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임대사업자 "실거주하겠다"…서울 3만7000가구 전세 실종 우려
등록말소 사업자, 세제혜택 단계적 폐지
세부담 덜려 계약갱신 거부 움직임
등록임대 매물, 보증금 낮아 세낀 매도 한계
28년까지 서울 내 3.7만 임차 아파트 영향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아파트 1가구를 임대 중인 A씨는 올해 8월과 9월 의무임대 기간과 임대차 계약이 차례로 종료된다. A씨는 이사 갈 집이 없다는 세입자의 호소에 계약을 갱신하려 했지만 직접 실거주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세제 개편으로 양도세 부담을 줄이려면 내년까지 주택을 매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계약을 갱신해 세 낀 매물로 매도할 수도 있지만, 보증금이 8억원대인 주변 시세보다 2억원가량 낮아 매수자를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부가 아파트 등록임대사업자의 세제 혜택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면서 임대업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의무임대 종료 후 일정 기간 안에 집을 팔아야 하지만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 세입자를 낀 채 매도해야 해 처분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임대사업자들이 실거주하는 사례가 늘면서 서울에서만 3만7000여가구의 아파트 임대 매물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임대업계에 따르면 이번 세제 개편 여파로 등록임대사업자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대폭 줄었다. 정부는 오는 10월1일부터 조정대상지역 내 매입임대 아파트에 대한 양도세 중과배제와 장기보유특별공제 우대(50%) 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재정경제부 세제 개편안에 따르면 현재 주택을 매도할 수 있는 사업자는 2027년 12월31일까지 양도해야 기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2028년에 양도할 경우 혜택은 반토막(2분의 1중과·장특공제 30%로 축소)난다. 2029년부터는 양도세가 중과되고 장특공제 우대도 없앤다. 내년 1월1일 기준 의무임대 중인 사업자는 의무임대가 끝난 뒤 1년 안에 팔아야만 기존 혜택을 유지할 수 있고 1~2년 사이에 팔면 중과세율 절반과 장특공제 30%가 적용된다. 2년이 지나면 혜택이 사라진다.
정부가 수도권 규제지역에서도 2028년 5월까지 실거주 의무를 유예해 세 낀 매도를 허용했지만, 등록임대사업자들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입장이다. 우선 등록임대주택은 주변 시세보다 보증금이 낮아 매수자를 찾기 쉽지 않다. 등록임대사업자 특성상 의무 임대기간 동안 보증금을 직전 계약 대비 5%만 올릴 수 있어 등록임대가 말소되는 시점에는 주변 시세보다 보증금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또 고강도 대출 규제로 세입자가 있는 매물은 사실상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어려워 보증금을 제외한 차액을 현금으로 마련해야 한다. 보증금이 시세보다 낮을수록 매수자의 자금 조달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 탓에 등록임대사업자들이 의무임대기간 만료 이후 계약갱신을 거절하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서울 성동구에서 아파트를 임대 중인 등록임대사업자 B씨도 오는 12월 임대차계약이 끝나면 경기 시흥 자택을 팔고 성동구 주택에 입주할 계획이다. 세입자는 시세 7억8000만원보다 40%가량 낮은 보증금으로 장기 거주하길 원했지만 세제 개편으로 일정 기한 안에 주택을 처분해야 양도세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되면서 계약을 갱신하지 않기로 했다.
B씨는 "자녀들이 모두 독립해 더 서울에 살 이유가 없는데도 세금 때문에 성동구 아파트에 살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일정 기간 살다가 아들에게 증여나 매도자 대출 방식으로 양도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당 수내동에서 아파트를 임대 중인 C씨 역시 지난해 5월 등록임대가 말소되면서 2028년에 임대차가 만료되는 세입자에게 퇴거를 요청할 계획이다. 해당 주택의 전세보증금(6억9000만원)이 시세(9억5000만원)보다 현저히 낮아 세낀 매도가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서다. 양도세 중과 배제를 피하려면 C씨는 올해 말까지 주택을 팔아야 한다. C씨는 "세입자가 자녀 학기에 맞춰 사정을 봐달라고 해 24개월이 아닌 32개월로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며 "임대인의 부탁을 들어준 선의가 세금 폭탄으로 돌아왔다"고 토로했다.
실거주를 택하는 임대인이 늘 경우 서울 내 전세난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가 국토교통부의 등록민간임대주택 통계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에서 의무임대 기간이 끝나 등록임대사업자가 말소되는 아파트는 올해만 2만2822가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과 내후년에는 1만4861가구가 만료된다. 단순하게 해당 아파트에 모두 집주인이 실거주하게 된다고 가정하면 서울에서만 아파트 전세 3만7000여가구가 사라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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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 회장은 "임대인들은 일정 기간 안에 주택을 처분해야 해 계약갱신을 포기하고 실거주를 선택할 수밖에 없고 임차인은 시세보다 저렴한 집에서 계속 살 기회를 잃게 된다"며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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