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2팀 중 42팀만 음반 30만장…K팝 30년 '생존전쟁'
H.O.T. 이후 데뷔 그룹 분석
아이돌 평균 팀 활동 기간 4년
보이그룹 5년, 걸그룹 3년 격차
음반 1000만 돌파 7팀 남짓
지난 30년간 국내에서 데뷔한 아이돌 그룹 가운데 단일 음반 판매량이 30만장을 넘어선 팀은 100팀 중 4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뷔 3년 뒤에도 활동을 이어간 그룹은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K팝이 세계 주류 음악 시장으로 성장했지만 성과가 극소수에 집중되는 '승자 집중' 구조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2일 한국엔터테인먼트산업학회논문지에 따르면 김정섭 성신여대 문화산업예술학과 교수는 지난달 30일 발간된 학회지에 'K팝 아이돌 음악산업의 생존과 히트 구조' 논문을 게재했다. 김 교수가 지난 30년간 데뷔한 아이돌 그룹 1182팀의 생존과 흥행 성과를 분석한 결과, 절반 가까이가 데뷔 3년 안에 시장에서 이탈했다. 단일 음반 판매량이 30만장을 넘어선 그룹도 전체의 3.55%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분석 대상은 현대 아이돌 제작 체계의 출발점으로 꼽히는 H.O.T.가 데뷔한 1996년부터 2025년까지 활동한 걸그룹 588팀과 보이그룹 594팀이다. 조사 기간 연평균 39.4팀이 새롭게 시장에 뛰어들었다. 걸그룹은 연평균 19.6팀, 보이그룹은 19.8팀으로 성별에 따른 데뷔 규모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반면 활동 기간은 길지 않았다. 전체 그룹의 평균 활동 기간은 4.12년으로, 최대 7년인 첫 전속계약 기간의 58.9% 수준에 머물렀다. 데뷔 1년 뒤 활동을 이어간 그룹은 87.99%였지만 3년 뒤에는 55.03%로 떨어졌다. 5년 생존율은 36.62%, 7년은 26.14%, 10년은 17.92%까지 낮아졌다. 데뷔 그룹의 약 45%가 3년 안에, 63%가 5년 안에, 82%가 10년 안에 시장에서 이탈한 셈이다.
연구진은 데뷔 후 첫 3년을 아이돌 그룹의 생존을 가르는 분기점으로 봤다. 초기에 음반과 음원에서 성과를 내고 팬덤을 확보하지 못하면 소속사의 제작비와 활동비 투자가 줄어들고, 이는 추가 음반 발매와 활동 기회 감소로 이어지는 구조다.
김 교수는 "초기 1~3년에 보인 시장 성과가 소속사의 4년 차 이후 투자 지속 여부를 좌우한다"고 분석했다.
성별에 따른 생존 격차도 두드러졌다. 보이그룹의 평균 활동 기간은 5.11년으로 걸그룹(3.13년)보다 1.98년 길었다. 보이그룹은 음반과 공연, 상품 등을 반복 구매하는 팬덤을 비교적 일찍 확보하는 반면 걸그룹은 대중적 인지도와 음원·행사 매출에 상대적으로 더 의존해온 데 따른 차이로 풀이된다.
데뷔 시기별로는 2006~2010년 등장한 그룹의 생존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 기간 데뷔 그룹의 3년 생존율은 72.34%, 5년은 62.79%, 7년은 53.19%, 10년은 32.98%에 달했다. 디지털 음원 시장이 자리 잡고 팬덤 소비가 확대된 데다 기획사로 자본이 유입되면서 활동 기반이 안정된 시기다. 반면 2011년 이후에는 데뷔 그룹이 늘어난 데다 해외 진출 비용까지 커지면서 경쟁이 다시 치열해지는 양상을 보였다.
흥행의 문턱은 더욱 높았다. 연구진이 팬덤 형성이 시작되는 기준으로 삼은 단일 음반 판매량 10만장을 넘어선 그룹은 97팀으로 전체의 8.21%에 머물렀다. 30만장 이상 판매한 그룹은 42팀(3.55%)에 불과했고, 100만장 이상은 19팀(1.61%)으로 더 줄었다.
누적 음반 판매량 1000만장을 돌파한 그룹은 방탄소년단(BTS), 세븐틴, 스트레이 키즈, 엑소, 트와이스, 엔시티(NCT),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 7팀뿐이다. 전체 분석 대상의 0.59%에 해당한다.
디지털 플랫폼 확산으로 음악을 접하는 문턱은 낮아졌지만 소비는 오히려 인기 그룹에 쏠리는 양상이다. 팬덤이 음반을 음악 감상 수단뿐 아니라 소장품과 상품으로 구매하면서 이미 팬덤을 확보한 그룹에 판매량이 누적되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 다수 그룹의 낮은 성과와 극소수 그룹의 높은 성과가 공존하는 '승자 집중' 현상이 뚜렷해진 배경이다.
연구진은 초기 성과만으로 후속 투자 여부가 결정되는 구조가 고착화할 경우 K팝 산업의 다양성이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장에 시간이 필요한 그룹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워지는 만큼 장기간 성장할 수 있는 육성 체계를 마련하고 실패한 가수의 재도전 통로도 넓힐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중소 기획사가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스튜디오·플랫폼·공연장 등 산업 기반을 확충하고 금융 지원 체계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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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장기 성장형 육성 체계와 재도전이 가능한 산업 구조, 중소 기획사를 위한 공동 기반과 체계적인 금융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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