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필름 촬영 '오디세이' 흥행으로 증명
거울 트릭과 방음 케이싱, 대화 장면 벽 넘어
스트리밍 시대 극장의 새로운 승부수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영화 '오디세이'를 위해 액션과 대화를 모두 아이맥스 필름으로만 담아내는, 업계가 20년 가까이 풀지 못한 과제에 도전했다. 이 영화의 흥행 기록은 그 시도가 관객에게 통했다는 증거로 읽힌다.


영화 '오디세이' 스틸 컷.

영화 '오디세이'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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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결단이 가능해진 배경에는 2012년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더 마스터'가 있다. 예술영화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하면서, 다른 감독들에게도 필름 상영이라는 선택지가 열렸다. 놀런 감독은 '인터스텔라(2014)' 이후 모든 작품을 70㎜와 70㎜ 아이맥스로 동시 개봉해왔고,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헤이트풀 8(2016)'을 더 희귀한 규격인 울트라 파나비전 70으로 촬영했다. 최근에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2025)'가 비스타비전 네거티브 필름으로 촬영된 뒤 70㎜ 프린트로 제작되며, 거의 사라졌던 비스타비전이라는 옛 촬영 방식까지 되살렸다.

'오디세이'는 이런 흐름의 연장이 아니라 단절에 가깝다. 극영화 전체를 아이맥스 필름 카메라만으로 찍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아이맥스 카메라는 소음이 커 액션이나 풍경 장면에만 쓰였다. 대사 장면에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다른 포맷을 섞어 사용해야 했다. '다크 나이트(2008)'부터 '오펜하이머(2023)'까지 놀런 감독의 모든 작품이 이런 절충 방식으로 완성됐다.


영화 '오디세이'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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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이런 균형을 깨려 한 이유는 신화라는 소재 자체에서 나온다. 놀런 감독은 기존 신화 영화들이 대작급 제작비와 신뢰도를 갖추지 못했다는 점을 오랫동안 아쉬워했고, '오디세이'로 그 공백을 메우려 했다고 밝혔다. 오디세우스의 항해가 지닌 광활함과 공포를 제대로 전달하려면, 화면이 관객의 주변 시야까지 채워 스크린 자체가 사라지는 감각을 줘야 한다는 논리였다. 망망대해와 낯선 지형을 압도적 크기로 펼쳐 보이는 것, 그것이 아이맥스 전면 도입의 첫 번째 목적이었다.

사실 이 목표를 실현하기 가장 어려웠던 지점은 액션이 아니라 대화 장면이었다. 기존 아이맥스 카메라는 크고 시끄러워 배우 얼굴에 바짝 붙는 클로즈업 샷 자체가 불가능했다. 놀런 감독과 호이트 반 호이테마 촬영감독은 난관을 넘기 위해 카메라 옆에 거울을 세우는 방식을 고안했다. 배우가 카메라 대신 거울을 보고 연기하면 그 반사상이 그대로 담기는 구조로, 맷 데이먼은 이 방식 덕분에 시선 처리가 렌즈에 훨씬 가까워졌다고 전했다. 여기에 새로 개발한 방음 케이싱까지 더해지면서, 카메라를 배우 얼굴 30cm 앞까지 붙이고도 속삭이는 대사를 그대로 녹음할 수 있었다.


영화 '오디세이'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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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에서 아이맥스가 만드는 효과가 광활함이라면, 대화에서는 정반대로 밀착감이다. 거대한 화면에 인물의 표정 하나하나가 확대되면서, 관객이 대화 상대와 한 공간에 있는 듯한 감각을 전한다.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의 재회 같은 감정적으로 무거운 장면에서 효과를 발휘한다. 이처럼 액션에 국한됐던 활용법을 감정 연기로 확장했다는 점이, 놀런 감독의 기존 아이맥스 작업과 이번 작품을 가르는 지점이다.


기술적 도박은 통했다. 개봉 첫 주말 전 세계에서 매출 2억6370만 달러를 기록했다. 아이맥스 상영관에서만 5200만 달러를 벌었다. 전체 매출에서 20%에 해당하는 규모로, 아이맥스 역대 최고 오프닝 기록이다. 순수 70㎜ 필름 상영관만 놓고 보면 610만 달러로 비중이 작지만, 전 세계에서 실제 70㎜ 필름을 상영할 수 있는 극장이 마흔한 곳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밀도 높은 성적이다.


흥행 곡선은 통상적인 블록버스터와도 다르다. 대부분 개봉 2주 차에 티켓 판매가 50~70% 급감하지만, '오디세이'는 입소문과 재관람 열풍 속에 27% 하락에 그쳤다. 이에 아이맥스와 배급사 유니버설은 오는 19일까지였던 뉴욕·로스앤젤레스(LA) 70㎜ 상영 일정을 다음 달 중순까지 늘렸다.


영화 '오디세이'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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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포맷 간 실제 체감 격차는 크지 않다. 북미에서 여러 상영 방식을 비교해 본 결과, 화질에서는 뚜렷한 우열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놀런 감독의 색감 자체가 절제돼 있어, 필름 화학 반응에 따라 색조가 크게 출렁이는 다른 감독들의 작품들과 사정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반면 사운드에 대한 반응은 확연히 갈린다. 아이맥스 버전이 음향의 층위에서 다른 포맷을 압도한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화면비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난다. 놀런 감독은 이 작품을 1.43대 1 비율의 70㎜ 아이맥스로 촬영했지만, 35㎜ 아나모픽판은 2.39대 1로 훨씬 넓다. 화면 상·하단이 잘려 나가는 구조지만, 정작 이로 인한 인상 차이는 크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아이맥스 버전에 여백을 과도하게 두지 않으면서도 잘려 나갈 다른 판본들을 염두에 두고 프레임을 구성한 결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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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디세이'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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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질도, 화면비도, 결국 어떤 판본으로 봐도 손실감이 크지 않게 설계됐다고 할 수 있다. 스트리밍과 숏폼이 극장의 자리를 위협하는 시대에, 이런 상영 방식은 집에서는 재현할 수 없는 경험으로 관객의 발걸음을 다시 돌려세우고 있다. 아이맥스는 남은 하반기에 '더 도그 스타즈', '레지던트 이블', '스트리트 파이터', '고질라 마이너스 제로', '듄: 파트3'까지 70㎜ 상영을 예고한 상태다. '오디세이'는 이 흐름이 상업적으로도 통했음을 증명하는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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