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개방 의미 아냐"
이란 통제권 확대 우려도

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의 안전 항로와 지리적 좌표에 합의하면서 해협 재개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다만 이번 합의가 해협의 전면 개방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페르시아만으로 진입하는 선박의 상당수가 이란의 관리 아래 놓일 수 있어 이란의 통제권을 사실상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란 외무부 "호르무즈 새 항로 합의"…이란에 선박 통제권 넘기나
AD
원본보기 아이콘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의 안전 항로를 구축하기 위한 협상에서 제안된 항로의 지리적 좌표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바가이 대변인은 "이란과 오만은 지난 두 달간 상선의 안전한 통항로 구축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해 왔다"며 "기술과 법률, 안보, 환경적 측면을 검토한 결과 제안된 항로의 지리적 좌표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양국 간 주요 합의 사항을 담은 공동성명이 현재 최종 검토와 문안 작성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협상이 진전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일부 제3자가 협상을 방해하지 않는다면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WSJ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잠정 합의안이 페르시아만으로 들어가는 선박은 이란 인근 항로를, 밖으로 나오는 선박은 오만 인근 항로를 이용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보도했다.


진입 선박은 이란 당국과, 출항 선박은 오만 당국과 각각 통항을 조율하는 방식이다. 합의안은 우선 60일간 적용되며, 이란이 선박에 통행료나 서비스 요금을 부과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보안이나 수색·구조 비용을 명목으로 한 자발적 지급까지 제한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WSJ는 전했다. 잠정안은 미국과 역내 국가, 이란 지도부에 공유됐으며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의 해협 통제권 사실상 인정 우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부 차관은 이번 합의가 이행되면 기존 임시 항로는 폐쇄되고 해협을 진입하는 선박 항로의 상당 부분이 이란 영해를 통과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합의가 호르무즈 해협의 전면 개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해협 개방을 위해서는 구체적인 조건들이 충족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 국영방송도 이란과 오만 간 합의만으로 해협이 즉시 개방되는 것은 아니며, 미국의 행동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이번 합의가 미국과 걸프 국가들이 그동안 부인해온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사실상 인정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엘런 월드 애틀랜틱카운슬 글로벌에너지센터 선임연구원은 "이번 합의가 이란에 선박 통행에 대한 통제권을 사실상 넘겨주는 것인지가 핵심"이라며 "걸프 국가들이 이란의 승인이 있어야 하는 항로를 이용한다면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암묵적으로 이란에 넘기는 셈"이라고 말했다.


걸프 국가들도 임시 합의가 이란의 영향력을 고착화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만은 이란이 에너지 수송에 대한 거부권을 갖지 못하도록 다른 걸프 국가들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해협 통항 정상화 기대에 국제유가 안정세

다만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이 정상화될 경우 원유와 천연가스 수송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공급 불안이 완화될 수 있다. 합의 기대가 커지면서 이날 국제유가는 안정세를 보였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79달러 안팎에서 거래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이란과의 협상이 "매우 잘 진행되고 있다"며 48시간 안에 진전 여부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 행정부 관계자들은 최근 호르무즈 해협 재개 합의가 임박했다고 거듭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란은 최근 미국과 공식 협상을 진행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가리바바디 차관은 미국 측이 협상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보내온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양국 간 협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AD

호르무즈 해협 합의가 성사될 경우 미국과 이란이 핵 프로그램과 제재 완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협상에 다시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이란 혁명수비대 강경파의 반발과 미국이 충족해야 할 조건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만큼 최종 합의가 무산되거나 실제 통항 재개가 지연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뉴욕(미국)=황윤주 특파원 hy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