은 채권 거래가 bp(1bp=0.01%포인트) 수준의 마진을 두고 이뤄지는 만큼 낙찰금액 전체가 아닌 실제 수수료와 운용이익 등 영업수익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정위 측은 "담보인정비율(LTV) 담합 사건과 달리 이번 사안은 국고채를 구매하는 '입찰·구매 담합'이므로 법률상 낙찰금액(구매액)을 관련 매출액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심사관이 제시한 것"이라며 "구체적 과징금 기준과 금액은 향후 전원회의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재경부와도 원칙적 공감대…시장 파급효과·재무상태 종합 고려

국고채 76조 ‘입찰담합’ 혐의…금융사 15곳, 최대 15조 과징금 원본보기 아이콘

시장에서는 수조원대 과징금이나 PD 자격 정지·취소가 현실화할 경우 국채 인수 및 시장조성 기능이 위축되고, 세계국채지수(WGBI) 등 외국인 자금 흐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조사 초기부터 재정경제부와 소통해 왔으며, 재경부 역시 담합 방지 필요성에 동감하면서도 PD 제도의 중요성과 시장 영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PD 자격 정지나 취소는 재경부의 재량권 영역이며, 담합 제재로 인한 부작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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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심사보고서 송부 이후 심의 착수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 만큼 전원회의도 여러 차례 열리며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 공정위는 향후 개최될 전원회의 심의 과정에서 시장 상황, 파급효과, 피심인들의 재무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제재 수위를 확정할 방침이다.


세종=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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