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신호 차단 뒤 24시간 내 자연 회복…광유전학 한계 극복
뇌질환 연구부터 인슐린 분비 제어까지 활용 기대
빛을 한 번 비추는 것만으로 신경세포 간 신호 전달을 차단한 뒤 하루 안에 다시 정상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차세대 광제어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뇌 신경회로 연구는 물론 당뇨병 등 대사질환 연구에도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생체 제어 플랫폼으로 평가된다.
DGIST는 엄지원 뇌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앨리스 팅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신개념 광제어 플랫폼 'LATeNT'를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서즈(Nature Methods)'에 지난달 31일 온라인 게재됐다.
시냅스는 신경세포가 정보를 주고받는 연결 부위다. 시냅스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우울증과 불안장애, 자폐스펙트럼장애 등 다양한 신경정신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기존 광유전학 기술은 신경세포의 전기적 활동을 조절하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특정 시냅스의 신호 전달을 장시간 억제한 뒤 원래 상태로 회복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약한 청색광 한 번으로 신경 신호 차단…하루 만에 회복
연구팀은 파상풍 신경독소에 빛을 감지하는 'LOV(light-oxygen-voltage)' 단백질을 결합해 LATeNT를 설계했다. 이 플랫폼은 청색광을 받았을 때만 신경전달에 필요한 'VAMP2' 단백질을 절단해 시냅스 신호를 차단한다. 이후 빛을 제거하면 약 24시간 안에 신경전달 기능이 자연스럽게 회복되는 것이 특징이다.
연구팀은 쥐 실험을 통해 기억과 감정을 조절하는 해마의 특정 억제성 신경세포 신호를 일시적으로 차단한 결과, 해당 신경세포가 불안 행동을 조절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기존 광유전학 기술보다 더욱 강력하고 지속적인 신경전달 억제 효과도 나타났다.
엄지원 DGIST 뇌과학과 교수 연구팀. (앞줄 왼쪽부터) 엄지원 교수, 김동욱 박사, (뒷줄 왼쪽부터) 전영현 연구원, 김병찬 박사과정생, 김현호 박사. DGIST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연구팀은 또 LATeNT를 췌장 베타세포에 적용해 빛으로 인슐린 분비를 정밀하게 조절하는 데도 성공했다. 연구진은 이번 기술이 뇌 연구를 넘어 대사질환과 면역질환 연구, 합성생물학 기반 유전자 회로 설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엄 교수는 "LATeNT는 특정 시냅스 단백질의 기능을 시간과 공간에 따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분자 도구"라며 "향후 아데노연관바이러스(AAV) 유전자 전달기술이나 약물 제어 시스템과 결합하면 뇌질환뿐 아니라 암, 대사질환, 면역질환을 아우르는 정밀 치료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4인 가족이면 140만원"…추석 앞두고 1인당 35만...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노희광 박사와 김동욱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